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본법과 고영향 AI 가이드라인, 그리고 국가전략

진흥과 규제의 균형, 신뢰와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는 AI 법제도

by 드라이트리

AI 법제도 구축의 시작


한국은 지금 인공지능 시대를 제도적으로 맞이하기 위한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2024년 말 국회를 통과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AI 기본법)」은 2026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 차원에서 AI 산업을 육성하고 동시에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초의 포괄적 법체계입니다. 단순히 한 법률의 제정이 아니라 앞으로 한국 사회와 산업 전반에 걸쳐 AI가 자리 잡는 방식을 규정하는 새로운 질서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AI 기본법의 핵심은 두 가지 축으로 정리됩니다. 하나는 산업 진흥입니다. 연구개발 지원, 데이터 인프라 확대, 기업 도입 촉진 등 다양한 지원책을 통해 국가 차원에서 AI 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신뢰 확보입니다. 무분별한 AI 확산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제어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입니다. 이처럼 법은 혁신을 장려하면서도 기술의 사회적 책임을 함께 강조하는 균형적 접근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법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장치가 바로 시행령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5년 하반기 대통령 직속 국가AI전략위원회에 시행령 초안을 보고했고, 9월부터 의견 수렴, 10월 입법예고, 12월 제정을 목표로 로드맵을 확정했습니다. 시행령은 기업들이 따라야 할 의무 사항을 명확히 규정해 불확실성을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진흥 우선, 최소 규제라는 원칙을 세워 과태료 부과보다는 계도와 행정지도를 우선 적용하여 기업들이 제도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시행령과 함께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고영향 AI 가이드라인입니다. 인공지능의 위험 수준을 분류하고 차등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파급력이 큰 분야에 집중합니다. 고영향 AI란 국민의 생명, 신체,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의미하며 의료, 교통, 교육, 에너지, 원자력 등 안전과 직결된 영역이 대표적입니다. 이 분야의 AI는 이용자에게 사전 고지를 해야 하고, 결과물에는 워터마크나 AI 생성물임을 표시해야 합니다. 특히 딥페이크 영상이나 이미지의 경우 오인 가능성을 최소화하도록 의무를 강화했습니다. 또한 기업은 위험 관리 교육, 오작동 방지 체계, 보안 대책, 피드백 절차 등을 마련해야 하며, 기본권 영향 평가와 같은 자율적 노력을 권장받습니다.


고성능 AI도 별도로 정의됩니다. 누적 연산량이 10²⁶ FLOPS 이상인 초대형 AI 시스템을 가리키며, 현재 존재하지 않지만 미래를 대비한 안전망 성격을 가집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위험을 식별하고 완화하며 긴급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등 더욱 엄격한 안전 확보 조치가 요구됩니다. 이는 AI 기술이 대규모화, 자율화되면서 파급력이 사회 전반에 미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입니다.


이 모든 제도와 논의의 중심에는 국가AI전략위원회가 있습니다.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된 이 위원회는 민간 전문가와 부처 장관, 대통령실 인사 등이 함께 참여하는 범국가적 컨트롤 타워입니다. 위원회는 시행령과 가이드라인을 조율하고 업계 의견을 반영하며 초기 제도의 안착을 지원합니다. 또한 8개 분과를 운영해 실무 차원의 정책 기획과 이행 점검을 맡습니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느끼는 불확실성을 줄이고 예측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AI 생태계의 신뢰 기반을 다지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결국 AI 기본법과 그 하위 제도들은 한국 사회가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는 데 필요한 규칙의 언어이자, 산업계와 시민이 공유해야 할 새로운 사회계약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규제가 과도하면 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고, 방임적 태도는 사회적 위험을 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형 AI 거버넌스는 진흥과 규제의 균형이라는 전략적 선택 위에서 출발합니다. 시행령과 가이드라인이 구체화되고 국가AI전략위원회가 이를 조율하면서 한국은 더 정교한 AI 제도 환경을 구축하게 될 것입니다.


AI 기본법은 법률 그 자체를 넘어, 한국이 인공지능을 통해 어떤 미래를 그리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국가적 선언입니다. 산업계, 정부, 시민사회가 함께 만들어갈 이 제도의 진화 과정은 한국이 글로벌 AI 경쟁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 결정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국가AI전략위원회 구성원 소개>


https://zdnet.co.kr/view/?no=20250908180900



기업들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한국 사회는 인공지능이 더 이상 특정 산업이나 연구자들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금융, 제조, 의료, 교육, 문화 전반에 깊숙이 스며든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이제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 모두가 함께 새로운 규칙과 질서를 세워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한 것이 AI 기본법과 그 하위 제도인 시행령, 고영향 AI 가이드라인,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총괄하는 국가AI전략위원회입니다.


AI 기본법은 기업 입장에서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 진흥책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신뢰성 확보와 안전 규제를 요구함으로써 일정한 비용과 관리 체계를 필요로 합니다. 특히 데이터 인프라 구축과 연구개발 지원은 AI 스타트업이나 대기업 모두에게 중요한 성장 기회가 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기업은 이용자 고지, 워터마크 표시, 위험 관리 교육, 기본권 영향 평가 등 새로운 의무를 이행해야 하며, 이는 단순한 법적 의무를 넘어 브랜드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가 됩니다.


예를 들어, 금융 산업을 보겠습니다. AI 기반 신용평가 모델이나 투자 자문 서비스가 고영향 AI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고객에게 AI 활용 사실을 명확히 고지해야 하고, 결과물에 대한 설명 가능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 불신으로 이어져 금융 서비스 전체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금융기업은 단순히 법적 의무를 넘어, 데이터 편향성 점검과 투명성 제고 같은 내부 프로세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조업에서도 변화는 불가피합니다. 스마트 팩토리, 자율 로봇, 디지털 트윈 등 AI 기반 시스템은 생산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고영향 AI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만약 AI 시스템의 오류로 안전사고가 발생한다면 기업은 막대한 법적 책임과 평판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생산 현장에서 AI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식별하고, 시뮬레이션과 검증 과정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의료 산업은 AI 기본법의 직접적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진단 보조 AI, 신약 개발 AI,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 등은 모두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고영향 AI 범주에 포함됩니다. 의료기관과 제약사는 단순히 AI를 도입하는 것을 넘어서, 환자에게 AI 활용 여부를 설명하고, 결과에 대해 충분히 고지하는 절차를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이는 법적 의무일 뿐만 아니라, 의료 신뢰와 직결되는 중요한 윤리적 과제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딥페이크 규제입니다. 엔터테인먼트, 광고, 교육 산업에서 생성형 AI의 활용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딥페이크 콘텐츠가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생성물에 반드시 ‘AI 생성물’임을 표시하고, 워터마크를 삽입해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제작 비용과 시스템 변경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용자 신뢰를 확보하는 필수 요소가 될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국가AI전략위원회입니다. 위원회는 단순한 규제 기구가 아니라 기업과 정부를 잇는 조율자 역할을 수행합니다. 초기 시행 단계에서 과태료 대신 계도 기간을 두어 기업들이 제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업계 의견을 수렴해 시행령과 가이드라인에 반영하려 합니다. 기업들에게 이는 단순히 규제를 지키라는 지침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경영 환경을 제공하는 안전망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준비해야 할 대응 전략은 명확합니다. 첫째, 규제 준수를 경영 전략의 일부로 통합해야 합니다. AI 활용 사실 고지, 워터마크 삽입, 위험 관리 프로세스 구축을 단순한 비용이 아닌 신뢰 확보를 위한 투자로 봐야 합니다. 둘째, 내부 데이터 관리와 품질 통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데이터 편향이나 오류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규제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셋째, AI 윤리 기준을 브랜드 가치와 연결해야 합니다. 소비자와 사회가 요구하는 윤리적 책임을 선제적으로 충족시키는 기업은 오히려 새로운 시장 기회를 선점할 수 있습니다.


AI 기본법은 단순히 법률이 아니라 한국형 AI 생태계의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입니다. 산업 진흥과 신뢰 확보, 혁신과 규제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가야 하는 지금, 기업들은 제도를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이를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민한 사고가 필요합니다. 결국 AI 기본법은 기업에게 제약이 아니라,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통과의례이자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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