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차 처리의 한계를 넘어서며 AI 시대의 기본 문법이 되기까지
2017년 구글은 자연어처리 분야에서 하나의 전환점을 만든 아키텍처를 공개했습니다. 트랜스포머(Transformer)입니다. 트랜스포머는 문장을 앞에서부터 차례로 읽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문장 전체를 한 번에 바라보며 단어들 사이의 관계를 계산하는 구조를 제안했습니다. 이는 자연어를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관계의 집합으로 해석하는 발상의 전환이었습니다.
https://arxiv.org/abs/1706.03762
트랜스포머의 핵심 개념은 셀프 어텐션(Self-Attention)입니다. 셀프 어텐션은 문장 속 각 단어가 다른 모든 단어를 동시에 참조하며 의미를 형성하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문장의 주어와 동사가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두 단어는 직접 연결된 것처럼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이 과정은 병렬적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문장이 길어져도 학습과 추론 속도를 크게 희생하지 않습니다. 기존 RNN(Recurrent Neural Network, 순차적으로 입력되는 데이터의 이전 정보를 내부 상태에 저장하며 시계열·문장처럼 순서가 중요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신경망 구조)이나 LSTM(Long Short-Term Memory, RNN의 장기 의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력·망각·출력 게이트를 도입해 중요한 정보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기억하도록 설계된 순환신경망)이 순차 처리 구조로 인해 속도와 확장성에서 한계를 가졌던 것과 대비되는 지점입니다.
이 아키텍처는 기계번역이라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번역 품질을 높이기 위해 모델은 점점 커졌지만, 학습 시간과 연산 비용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트랜스포머는 순환 구조를 제거하고 어텐션만으로 문맥을 처리함으로써, 더 높은 정확도와 더 빠른 학습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됐습니다. 그 결과 트랜스포머는 기존 번역 모델을 성능과 효율 양 측면에서 모두 앞지르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트랜스포머의 진정한 영향력은 이후에 드러났습니다. 이 구조는 번역에 머무르지 않고, 문서 이해, 질의응답, 요약, 검색, 대화형 AI로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인코더 구조를 활용한 언어 이해 모델, 디코더 구조를 활용한 생성 모델들이 잇달아 등장했고, 대규모 사전학습이라는 접근법과 결합되며 범용 언어모델의 표준이 됐습니다.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 음성, 코드까지 모두 토큰 단위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트랜스포머는 특정 분야의 모델이 아니라 범용 인공지능의 기본 골격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현재 트랜스포머는 AI 산업 전반의 공통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검색엔진의 문맥 이해, 기업 내부 문서 분석, 코드 작성 보조, 고객 응대 자동화 등 수많은 서비스가 트랜스포머 기반 모델 위에서 작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규모 언어모델은 단순한 언어 처리 도구를 넘어, 인간의 사고 과정을 보조하는 인터페이스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트랜스포머의 한계도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문장이 매우 길어질수록 연산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는 구조적 문제, 막대한 전력과 자원을 요구하는 학습 비용, 그리고 잘못된 정보를 그럴듯하게 생성하는 신뢰성 문제가 대표적입니다. 이에 따라 최근 논의의 초점은 트랜스포머를 대체하기보다는,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쓰고 보완할 것인가에 맞춰지고 있습니다. 긴 문맥을 더 싸게 처리하는 계산 기법, 필요한 부분만 활성화하는 전문가 혼합 구조, 외부 데이터베이스와 결합해 정확성을 높이는 방식 등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결국 트랜스포머의 의미는 하나의 모델 구조를 넘어섭니다. 이는 인간 언어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다시 정의했고, AI 개발의 속도와 방향 자체를 바꿔 놓았습니다. 다음 단계의 경쟁은 트랜스포머 이후의 완전한 대안이 아니라, 이 구조를 기반으로 얼마나 효율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트랜스포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AI 시대의 기본 문법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