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전략경영 이론의 흐름과 의의

Hoskisson et al. (1999)를 중심으로

by 드라이트리

Hoskisson et al. (1999) "Theory and Research in Strategic Management: Swings of a Pendulum." Journal of Management, 25(3):417-456.



Hoskisson et al. (1999)의 논문은 전략경영 분야의 학문적 발전 과정을 ‘진자의 운동(swings of a pendulum)’이라는 은유를 통해 설명한 이론사적 고찰입니다. 이 논문은 전략경영 연구가 어떻게 내부 중심 접근에서 외부 중심 접근으로, 그리고 다시 내부 중심 접근으로 이동해 왔는지를 종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전략경영 이론의 진화 양상을 조망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각 시기의 주요 이론, 방법론, 그리고 이론 간의 상호작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초기의 전략경영 연구는 기업 내부의 역량, 구조, 경영자 역할에 초점을 맞추는 내재적 접근(internal focus)에서 시작되었습니다. Chandler(1962)는 "구조는 전략을 따른다(structure follows strategy)"는 명제로 기업의 전략과 조직 구조 간의 적합성이 기업 성과에 결정적이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Ansoff(1965)와 Andrews(1965) 역시 경영자의 전략적 선택, 기업의 내부 자원과 역량이 기업의 장기적인 방향성을 결정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들은 주로 사례 연구(case study)와 같이 귀납적이고 질적인 방법을 활용하여 이론을 정립하였습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는 전략경영 연구의 중심이 산업조직경제학(Industrial Organization Economics, IO)으로 이동하였습니다. 특히 Porter(1980, 1985)가 제안한 구조-행동-성과(Structure-Conduct-Performance, SCP) 패러다임은 산업 구조가 기업의 전략과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였으며, 산업 내의 경쟁 강도, 진입장벽, 대체재, 공급자 및 구매자의 교섭력 등 외부 환경 요인이 전략 수립의 핵심이라는 관점을 제시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전략경영 연구는 외재적 요인(external determinants)에 대한 정량적 분석으로 전환되었으며, 전략군(Strategic Groups) 분석, 경쟁 역학(Competitive Dynamics), 산업 수익률 비교 등 계량경제학적 분석이 활발히 이루어졌습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조직경제학(Organizational Economics)의 접근법이 등장하면서 전략경영 연구는 다시 기업 내부의 구조적 문제에 주목하게 됩니다. Williamson(1975, 1985)의 거래비용이론(Transaction Cost Economics, TCE)은 기업이 왜 존재하는지, 어떤 경우에 시장보다 기업 내 조직이 효율적인지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였으며, 계약 비용과 자산 특수성 등의 개념을 통해 기업의 경계 결정과 전략적 제휴의 구조를 설명하였습니다. 동시에 Jensen & Meckling(1976)의 대리인이론(Agency Theory)은 경영자와 주주 간의 이해 상충 문제를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 지배구조(governance mechanism)에 대한 이론적 틀을 제시하였습니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전략경영 분야는 다시 기업 내부의 고유한 자원과 역량에 주목하는 자원기반관점(Resource-Based View, RBV)으로 회귀하게 됩니다. Wernerfelt(1984)는 기업을 자원의 집합체로 바라보며, 경쟁우위의 원천이 외부 환경이 아닌 내부 자원에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 관점은 Barney(1991)의 ‘VRIN 프레임워크(Value, Rarity, Inimitability, Non-substitutability)’를 통해 정교화되었으며, 경쟁우위의 지속 가능성은 기업이 보유한 가치 있고, 희귀하며, 모방이 어렵고 대체 불가능한 자원에 달려 있다는 이론적 틀을 제공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무형자원(intangible assets), 역량(capabilities), 조직 학습(organizational learning) 등이 전략경영의 핵심 개념으로 부상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이론적 변화는 방법론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었습니다. 초기 전략이론은 주로 소수 사례를 깊이 있게 분석하는 질적 연구(qualitative research)에 기반하였으나, IO와 조직경제학의 영향을 받으며 대규모 데이터를 이용한 계량적 실증 연구(empirical, quantitative analysis)가 전략경영의 주류 방법론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RBV의 부상과 함께 다시 질적 사례 분석, 심층 인터뷰, 비교 사례 연구 등 정성적 방법론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으며, 양적 접근과 질적 접근의 통합적 활용이 강조되는 추세입니다.


본 논문은 이러한 전략경영 연구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조망함으로써, 각 이론이 발전한 맥락과 상호 연계성을 밝히고 있습니다. 전략경영 이론이 단선적인 발전이 아닌, 내외부 요인 간의 ‘진자운동’처럼 반복적이고 순환적인 방식으로 진화해왔음을 설명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전략연구가 어떻게 외부 요인을 강조하다가 다시 내부 요인으로 중심축을 옮겨왔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논문의 공헌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전략경영 이론의 흐름을 이론별로 구분해 체계적으로 정리함으로써 학문적 계보를 명확히 하였습니다. 둘째, 각 이론의 대표 학자와 핵심 개념을 명확히 제시하여 전략경영 분야의 연구자들이 이론적 위치를 설정하고 연구 설계를 수립하는 데 유용한 지침을 제공하였습니다. 셋째, 방법론적 변화를 통해 이론과 실증 사이의 관계를 통찰하며, 정성적·정량적 접근의 융합 필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한편, 이 논문은 전략 이론의 실증적 일반화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원기반관점은 무형자원의 측정 문제, 표본의 일반화 가능성 부족 등으로 인해 실증적 적용에 제약이 있다는 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전략군 간 이동장벽(mobility barriers)에 대한 개념적 불명확성도 비판의 대상이 됩니다.


향후 연구 방향으로는 다음과 같은 과제가 제시됩니다. 첫째, 전략이론의 동적 변화(dynamic change)를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의 정립이 필요합니다. 둘째, 기업 경영자의 인지적 요소(cognitive perspective)를 반영한 이론 개발이 요구됩니다. 셋째, 이론 간 통합적 접근을 통해 전략경영의 현실적 문제를 설명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다층적인 분석 틀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자원기반관점과 조직학습, 사회자본, 네트워크 이론 등을 결합한 다중이론적 접근(multi-theoretical approach)이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Hoskisson et al. (1999)의 논문은 전략경영 분야의 이론적 흐름과 방법론적 변화를 심도 있게 분석함으로써 전략연구의 과거와 현재를 명확히 하고, 향후 연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이론사적 고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논문은 전략경영 이론이 단순히 한 가지 방향으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시대적 변화와 학문 간 상호작용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전략연구자에게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제번스의 역설(Jevons Parado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