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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규슈), 일본 반도체 산업의 부흥을 이끄는가?

일본의 잰걸음: TSMC 구마모토 제1공장 개소 및 제2공장 건설 착공

by 드라이트리

왜 규슈의 구마모토현인가?


TSMC의 일본 법인인 JASM이 구마모토현 기쿠요초에 반도체 제조공장을 건설하고 2024년 12월부터 가동을 시작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구마모토현뿐만 아니라 규슈 전역에서도 거점 신설과 공장 증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반도체 관련 산업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TSMC가 구마모토를 선택한 이유는 전기 요금의 저렴함, 풍부한 지하수, 그리고 소니 세미컨덕터 매뉴팩처링과 도쿄 일렉트론과 같은 반도체 관련 공급망의 존재 때문이다. 특히 소니가 CMOS 이미지 센서를 중심으로 반도체 설계·개발·생산을 수행하고 있어, 로직 반도체를 제조하는 JASM이 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규슈는 과거 ‘실리콘 아일랜드’로 불릴 만큼 반도체 산업이 발전했으나, 일본 반도체 산업의 쇠퇴와 함께 위축되었다. 그러나 최근 CMOS 센서를 중심으로 한 소니의 성공과 EV 및 산업용 로봇을 위한 파워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인해 규슈 반도체 산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규슈가 TSMC 진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 반도체 부품·재료 및 제조 장치 산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JASM은 Copy Exactly 원칙을 따르므로 지역 조달이 제한적이며, 정책적 지원 없이는 지역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한정적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규슈의 반도체 서플라이 체인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JASM이 필요로 하는 원재료와 부품을 지역에서 공급할 수 있도록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구마모토현에서는 이미 반도체 제조 장치 기업들이 라인 증설을 통해 대응하고 있으며, 반도체 부품·재료 기업들은 물류 거점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기존의 부품·재료 산업이 지역 내에서 더욱 집적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지역 경제 순환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촉진하기 위해 지방정부와 지역 금융기관이 협력하여 기존 기업의 역량 강화 및 새로운 기업 유치를 지원해야 한다.


TSMC의 제2공장 건설 발표와 함께 추가적인 공장 건설이 이루어진다면, 반도체 공급업체의 진출 수요도 더욱 증가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부품·재료 기업들이 물류 거점에서 제조 거점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대비해 공업 단지 확충, 교통 인프라 개선, 지하수 관리 등 여러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만의 사례를 참고하면, 규슈는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대만은 1980년대부터 ITRI를 중심으로 신주 사이언스 파크를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을 육성했으며, TSMC와 UMC 같은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했다. 대만의 성공 요인은 정부 주도의 연구기관 설립, 해외 인재 유치, 산업 집적지 조성, 산학 협력을 통한 기술 개발 등에 있다.


규슈도 대만의 모델을 참고하여 일본판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반도체 제조 장치, 재료 및 후공정 신기술을 육성하고, 연구개발 성과를 활용한 벤처 창업을 촉진해야 한다. 또한, 신주 사이언스 파크와 같은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여 반도체 및 관련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내의 대학, 연구기관, 기업들의 역량을 모아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규슈는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다시 성장하고, 지속 가능한 산업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https://asia.nikkei.com/Business/Tech/Semiconductors/TSMC-plans-to-produce-6-nm-chips-in-2nd-Japan-plant


https://www.cnbc.com/2024/02/26/tsmc-opens-new-plant-in-japan-as-it-diversifies-away-from-taiwan.html


https://www.jeri.or.jp/survey/tsmc%E6%B3%A2%E5%8F%8A%E5%8A%B9%E6%9E%9C%E3%81%A8%E4%B9%9D%E5%B7%9E%E3%81%AE%E7%9B%AE%E6%8C%87%E3%81%99%E5%A7%BF/#:~:text=TSMC%E3%81%8C%E7%86%8A%E6%9C%AC%E7%9C%8C%E3%82%92,%E7%9A%84%E3%81%A7%E3%81%82%E3%81%A3%E3%81%9F%E3%81%A8%E8%80%83%E3%81%88%E3%82%8B%E3%80%82


일본의 잰걸음: 반도체 부흥을 노린다


TSMC 구마모토 제1공장의 수율과 관련하여, 2025년 1월 말, JASM의 호리타 유이치 사장은 일본 총리에게 "구마모토 공장의 생산 수율이 대만의 공장과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매우 양호하다"고 보고했다. 이는 일본 내에서의 반도체 제조 역량이 대만과 유사한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지 조달 강화 및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통해 JASM은 2030년까지 일본 내 조달률을 60% 이상으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2024년 2월 기준으로 140개 이상의 일본 기업과 거래를 시작했다. 일본 내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위해 현지 조달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반도체 투자 확대를 위한 정부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규슈경제연합회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 지원(도로, 철도) 및 인재 양성을 요구했다. 일본 정부는 AI·반도체 분야에서 민관 합동으로 50조 엔(약 34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https://news.yahoo.co.jp/articles/a58d81cb5c3b57662bbc27c525a17cd624dba615


TSMC 구마모토 공장 건설 비화: 델타전자의 중개 역할


TSMC의 구마모토 제1공장은 2024년 12월 개소식을 열고 양산 개시에 나서고 있다. 또한, 인접한 용지에서 제2공장의 건설도 시작되어 2027년 가동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TSMC의 구마모토 진출을 계기로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투자가 구마모토 및 규슈 전역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일본 국내에서도 다수의 반도체 공장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이러한 프로젝트의 진행 방식에는 일본과 대만 간 차이가 존재한다.


일본과 대만의 프로젝트 진행 방식 차이


반도체 공장 건설에는 발주자인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종합건설사(제네컨), 하청업체 등 다양한 기업이 참여한다. 구마모토 사례처럼 발주자가 대만 기업인 경우, 대만 건설업체의 해외 파견이 더해지면서 대규모 기업 협업이 이루어진다. 일본은 치밀한 공정과 스케줄을 기반으로 계획을 철저히 수립하고 이에 맞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반면, 대만에서는 유연한 대응과 임기응변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프로젝트에서는 양측의 방식을 조율하고 조화롭게 운영할 수 있는 '컨덕터(지휘자)' 역할이 필수적이며, 이번 프로젝트에서 그 역할을 수행한 것이 대만의 델타전자다.


델타전자의 역할과 조율


델타전자는 1971년 창립된 파워 일렉트로닉스 부품 제조 기업으로, 일본에는 1991년 진출하여 사업을 확대해 왔다. 단순한 부품 제조를 넘어 산업 및 빌딩 자동화 기기, 정보통신 기기 등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규슈 프로젝트에서는 생산 라인의 전기 및 배관 공사, UPS 제품 공급 및 설치, 감시 시스템·보안 기기 설치 등을 담당하면서 전체 조정자로서의 역할도 수행했다.


일본에서 오랜 기간 사업을 전개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식 프로젝트 관리 방식을 이해하고 있으며, 동시에 대만식 프로젝트 진행 방식에도 익숙하여 두 방식을 효과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강점을 보였다. 일본과 대만의 차이를 깊이 이해하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으며, 이러한 이유로 델타전자가 최적의 선택이었다.


반도체 산업과 AI 시대의 인프라 구축


2024년 도쿄에서 열린 SEMICON JAPAN 세미나에서 델타전자는 구마모토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일본과 대만의 프로젝트 관리 방식 차이를 설명했다. 일본법인의 히라마츠 시게요시 부사장은 "일본 기업의 프로젝트 관리는 계획 8할·조정 2할, 대만 기업은 계획 2할·조정 8할로 접근한다"고 언급하며, 델타전자는 두 방식의 장점을 결합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I 시대를 맞아 델타전자는 데이터센터(DC) 구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과 함께 AI의 보급을 뒷받침하는 핵심 사회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구축에 집중하고 있으며, 특히 컨테이너형 데이터센터를 제공하여 기존 데이터센터 구축에 비해 시간을 단축하는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델타전자가 제공하는 컨테이너형 데이터센터는 일반적인 트럭으로 운반할 수 있는 20피트 컨테이너에 주요 장비를 탑재한 올인원 시스템이다. 기존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최소 18개월이 소요되지만, 컨테이너형 데이터센터는 몇 주에서 몇 개월 내 설치가 가능해 신속한 데이터센터 구축을 실현한다. 전 세계적으로 200건 이상의 설치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확장성과 유연성이 뛰어난 것이 강점이다.


솔루션 벤더로의 전환


델타전자 일본법인의 화건호 대표이사는 "비즈니스 모델이 매년 변화하고 있으며, 당사의 활동도 기존 제품 제안에서 솔루션 제안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AI의 등장으로 인해 이러한 전환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반도체 공장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 등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 구축에 참여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https://news.yahoo.co.jp/articles/1ff05b62ba83c74e76a9926413323602503c3a61


그럼, 라피두스는 무엇을 하고 있나?


라피다스는 일본 정부가 주도하여 설립한 국책 반도체 기업으로,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해 외국 기업 유치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반도체 제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라피다스를 설립했다. 2022년, 도요타자동차, 덴소, 소니그룹, 키옥시아, NEC, NTT, 소프트뱅크 등 7개 민간기업이 각 10억 엔씩 출자하였고, 미쓰비시 UFJ은행이 3억 엔을 출자하여 총 73억 엔의 자본금으로 설립되었다. 그러나 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며, 기존 공정조차 5,000억 엔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에 일본 정부는 라피다스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했다.


정부 보조금과 자금 조달


라피다스는 2022년 NEDO(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의 ‘포스트 5G 정보통신시스템 기반 강화 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선정되어, 첫 해 700억 엔의 보조금을 받았다. 이후 2023년에는 3,300억 엔, 2024년에는 5,900억 엔을 추가로 지원받아, 총 9,200억 엔을 확보했다. 하지만 첨단 2nm 반도체 제조 공장을 완성하는 데에는 약 5조 엔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며,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불가피하다. 일본 정부는 현재까지 직접 출자를 하지 않고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고 있어, 이를 두고 산업계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라피다스의 과제와 전망


라피다스는 일본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다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프로젝트지만,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수십 년 동안 축적한 기술력과 생산 노하우를 단기간에 따라잡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대부분 정부 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완전히 정부 주도의 사업으로 운영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에 따라, 라피다스가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기술 개발과 민간 투자 유치가 필수적이다.


라피다스의 설립은 일본 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일본 기업들이 반도체 생산 역량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만, 막대한 투자와 기술력 확보가 필요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인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 라피다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제조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추진 과정과 성과에 달려 있다.


https://news.yahoo.co.jp/articles/2e8279b1c610cd1c46152028535c0e5e5afbb0ac?pag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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