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은 제동을, 시장은 가속을, 기업은 혁신을 밟는다
지난 10년 간 중국의 자율주행 육성 정책은 어떻게 이어져왔나난 10년 간 중국의 자율주행 육성 정책은 어떻게 이어져왔나?
중국은 지금 자율주행의 ‘정책 실험실’이자 산업의 테스트베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기점으로, 정부는 자율주행과 지능형 자동차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격상시켰습니다. 이후 10년 동안 중앙부처와 지방정부는 촘촘한 정책 사다리를 쌓아 올리며, 기술의 진화 속도에 맞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왔습니다.
2018년, 공업정보화부와 교통부가 공동으로 발표한 「스마트 커넥티드 자동차 도로 테스트 관리규범(시행)」은 중국 자율주행 산업의 첫 번째 분기점이었습니다. 이 규범은 기업이 지정된 구역 내에서 자율주행 기능을 실제 도로에서 시험할 수 있도록 허용한 최초의 제도입니다. ‘기술의 실험’을 법적으로 보호한 것입니다.
2020년에는 「스마트 자동차 혁신 발전 전략」이 등장하며 자율주행의 상용화를 구체적 로드맵으로 제시했습니다. 이 전략은 2025년까지 조건부 자율주행(L3) 차량의 대량생산을 실현하고, 고도 자율주행(L4) 차량의 제한적 시장화를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담았습니다. 중국은 이 시점을 ‘기술 실험에서 산업 실현으로 넘어가는 문턱’으로 규정했습니다.
2023년에는 「지능형 커넥티드 자동차 준입 및 도로 통행 시범통지」가 발표되며, 자율주행차가 실제 공공도로 위를 달릴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L3·L4 수준의 차량이 지정된 도시와 구간에서 도로 주행 시험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중국은 ‘실험의 나라’에서 ‘검증의 나라’로 나아갔습니다.
이후 2024년과 2025년에 걸쳐 정부는 OTA(Over-the-Air)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관리 강화와 자동차 데이터·안전 표준 고도화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로, 차량이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하는 시대에 법과 규제가 함께 진화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2025년의 중국 정부와 기업, 시장의 반응은?
2025년의 중국은 자율주행 산업의 ‘속도전’과 ‘제도전’을 동시에 치르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능형 커넥티드 자동차(ICV, Intelligent Connected Vehicle) 를 자동차 산업의 전략적 전환점으로 명확히 정의하며, 국가적 산업정책의 중심에 세웠습니다. 공업정보화부(MIIT)는 스마트 커넥티드카를 “자동차 산업 변혁의 전략 방향”으로 공식화했고, 실제로 2025년 1~7월 기준 신차 중 L2급 이상 운전자 보조장치(ADAS) 장착률이 62.6%에 이르렀습니다. 자율주행은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재의 산업 표준이 된 셈입니다.
정부는 혁신을 장려하는 가운데, 한편으로는 속도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7월에는 “속도를 내되 책임과 규제를 명확히 하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내며 보조운전 및 L3~L4급 자율주행 기술 확산 속도를 조정했습니다. 기술 발전의 가속과 더불어 규제 표준화 강화, 데이터 보안 체계 정비, 사고 책임 명확화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습니다. 또 차량-도로-클라우드(车-路-云) 통합 실증 사업을 통해 3만5천 km 이상의 시범도로와 20여 개의 테스트 도시를 구축하며, 전국적 스마트 인프라 기반을 확립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적 움직임은 산업 전반의 생태계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자율주행 핵심기술인 차량용 반도체, 센서, C-V2X 통신, 알고리즘 개발을 “완전한 산업사슬”로 통합해 전략적으로 육성 중입니다. 이에 따라 중국 ICV 시장은 2025년 약 1조 위안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기술·정책·자본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중국 특유의 ‘국가 시스템형 산업정책’이 완성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정책 신호에 즉각 반응했습니다. BYD는 자율주행 보조시스템 ‘God’s Eye’ 를 초저가 모델 ‘Seagull’ EV에까지 적용하며 “자율주행의 대중화”를 선언했습니다. 이는 고급 전기차 브랜드만의 특권으로 여겨지던 자율주행 기능을 보급형 차량으로 확장한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Baidu 역시 로보택시를 중심으로 한 실제 도심 운영을 우한 등 대도시에서 전개하며, 자율주행의 생활화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급속한 확산은 새로운 리스크를 불러왔습니다. Xiaomi SU7의 사고 이후, 자율주행 기능의 과장 광고와 책임 소재 불분명 문제가 불거지자, 당국은 즉각 경고를 내렸습니다. 이후 정부는 단계별 기능 명칭(L2·L3·L4)을 재정비하고, 책임보험 의무화·테스트 범위 제한·소프트웨어 OTA 인증 강화 등의 제도적 보완을 추진 중입니다. 이는 단순한 산업관리 차원을 넘어, 기술 신뢰성과 소비자 보호를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로 평가됩니다.
이렇듯 2025년의 중국 자율주행 산업은 ‘가속과 제동의 공존’ 속에서 균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정책은 속도를 조절하고, 시장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며, 기업은 기술의 대중화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가 차원의 인프라와 법제도를 다듬고, 기업은 AI·칩·데이터·차량 기술을 결합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중입니다.
요컨대 지금 중국의 자율주행은 기술 경쟁을 넘어, 정책·시장·기업이 서로를 교정하며 진화하는 국가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기술이 미래를 여는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더 이상 엔지니어가 아니라, 국가 그 자체입니다.
이 거대한 실험의 결과는 자율주행의 ‘중국식 모델’이 세계의 표준이 될지, 혹은 새로운 규제의 벽이 될지를 가를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