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랑스·이스라엘·캐나다의 도전이 보여주는 ‘AI 다극화’의 가능성
인공지능은 이제 단순한 기술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산업 패권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AI 레이스’는 사실상 미국과 중국의 양강 구도로 흘러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흐름을 보면 이 경쟁 구도가 단순히 두 나라에만 국한되지 않고, 한국·프랑스·이스라엘·캐나다 등에서도 도전이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OpenAI, 구글, Anthropic, xAI 등 주요 기업이 잇따라 초거대 언어모델(LLM)을 선보이며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GPT-3.5(2022년 말)에서 GPT-5(2025년 여름)까지 불과 3년 만에 지능 지표가 8배 이상 상승하는 압도적 성장세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에 맞서 중국의 알리바바, 딥시크, 문샷 등도 빠른 속도로 격차를 좁히며, 2024년 말 기준 미국을 넘어서는 모델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후발 주자’들의 존재입니다. 한국 LG AI 리서치의 Exaone 4.0은 GPT-3.5보다 다섯 배 뛰어난 성능을 기록하며 아시아 내 제3의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프랑스의 Mistral은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모델을 공개했고, 이스라엘의 AI21 Labs, 캐나다의 Cohere도 꾸준히 성능을 끌어올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들의 모델은 아직 미국·중국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특정 언어권이나 특화된 업무 환경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AI 경쟁의 본질은 세 가지 요소—데이터·알고리즘·연산 자원—의 확보입니다. 특히 고성능 GPU를 둘러싼 공급망과 자금력에서 미국 기업들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중국과 다양한 틈새시장을 노리는 중견국들의 전략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프랑스의 Mistral이 ASML 등 유럽 제조업체들의 투자를 이끌어낸 것, 한국 LG가 자국 데이터와 언어적 강점을 활용하는 것 모두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현재 가장 강력한 모델 22개 중 19개가 미국과 중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AI의 파급력은 국경을 초월하며, 각국은 자국 언어와 산업 특성을 반영한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사우디아라비아·스위스 등도 자체 LLM 개발을 선언한 상황에서, AI 패권 경쟁은 단순히 양강 체제를 넘어 다극화로 향할 가능성이 큽니다.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말처럼, AI는 세계 곳곳에서 치열하게 진화 중입니다.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 압도적으로 앞서 있지만, 한국과 유럽, 이스라엘, 캐나다의 도전이 모여 언젠가는 균형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AI 레이스는 국가와 기업 모두에게 여전히 열려 있는 게임입니다.
<이스라엘의 AI21 Labs와 캐나다의 Cohere, 글로벌 언어 AI의 두 축>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대형언어모델(LLM)은 이제 단순한 연구 단계를 넘어 산업과 사회 전반에 파급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미국의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대형 기업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스라엘의 AI21 Labs와 캐나다의 Cohere는 각각 독창적인 기술적 강점과 사업 전략을 앞세워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주목할 만한 기업들입니다.
먼저 AI21 Labs는 2017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설립된 스타트업입니다. 창업진에는 스탠퍼드 교수 출신의 요아브 쇼함과 모빌아이의 공동창업자 아므논 샤슈아가 포함되어 있어 설립 단계부터 학문적 깊이와 산업 경험을 동시에 확보했습니다. 이 회사의 대표 모델인 Jurassic과 최신 버전인 Jamba는 장문 문맥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성능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문장 교정과 스타일 제안을 제공하는 Wordtune, 복잡한 작업을 단계별로 분해하고 오케스트레이션하는 Maestro는 AI21 Labs가 단순한 텍스트 생성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실질적인 ‘업무 동반자’로 기능하도록 설계되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AI21은 데이터 보안과 온프레미스 배포 등 기업 환경에 적합한 옵션을 제공하며, 금융·헬스케어와 같은 민감한 산업에서도 신뢰받을 수 있는 AI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반면, 2019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설립된 Cohere는 보다 실용적이고 기업 친화적인 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구글의 트랜스포머 논문 저자로 알려진 에이단 고메즈가 공동 창업자에 포함되어 있으며, 제품군은 Command, Embed, Rerank 등 비교적 직관적인 기능별 모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업 고객은 이들을 활용해 문서 요약, 분류, 정보 검색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Cohere가 내세우는 North 플랫폼은 내부 문서 관리와 지식 활용을 강화하는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으로, 실제 업무 흐름에 AI를 통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최근 캐나다 정부와 협력을 맺고 유럽에 지사를 확장하는 등 글로벌 사업 확장도 적극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두 기업은 공통적으로 기업 중심의 AI 활용과 데이터 보안·프라이버시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그러나 AI21 Labs가 창의적 글쓰기, 문장 교정, 복잡한 작업 처리 등 언어적 확장성과 창의성에 무게를 두는 반면, Cohere는 검색·요약·분류 같은 업무 효율성과 실용성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이스라엘과 캐나다라는 서로 다른 배경에서 출발했지만, AI21 Labs와 Cohere는 공통적으로 거대 기술 기업의 독주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길을 개척하며 글로벌 AI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앞으로 두 기업이 어떤 기술적 진보와 산업적 확장을 보여줄지 주목할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