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AI 액션 플랜과 중국의 세계 AI 협력 기구
AI 주도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
미국의 AI 액션 플랜(AI Action Plan)
2025년 7월, 미국 AI.gov와 백악관은 ‘America’s AI Action Plan’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수립한 종합 전략입니다. AI.gov는 미국이 AI 지배권 확보를 위한 글로벌 경쟁에 직면해 있으며, 이를 달성할 경우 경제 성장과 국가 안보 측면에서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초기 행정명령 14179호를 통해 규제 철폐를 선언하였고, ‘AI 혁신 가속화’, ‘AI 인프라 구축’, ‘국제 AI 외교 및 안보 주도’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한 AI Action Plan을 수립하였습니다.
https://www.whitehouse.gov/wp-content/uploads/2025/07/Americas-AI-Action-Plan.pdf
https://www.ai.gov/action-plan
첫 번째 축은 AI 혁신의 가속화입니다. 이를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했던 안전 중심 규제를 철회하고, 민간 부문의 자유로운 연구개발을 보장하기 위한 규제 완화를 핵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행정부는 관료주의적 절차를 제거하며, ‘이념적 편향이 없는’ 대형 언어모델을 지원 대상으로 명시하고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픈소스 및 오픈웨이트 모델의 장려, 규제 샌드박스의 도입을 통해 기업과 연구자가 자유롭게 실험하고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AI의 확산을 위한 노동자 재교육, AI 기반 과학연구 촉진, 정부와 국방부의 AI 활용 확대, 딥페이크 대응 및 AI 보안이 주요 과제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NIST의 AI 위험관리 프레임워크에서 ‘허위정보’, ‘다양성’, ‘기후변화’ 등의 표현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점은 ‘각성(woke)’ 이념을 제거하려는 정치적 성향이 강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두 번째 축은 미국 내 AI 인프라 확충입니다.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환경 규제를 완화하고, 건설 승인 절차를 단축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이를 위해 NEPA(전국환경정책법) 등 기존 환경법의 규제를 우회할 수 있도록 신규 ‘범주형 제외’ 조항을 도입하고, 대규모 프로젝트 승인 절차를 데이터센터에도 적용하도록 설계하였습니다. 또한 공공 토지 제공, 외국산 부품 사용 제한, 사이버 보안 강화를 위한 고안보 데이터센터 건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전력 수요 대응을 위한 기존 전력망의 보강, 지열·핵융합 등 신기술 발전소의 확대, AI 인프라 관련 인력 양성, 중요 인프라의 사이버보안 강화도 포함됩니다. 이러한 정책은 기술 산업계가 요구해온 데이터센터의 신속한 구축을 가능하게 하나, 청정공기법 및 청정수질법의 기준이 완화됨에 따라 환경 보호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축은 국제 AI 외교 및 안보 분야에서의 미국 주도권 확보입니다. 미국은 자국의 AI 기술 스택을 동맹국에 수출하고, 유엔·G7·OECD 등 국제기구를 통해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의 기술 규범에 대응하고자 합니다. 고성능 AI 칩과 반도체 관련 부품의 수출을 통제하고, 이러한 통제를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하여 적대국의 기술 확보를 차단합니다. 아울러 동맹국에도 유사한 수출 통제를 요청하며, 플루릴레털 협력(Plurilateral Cooperation)을 통해 기술동맹을 형성하는 외교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AI 기반 생물안보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프런티어 모델의 위험성을 사전에 평가하는 시스템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계획에 대해서는 여러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성(woke)’ 이념을 비판하면서 AI 시스템에 이념적 중립을 강제하려 한다는 비판이 있으며, 이는 정부가 ‘편향’의 기준을 일방적으로 설정하여 표현의 자유와 다양성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AI Action Plan은 민간 기업의 요구를 과도하게 수용하고 있으며, 환경 규제와 소비자 보호 장치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책임을 경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저작권 문제를 무시한 채 AI 모델의 학습 데이터를 정당화한 발언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위험성에 대한 사전 고려 없이 ‘일단 시도하고 나중에 평가하자’는 방식의 샌드박스 접근은 AI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을 과소평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https://www.theatlantic.com/technology/archive/2025/07/donald-trump-ai-action-plan/683647/
트럼프 행정부의 AI Action Plan은 AI 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공격적인 전략입니다. 민간 중심의 AI 생태계 확장, 인프라에 대한 과감한 투자, 국제무대에서의 미국 중심 기술 규범 정착이라는 목표는 분명하나, 실질적인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을지는 실행 과정과 그에 대한 사회적 감시 체계에 달려 있습니다. 이 전략은 ‘기술국가주의(Techno-nationalism)’의 대표 사례로서 향후 AI 정책 논의의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입니다.
중국의 세계 AI 협력 기구(World AI Cooperation Organization) 제안
중국은 2025년 7월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를 계기로 인공지능(AI) 기술의 독점을 방지하고 글로벌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세계 AI 협력 기구(World AI Cooperation Organization)’ 설립을 제안하였습니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개막식 연설에서 “AI의 핵심 자원과 역량이 소수 국가와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기술에 대한 통제와 제한이 계속될 경우 AI는 일부 국가의 전유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은 AI를 국제 공공재로 간주하고, 특히 글로벌 남반구 국가들과의 기술 공유 및 공동 개발을 통해 AI 거버넌스의 다극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번 제안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AI 행동 계획(AI Action Plan)’에 대응하는 성격도 강합니다. 미국이 동맹국 중심의 AI 수출 확대와 규제 완화를 통해 자국 중심의 기술 주도권 강화를 꾀하는 반면, 중국은 개방성과 다자 협력을 기조로 한 국제 규범 체계 수립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리창 총리는 오픈소스 AI 기술을 통해 각국이 독자적 기술 개발 역량을 갖추고, 윤리와 안전을 중심으로 한 공동의 AI 규범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이번 WAIC에는 알리바바, 바이두, 화웨이 등 중국의 빅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을 포함해 800여 개의 기업이 참가하였습니다. 대형언어모델(LLM) 40여 종과 60종 이상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전시되었으며, 3,000여 개의 첨단 제품이 공개되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학교 교수와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도 연사로 참석하였으며, 힌튼 교수는 “AI가 인류를 위협하지 않도록 국제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슈미트 전 CEO 또한 “미국과 중국은 AI 분야에서 경쟁이 아닌 협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리창 총리의 입장에 동의했습니다.
중국의 이번 AI 제안은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국제 환경 속에서 AI를 특정 국가의 독점 자산이 아닌 국제 공동의 자산으로 보아야 한다는 철학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중심의 AI 전략에 대한 견제이자, 중국 주도의 글로벌 기술 질서 재편 시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https://www.ft.com/content/de06e1ac-6a12-45a4-a31c-0dfecea4343e?utm_source=chatgpt.com
중국의 세계 AI 협력 기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