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형 AI 모델의 도전과 홍콩 상장 이야기
2019년 중국 베이징에서 칭화대학교(Tshinghua University) 출신 연구자들이 설립한 인공지능 스타트업이 등장합니다. 바로 지금의 Zhipu AI(Z.ai)입니다. 정식 법인은 Beijing Zhipu Huazhang Technology Co., Ltd.이며, 설립 당시부터 인간처럼 생각하는 기계를 목표로 했습니다. 창업자는 탕제(Tang Jie)와 리쥐안쯔(Li Juanzi) 두 명의 칭화대 교수입니다. 이들은 학계에서 오랫동안 대형 언어 모델 연구를 해왔고, 이를 산업화하기 위해 Zhipu AI를 설립했습니다.
탕제는 중국 칭화대학교 컴퓨터과학과 교수로, 중국 AI 학계에서 손꼽히는 지식그래프(Knowledge Graph) 및 데이터 마이닝 분야 권위자입니다. 그의 연구 커리어는 전통적인 자연어 처리나 통계적 머신러닝을 넘어, 지식 표현과 추론, 인간 지식의 구조화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탕제는 칭화대에서 지식공학·인공지능 연구센터를 이끌며, 대규모 그래프 데이터, 의미 추론, 인간 지식의 구조화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 왔습니다. 이는 단순히 문장을 잘 생성하는 AI가 아니라, 맥락과 구조를 이해하는 AI를 만들기 위한 접근입니다. Z.ai의 GLM(General Language Model)이 초기부터 언어 모델이 아니라 지식 기반 범용 모델을 지향한 배경에는 그의 연구 철학이 직접적으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리쥐안쯔 역시 칭화대학교 컴퓨터과학과 교수로, 중국 AI 학계에서 자연어 처리(NLP), 정보 추출, 지식 표현 분야의 대표적인 연구자입니다. 특히 대규모 텍스트 데이터에서 의미 단위, 관계, 개념을 추출하는 기술을 오랫동안 연구해 왔으며, 이는 대형 언어 모델 이전부터 이어진 커리어입니다. 리쥐안쯔의 연구는 AI가 말을 잘하게 만드는 것보다, 언어 뒤에 있는 구조와 논리를 어떻게 기계가 이해하게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그는 중국 내에서 LLM 이전 세대의 NLP 연구를 LLM 시대로 연결한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Z.ai는 초기부터 대형 언어 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 기술 개발에 집중해 왔습니다. 2021년에는 자체 개발한 GLM(General Language Model) 프레임워크를 처음으로 선보였고, 2022년 8월에는 GLM-130B라는 1300억 매개변수 수준의 대규모 언어 모델을 공개했습니다. 이 모델은 중국어와 영어 모두를 지원하는 초거대 모델로, 당시 중국 내에서 기술적 주목을 받았습니다.
기술 개발은 계속되었습니다. 2024년에는 GLM-4 시리즈가 발표되었고, 2025년 7월에는 GLM-4.5와 GLM-4.5 Air가 공개되었습니다. 이 버전은 오픈소스로 제공되며, 경쟁 모델 대비 운영 비용을 낮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GLM-4.6과 GLM-4.7의 경우, 입력토큰 100만개 당 0.60달러, 출력토큰 100만개 당 2.20달러 수준이고, 경량 모델인 GLM-4.5-Air는 입력토큰 100만개당 0.20달러, 출력토큰 100만개 당 1.10달러 수준이라고 합니다. 중국의 알리바바 Quen LLM 계열은 입력토큰 100만개 당 0.40달러 수준이고, 딥시크 R1은 입력토큰 100만개 당 0.28달러 수준으로 경량화 된 모델과 가격에 대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입니다.
참고로 미국의 주요 생성형 AI 서비스의 토큰 비용 수준은 다음과 같습니다(API 기준으로 실제 서비스/구독 비용과는 다를 수 있음). OpenAI는 GPU-4 Turbo 기준으로 입력토큰 100만개 당 10달러, 출력토큰 100만개 당 30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고, GPT-4o mini와 같은 경량형 모델은 0.15~0.60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GPT-5의 경우 입력토큰 100만개 당 1.25 달러, 출력토큰 100만개 당 10달러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Anthropic의 Claude Opus 4.5의 경우, 입력토큰 100만개 당 5달러, 출력토큰 100만개 당 25달러 수준이며, xAI의 Grok 4.1 Fast 모델은 입력토큰 100만개 당 0.20달러, 출력토큰 100만개 당 0.50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Google Gemini text API의 경우 입력토큰 100만개 당 0.15달러, 출력토큰 100만개 당 0.20달러 수준입니다. (물론 토큰 가격만으로 비교할 수는 없고, 모델 성능 대비 비교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해석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Zhipu는 GPT-4급 성능을 가성비 있게 제공하겠다는 지향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GPT-4 Turbo(백만토큰 당 입력 기준 10달러, 출력 기준 30달러)와 Claude Opus(입력 5달러, 출력 25달러) 대비 GLM-4.7은 입력 0.6달러, 출력 2.2달러로 10배 이상 저렴합니다. 아울러 중국 기업 대다수는 미국 AI 모델을 중국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중국 내에서 수집된 데이터의 해외 서버 이전에 엄격하며, 중장기적인 안정성을 갖고 API 서비를 이용하기에 중국 정부의 정책 리스크가 있음), 이런 점에서도 현실적인 대체제로 Zhipu와 같은 중국 모델이 주목받을 수 있습니다.
Z.ai의 조직 규모도 빠르게 확대되었습니다. 2024년 기준 직원 수는 800명 이상이며, 중국 내외 AI 업계에서 AI 호랑이(AI Tiger)로 불릴 정도로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특히 학계 기반 연구진과 산업계 투자자들이 결합되어 있어 기술 개발과 상용화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구조입니다.
Z.ai는 다수의 전략적 투자도 유치했습니다. 2023년부터 2025년 사이에 알리바바, 텐센트, 앤트그룹, 메이투안, 샤오미 등 중국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투자에 참여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의 Prosperity7 Ventures 등 해외 자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자본 유입은 회사의 연구개발과 글로벌 확장 전략을 뒷받침했습니다.
Z.ai의 기술과 전략은 단순히 모델 성능 경쟁을 넘어 오픈소스 전략과 비용 효율성을 강조합니다. 특히 GLM-4.5 시리즈는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개발자와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으며, 이는 중국 AI 생태계 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성장 과정에서 또 하나 중요한 전환점은 홍콩 증권거래소 상장(IPO)입니다. Z.ai는 2026년 1월 8일에 HKEX(홍콩 증권거래소)에서 상장했으며, 공모가는 주당 116.20홍콩달러, 총 약 43억5000만홍콩달러(약 5억6000만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이번 상장을 통해 회사 가치는 약 510억홍콩달러 수준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상장은 단지 자금 조달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2025년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에 A주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음에도 회신 지연이 이어지자, 회사는 홍콩 시장을 우선 선택했습니다. 이는 중국 AI 기업들이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됩니다.
물론 Z.ai는 재무적 측면에서 도전 과제도 안고 있습니다. 연구개발 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2025년 상반기 기준 매출이 비교적 제한적인 반면 순손실이 큰 폭으로 발생하는 등 수익성 확보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Z.ai의 성장 여정은 중국 AI 산업 전반의 변화를 반영합니다. 학계 기반 기술력을 산업 시장으로 가져와, 오픈소스·저비용 전략으로 확산시키고,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한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이는 향후 중국 AI가 글로벌 경쟁에서 어떤 차별점을 가질지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자 실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