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장에서 벌어진 단속, 한국 기업만의 문제일까?

현대차·LG엔솔 사태와 TSMC·일본 사례를 통해 본 비자 전략

by 드라이트리

2025년 9월,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미국 이민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이 대규모 단속을 실시했다. 현장에서 일하던 수백 명의 한국인 엔지니어와 노동자가 불법 취업자로 분류되어 구금되었고, 일본인과 중국인도 일부 포함되었다. 총 체포 인원은 450명을 넘었다.


한국 기업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건설 중인 최첨단 배터리 공장이 미국의 전략산업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더 나아가, 같은 시기 애리조나에서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대만 TSMC는 왜 이런 사태를 피했을까. 일본 기업들은 과거와 현재 어떤 방식을 택했을까.


이 사건은 단순한 ‘불법 체류 단속’으로 보이지만,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직면한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




<미국 비자 종류>


미국 비자는 크게 이민비자와 비이민비자로 나뉘며, 목적과 체류 형태에 따라 매우 다양한 종류가 존재합니다. 일반적으로 해외 기업이나 근로자, 유학생, 투자자들이 많이 활용하는 비자는 비이민비자 범주에 속합니다.


우선 취업 관련 비자부터 살펴보면, 가장 잘 알려진 것이 H-1B 전문직 취업비자입니다. 학사 이상의 학위가 필요한 전문직 종사자들이 미국 기업에 고용될 때 발급되며, IT·엔지니어링·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됩니다. 임시로 숙련·비숙련 인력을 채용할 때는 H-2B 비자가 쓰이는데, 계절 노동자나 특정 프로젝트 건설 인력에 자주 활용됩니다. 기업 내부 전근에는 L-1 비자가 대표적입니다. 다국적 기업이 본사에서 미국 지사로 관리직이나 전문 인력을 전근시킬 때 발급되며, 글로벌 기업 파견 인력이 많이 활용합니다. 또 고학력 인재나 특출난 능력을 지닌 사람은 O-1 비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과학, 예술, 교육, 체육 등 특정 분야에서 국제적 성취가 인정된 경우에 해당합니다.


다음으로 투자와 비즈니스 관련 비자가 있습니다. E-2 투자자 비자는 미국과 통상조약을 맺은 국가의 국민이 미국에 일정 규모 이상 투자를 하고 사업을 운영할 경우 발급됩니다. 일본은 이 자격이 있어 많은 기업가가 활용해 왔습니다. 반면 한국도 2012년 이후 E-2 비자 자격국이 되면서 활용도가 늘고 있습니다. E-1 무역상 비자도 있는데, 미국과 해당 국가 간 상당한 무역 활동을 하는 기업인에게 발급됩니다.


단기 체류용 비자도 중요합니다. 출장이나 회의, 계약 협의 등을 목적으로 발급되는 것이 B-1 비자이고, 관광이나 친지 방문 목적은 B-2 비자입니다. 최근 한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ESTA(전자여행허가제)는 비자 면제 프로그램(VWP)에 따라 관광·출장 목적으로 최대 90일 체류가 가능하지만, 노동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번 현대차·LG엔솔 사례처럼 B-1이나 ESTA를 활용해 현장 노동을 하는 것은 명백히 규정 위반입니다.


이외에도 학생 및 교환 관련 비자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유학 시 받는 F-1 학생비자, 교환 프로그램 참가자를 위한 J-1 비자, 직업학교 등에 해당하는 M-1 비자가 있습니다. 이들은 체류 목적이 학업이므로 합법적 근로 활동에는 제한이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미국 비자는 목적별로 세분화되어 있으며, 특히 고용과 관련해서는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 여부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과 개인이 비자를 어떤 방식으로 준비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발생하며, 이번 한국 기업 사례처럼 잘못된 비자 전략은 곧바로 법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1.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사건의 본질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수십조 원을 투자해 대형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그러나 건설 과정에서 핵심 숙련 인력이 부족했다. 미국 내에서는 배터리 장비 설치와 전극 제조 라인 구축을 경험한 전문 인력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에, 한국 본사에서 기술자를 직접 파견해야 했다.


문제는 이들이 활용한 비자였다. 대부분이 B-1 출장 비자 또는 ESTA(전자여행허가제)로 입국했다. 이는 회의나 단기 업무 협의를 위한 비자이지, 장기간 현장에 투입돼 노동을 하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미국 당국의 눈에는 ‘불법 취업’으로 보였고, 대규모 단속이 가능해졌다.


사실 이 문제는 사전에 인지되었다. 기업 측은 이미 상반기부터 한국 외교부에 비자 발급 문제를 여러 차례 건의했다. 그러나 적극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고, 기업은 공기 지연을 막기 위해 우회 방법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미국 이민국의 표적이 되었고, 현장 이미지와 한미 산업 협력 구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남겼다.


2. 대만 TSMC의 다른 길


비슷한 시기, 대만 TSMC도 미국 애리조나에서 두 번째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었다. 이들도 동일한 문제에 직면했다. 숙련된 기술자를 대만에서 데려오려 했지만, 미국 정부의 까다로운 비자 정책 때문에 계획대로 파견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공장 완공 시점은 1~2년씩 지연되었고, 건설비용도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SMC는 한국 기업처럼 대규모 단속에 휘말리지 않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합법적 비자 전략이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TSMC는 H-2B 특별비자 쿼터를 활용해 건설 인력을 합법적으로 투입했다는 주장이 있다.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최소한 사전에 미국 정부와의 협의 과정을 거쳐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둘째, 리스크 감수의 차이다. TSMC는 완공 지연이라는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불법 고용 문제에 휘말리는 리스크를 피했다. 즉, ‘속도보다 합법성’을 택한 것이다.


TSMC 역시 미국 내 노조와 정치세력으로부터 “외국인 인력이 미국 노동자를 위협한다”는 반발을 받고 있지만, 적어도 이번 현대차·LG엔솔 사태와 같은 국제적 망신은 피할 수 있었다.


3. 일본 기업의 과거와 현재


일본은 1980년대 자동차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세울 때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당시에도 일본 본사의 기술자를 현장에 투입해야 했고, 이를 위해 B-1 출장 비자 같은 단기 체류 비자를 활용했다. 하지만 한국 기업처럼 대규모 단속에 휘말린 사례는 거의 없었다.


현재 일본 기업은 주로 파나소닉을 중심으로 미국 배터리 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네바다 기가팩토리와 캔자스 신규 공장 등에서 테슬라와 합작을 진행 중이다. 일본은 미국과의 조약을 통해 E-2 투자자 비자 같은 제도를 활용할 수 있어, 일정한 제도적 ‘안전판’을 갖고 있다. 물론 이는 대규모 건설 인력 투입용은 아니지만, 미국 내 사업 운영에서 법적 리스크를 줄이는 장치로 작동한다.


즉, 일본 기업들은 미국과의 협상 구조 속에서 일정한 제도적 여지를 활용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처럼 비자 공백을 편법으로 메우는 상황을 피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4. 한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 지도


한국 기업들은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미국 전역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배터리·에너지·조선·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십 조 원을 투입하며, 미국 공급망 재편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요 투자 현황 (주별)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5.7조 원), 현대차·SK온(8조 원), 한화큐셀(3.5조 원), CJ푸드빌(97억 원)

앨라배마주: 현대일렉트릭(1850억 원)

루이지애나주: 현대차·조스코 전기모터(8조 원)

테네시주: SK온·포드(15.8조 원), LG화학(2조 원), 삼성SDI·스텔란티스(3.8조 원), SK실트론(6000억 원)

켄터키주: 롯데알미늄·롯데인화(3000억 원)

버지니아주: LS일렉트릭 해저케이블(1조 원)

펜실베이니아주: 한화오션 필라델피아 조선소(7조 원)

오하이오주: LG에너지솔루션·혼다(5.2조 원), 포스코케미칼(3조 원)

미시간주: 삼성SDI·스텔란티스(2조 원)

사우스다코타주: CJ제일제당 식품공장(2500억 원)

인디애나주: 삼성SDI·스텔란티스(3.8조 원), 삼성SDI·GM(4.9조 원), SK하이닉스 첨단 패키징(5.4조 원)

애리조나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7조 원)

텍사스주: 삼성전자 파운드리(51조 원)


이 지도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공급망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단순히 배터리와 반도체뿐 아니라, 에너지와 소재, 조선, 식품 산업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5. 사건이 던지는 교훈


이번 현대차·LG엔솔 사건은 한국 기업들에게 몇 가지 교훈을 준다.


1) 자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수십조 원을 투자해도 인력·비자·노조·정치 변수까지 관리하지 못하면 리스크에 직면한다.


2) 사전 협의와 외교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대만 TSMC는 합법적 루트를 택했고, 일본은 제도적 안전판을 활용했다. 한국은 외교적 협상력과 비자 제도 설계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3) 글로벌 공급망은 기술과 자본만의 경쟁이 아니다.

법과 제도, 정치와 사회적 합의가 얽힌 종합적인 게임이다.


맺음말


조지아주 단속 사건은 한국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미국이라는 시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얼마나 복잡한 정치·법·제도의 문제와 얽혀 있는지를 드러낸다.


대만은 합법성을 택했고, 일본은 조약을 활용했으며, 한국은 빠른 속도를 택하다 리스크에 직면했다. 앞으로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단순한 기술과 자본의 경쟁력을 넘어 비자·노동·외교를 포함한 종합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추가 참고하면 좋을 기사>

韓 미국 투자액 인도의 62%인데… 비자 발급은 7.2%


https://biz.chosun.com/industry/company/2025/09/11/GNSMEGSOWBCGHP5BDIONAPFNXM/?utm_source=chosun.com&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chosun-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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