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모니아 혼소, 에너지 전환의 새로운 해법인가

탄소중립 시대, 암모니아 연료의 가능성과 한계

by 드라이트리

탄소중립 시대, 암모니아 연료의 가능성과 한계


석탄과 가스가 여전히 전력계통의 기저와 첨두를 떠받치는 현실에서,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면서도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가교 기술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 한복판에 암모니아 혼소가 있습니다. 암모니아 혼소는 기존 화력발전소의 연료 흐름에 암모니아(NH₃)를 일정 비율로 섞어 태우는 방식으로,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는 암모니아의 탄소 무(無)특성을 활용해 발전부문의 배출을 단계적으로 낮추려는 시도입니다.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력사들이 상용 규모 실증으로 성큼 들어가면서 ‘현실적 감축 수단’으로서의 기대와 논쟁이 동시에 커지고 있습니다. 일본 JERA가 아이치현 헤키난(碧南) 석탄화력의 100만 kW급 4호기에서 난류·열부하·보일러 효율 저하 등을 종합 점검하며 20% 열량비 기준 혼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상용운전을 개시하겠다고 밝힌 것이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시험 기간 동안 질소산화물(NOx)은 석탄 단독 연소 수준과 동등하게 관리되었고, 황산화물(SOx)은 20% 감소, 지구온난화지수가 높은 아산화질소(N₂O)는 검출한계 미만이었다는 결과가 공개되었습니다. 이는 고농도 혼소에서 가장 우려되는 오염물의 배출을 제어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암모니아를 연소용 연료로 바라볼 때 가장 먼저 직면하는 사실은 물성의 차이입니다. 암모니아의 저위발열량(LHV)은 질량 기준 약 18.6 MJ/kg으로 메탄(약 50 MJ/kg)이나 가솔린(≈42–46 MJ/kg)보다 낮고, 층류 화염속도는 대기조건에서 약 0.07 m/s로 매우 느리며, 가연한계는 공기 중 체적 기준 대략 15–28%로 좁습니다. 다시 말해 점화가 어렵고 불완전연소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며, 동일 출력을 내려면 더 큰 연소용적과 정교한 공기비·혼합 제어가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액화 암모니아는 –33℃ 부근의 ‘완만한’ 저온에서 대기압 저장이 가능하고, 체적 에너지밀도(약 12.7 MJ/L)가 액화수소(약 8.5 MJ/L)보다 높아 장거리 해상운송·대용량 저장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조합은 ‘생산—해상운송—터미널—발전’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에너지 캐리어 가치사슬을 구성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실증과 운영의 관점에서 가장 예민한 쟁점은 대기오염 제어입니다. 암모니아 혼소는 연료 자체에 황이 없으므로 SOx는 구조적으로 줄어들지만, 연소과정에서 NOx가 증가할 잠재성이 있어 연소기 내부의 화염온도·체류시간·혼합 균일도 설계와 더불어 후단 탈질 설비가 필수적입니다. 통상 선택적촉매환원(SCR) 또는 비촉매환원(SNCR)이 적용되며, 암모니아나 요소수를 환원제로 주입해 NOx를 질소와 물로 환원합니다. 이때 과잉 주입된 암모니아가 배출가스로 미끄러져 나오는 ‘슬립’(NH₃ slip)을 최소화하는 운전 알고리즘과 계측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JERA 헤키난의 대형 실증 결과처럼 20% 혼소 수준에서 NOx를 석탄 단독과 동등하게 관리한 사례가 축적되고 있으나, 보일러 형식·연소조건·공기비에 따라 배출 거동은 달라질 수 있어 설계-운전-후처리의 패키지형 최적화가 상용화의 관건입니다.


효율과 비용의 문제는 더 복잡합니다. 연소기 교체 없이 보일러·버너·가스 경로를 개조해 혼소를 달성하면 초기투자 대비 감축 성과를 빠르게 구현할 수 있으나, 동일 출력을 얻기 위한 연료유량 증가·배관·버너 개조, 그리고 연소성상의 차이로 인한 보일러 열수지 변화가 누적되면서 열효율 저하가 발생합니다. 블룸버그NEF는 공개 자료 기반 추정에서 20% 혼소의 경우 발전효율이 대략 10%대 범위로 하락할 수 있다고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 수치는 플랜트별 설계·운전 조건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적어도 “감축 톤당 비용” 관점에서 혼소가 싸지 않다는 경고로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 가장 큰 변수는 연료 자체의 원가입니다. 오늘날 전 세계 암모니아 생산의 대부분은 화석연료 기원으로, 그린 암모니아(재생에너지 전력→수전해 수소→합성)는 비용이 높습니다. 다만 최근 인도에서 그린 암모니아 장기공급 입찰에서 기록적인 저가 낙찰이 나오는 등 비용하향 압력이 확인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청정 암모니아’의 원가경쟁력이 개선될 여지는 존재합니다.


혼소가 진정한 의미의 탄소감축 수단이 되려면 연료의 생애주기(LCA)가 핵심입니다. 화석연료 개질+CCS 기반의 ‘블루 암모니아’는 원가·규모 확장성에서 유리하지만 포집률·메탄누출·수송배출을 포함해 실제 감축계수가 정책기준에 부합하는지 치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반면 재생 전력 기반 ‘그린 암모니아’는 명목상 탄소중립에 가깝지만, 대규모 재생전력·전해설비 투입과 물의 사용, 그리드 통합 비용이 가격을 끌어올립니다. 유럽 비료산업의 암모니아 수급 사례에서 보듯 공급망의 ‘색깔’과 실제 배출 간 괴리가 지적되는 만큼, 전력부문 혼소 확대는 강건한 LCA 표준과 투명한 인증·추적 시스템 없이는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의 맥락에서 보면 혼소의 전략적 효용은 분명합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면서도, 이미 구축된 석탄·가스 플랜트 자산을 전량 조기 폐기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탈탄소화하는 ‘과도기 해법’으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국남부발전은 강원 삼척에서 최소 20% 혼소를 전제로 한 청정암모니아 연료공급 인프라 사업권을 확보했고, 2024년 국내 감축전력 입찰에서 혼소 전력을 일부 수주하는 등 제도화의 초입에 들어섰습니다. 관건은 2027년 전후로 터미널·배관·저온탱크 등 공급 인프라를 현실적인 CAPEX·OPEX로 맞추고, 운전 중 NOx·암모니아 슬립·악취·누출 같은 지역사회 우려를 예측·감사·공개로 선제 관리하는 것입니다.


인프라 관점의 난제는 기술적 안전과 비용의 이중과제입니다. 완전냉각 대형 탱크는 –33℃, 대기압 부근에서 약 680 kg/m³의 높은 액밀도로 저장되며, 해상·항만·플랜트 내 배관·밸브·펌프 계통이 모두 저온·부식·취성·밀폐 공간 안전규격을 충족해야 합니다. 암모니아는 독성이 강하고 저농도에서도 점막 자극을 유발하므로, 작업장 기준으로 NIOSH·OSHA는 대략 25–50 ppm 범위의 시간가중·단기 노출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형 시설의 설계·운영은 누출 감지·수조(디그 대이크)·살수 커튼·양압식 방독 보호구 운영·비상대응 훈련을 포함한 공정안전관리(PSM)의 정석을 따를 때만 지역 수용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한편 암모니아 혼소의 ‘종착역’으로 거론되는 것이 100% 전소(全燒) 기술입니다. 일본 IHI·GE 베르노바, 미쓰비시중공업 등은 F급 가스터빈을 대상으로 2030년경 100% 암모니아 연소가 가능한 연소기(2단 연소, 저NOx)를 개발·검증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으며, 2MW급 소형 가스터빈에서의 암모니아 단독연소 내구시험과 대형 연소기 실물규모 시험 설비 구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소 기술이 상용화되면 보일러 개조형 혼소와는 다른 ‘가스터빈 직연소’ 옵션이 열리고, 장기적으로는 재생전력—그린 암모니아—복합화력의 폐루프형 탈탄소 전력 시스템을 구상할 수 있습니다. 다만 NOx 제어, 연소불안정 억제, 연소기 재료 내구성, 부분부하 응답성 등 극복할 과제가 적지 않습니다.


국제 논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환경단체와 일부 연구는 암모니아 혼소가 석탄플랜트 수명을 연장해 구조적 전환을 늦출 위험을 지적하고, 선박·저장·연소 전과정의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보수적 시나리오를 제시합니다. 반대로 실증을 주도하는 전력사·제조사는 20% 수준에서 NOx·N₂O를 통제하고 SOx를 줄인 데이터를 근거로 “적절한 설계와 운전, 후처리 조합이면 지역 오염을 억제하면서 실질 감축을 달성할 수 있다”고 반박합니다. 정책의 초점은 결국 연료의 LCA 기반 감축계수, 혼소비율과 설비효율 변화의 정량 검증, 그리고 대체수단(수요효율·재생·저탄소가스·저장·계통유연성)의 한계비용 비교로 모아집니다. 혼소는 ‘도구상자’의 하나일 뿐이며, 체계적 비용-효과 분석과 명확한 종료조건(exit criteria)이 병행될 때에만 합리적입니다.


따라서 한국의 선택지는 분명합니다. 첫째, 혼소를 ‘과도기적 감축’으로 위치 지우되, 연료의 청정성(LCA)을 담보하는 인증·추적 체계를 선행 구축해야 합니다. 둘째, 실증—상용 단계별로 혼소비율·효율·배출을 공시하고, SCR/SNCR·계측·제어를 패키지로 표준화하여 지역수용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셋째, 인프라 투자와 생태계를 수출산업으로 연결할 전략을 병행해야 합니다. 암모니아의 저장·하역·운송·연소 엔지니어링, 배출 제어, 누출 대응, 안전 인증 등은 모두 시스템 상품으로 해외 동반 진출이 가능한 영역입니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으로는 전소 가스터빈과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 암모니아 조달을 묶는 ‘진성 탈탄소’ 시나리오로 전환해야 합니다. 혼소는 현존 자산의 탄소집약도를 즉시 낮추는 유용한 다리이지만, 그 다리의 너머를 분명히 그리지 못한다면 또 다른 잠금(lock-in)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전력·산업·해운을 잇는 국가 에너지전략의 설계 문제이며, 시장·기술·제도의 삼박자를 맞출 때 비로소 실질적 감축과 국제경쟁력이 함께 달성된다고 판단합니다.


요컨대 암모니아 혼소는 “이미 존재하는 대형 자산을 활용해 지금 가능한 만큼의 배출을 줄인다”는, 매우 실무적이고 공학적인 해법입니다. 연료의 청정성, 대기오염 제어, 효율 변화, 사회적 수용성이라는 네 개의 경첩이 흔들리지 않을 때에만 문이 매끄럽게 열립니다. 기술과 시장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실증 데이터는 누적되고, 전소 가스터빈은 개발의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으며, 그린 암모니아 가격은 점차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한국은 냉철한 수치, 투명한 공시, 단호한 안전 기준을 무기로 “필요한 만큼만, 올바른 방식으로” 혼소를 쓰는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암모니아 혼소는 과도기를 현명하게 건너게 해주는 다리로서 제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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