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네틱스

전쟁의 계산에서 인공지능의 통치까지, 제어와 피드백의 사상이 만든 세계

by 드라이트리

사이버네틱스는 인공지능보다 오래된 개념이자, 인공지능을 가능하게 만든 가장 근본적인 사상 중 하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AI를 컴퓨터 기술의 산물로 이해하지만, AI라는 현상 뒤에는 인간과 기계를 동일한 언어로 설명하려는 오래된 지적 시도가 깔려 있습니다. 그 출발점이 바로 사이버네틱스입니다. 사이버네틱스는 단지 학문 분야가 아니라, 복잡한 세계를 통제하고 조정하며 안정화시키는 방법에 대한 철학이자 기술적 상상력이었습니다.


사이버네틱스라는 이름의 뿌리는 의외로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어원은 그리스어 쿠베르네테스에서 시작되는데, 이는 배를 조종하는 조타수, 혹은 항해를 통치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즉 사이버네틱스는 본래 조종, 통치, 조율의 감각을 담은 단어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어원이 후에 정치학에서 통치라는 의미로도 발전했다는 사실입니다. 사이버네틱스는 결국 기술의 언어로 재탄생한 통치론이기도 했습니다. 무엇을 통치하느냐가 달라졌을 뿐, 핵심은 언제나 방향을 잃지 않게 조정하는 기술이었습니다.


사이버네틱스가 본격적으로 학문적 체계를 갖춘 것은 20세기 중반, 제2차 세계대전 전후였습니다. 현대 사이버네틱스의 핵심 인물은 노버트 위너입니다. 위너는 전쟁 속에서 대공포 사격 통제 문제를 다루며, 매우 중요한 사실에 도달합니다. 적기를 맞추는 것은 단순히 목표를 향해 발사하는 문제가 아니라, 상대가 이동하며 변하는 상황을 예측하고 그 변화에 맞춰 지속적으로 조정하는 문제라는 점입니다. 이 과정에서 위너는 기계가 환경으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이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행동을 수정하며, 다시 결과를 관측하는 순환 구조를 주목합니다. 이것이 피드백이라는 개념으로 정리됩니다.


피드백은 사이버네틱스에서 중요한 개념입니다. 피드백이란 어떤 시스템이 자신의 행동 결과를 다시 입력으로 받아, 다음 행동을 수정하는 과정입니다. 이 구조가 단순히 기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 생태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주장 자체가 혁명적이었습니다. 인간의 몸이 체온을 유지하는 과정도, 경제가 인플레이션과 금리로 조정되는 과정도, 조직이 성과지표로 스스로를 개편하는 과정도 모두 피드백의 언어로 설명 가능해진 것입니다. 결국 사이버네틱스는 인간과 기계를 한데 묶는 공통 문법이 됩니다.


이때 사이버네틱스는 단지 공학과 수학의 영역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1940년대 후반부터 1950년대 초반 사이, 사이버네틱스는 지식인들의 가장 뜨거운 키워드가 됩니다. 생물학자, 정신의학자, 언어학자, 인류학자, 사회학자가 함께 모여 인간과 사회를 시스템으로 분석하는 담론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시스템이란 개념은 이후 경영학과 조직이론, 정책학에 깊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목표 설정, 정보 수집, 판단, 행동, 평가, 수정이라는 구조는 현대 조직 운영의 기본 형태로 굳어지게 됩니다.


사이버네틱스가 당시 그렇게 매혹적이었던 이유는 명확합니다. 인간을 포함한 복잡한 현실을 수학적이고 합리적인 언어로 정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세계는 혼란스럽고 예측 불가능하지만, 그 속에도 제어 가능한 질서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었습니다. 시스템을 설계하면 인간도 사회도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는 낙관이었습니다. 이 낙관은 냉전기 과학기술 패권 경쟁과 결합하면서 더욱 강력해졌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사이버네틱스는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현실은 너무 복잡했고, 인간은 단순한 입력과 출력의 존재로 환원되지 않았습니다. 사이버네틱스가 제어의 언어를 제공했지만, 인간의 욕망과 권력과 해석의 층위는 그 언어로 온전히 설명되기 어려웠습니다. 더구나 1960년대 이후 인공지능 연구가 독자적인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사이버네틱스는 학계의 전면에서 잠시 밀려나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상징주의 AI, 이후 기계학습과 통계 기반 접근이 주류가 되면서 사이버네틱스는 일종의 오래된 지적 유산처럼 다뤄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사이버네틱스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름만 달라졌을 뿐, 핵심은 지금도 기술 문명의 중심부에 살아있습니다. 현대의 머신러닝 시스템 역시 피드백 없이는 작동할 수 없습니다. 데이터는 모델을 바꾸고, 모델은 사용자 행동을 바꾸며, 사용자 행동은 다시 데이터가 됩니다. 디지털 플랫폼은 거대한 피드백 장치입니다. 추천 알고리즘은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개인의 취향을 재구성하며 방향을 조종합니다. 이때 사이버네틱스의 통치론적 뿌리가 다시 떠오르게 됩니다. 조종과 통치는 기술 속으로 들어갔고, 알고리즘은 시스템의 조타수가 됩니다.


현재 사이버네틱스는 두 가지 방식으로 부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복잡계 과학과 시스템 이론의 형태입니다. 생태계, 도시, 공급망, 금융시장은 모두 거대한 상호작용 시스템이며, 작은 충격이 연쇄적으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이런 세계에서는 선형적 예측보다 피드백과 안정성, 회복탄력성을 설계하는 능력이 중요해집니다. 사이버네틱스가 제공한 언어는 바로 이런 설계의 기반이 됩니다.


두 번째 부활은 AI 시대의 거버넌스 문제입니다. AI 모델이 점점 더 많은 의사결정을 대리하는 시대에, 사회는 새로운 통치 구조를 가지게 됩니다. 누가 데이터를 통제하는가, 누가 모델을 설계하는가, 어떤 목표함수를 선택하는가가 정책 그 자체가 됩니다. 알고리즘은 중립적인 계산기가 아니라, 규범을 구현하는 장치입니다. 사이버네틱스는 본래 기술과 통치가 연결된 개념이었고, 이제 그 본래성이 돌아온 셈입니다.


앞으로도 사이버네틱스는 단지 학술적 회고의 대상이 아니라, 앞으로의 문명을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AI는 똑똑한 도구를 넘어 사회적 운영체제가 되고 있습니다. 운영체제는 기본적으로 피드백을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입력을 받고, 상태를 계산하고, 출력으로 세계를 바꾸며, 다시 변화된 세계를 입력받습니다. 이는 사이버네틱스적 세계관입니다.


다만 이 전망에는 긴장이 포함됩니다. 사이버네틱스가 제안한 세계는 안정과 조정의 세계이지만, 동시에 감시와 통제의 세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기술이 인간의 삶을 더 부드럽게 조율하는 능력은, 반대로 인간을 더 정교하게 길들이는 능력으로도 작동합니다. 그래서 AI 시대의 사이버네틱스는 단지 제어의 기술이 아니라, 어떤 자유를 허용할 것인가를 묻는 윤리의 문제로 이어지게 됩니다.


사이버네틱스는 인간과 기계를 동일한 시스템 언어로 이해하려는 시도였습니다. 그 시도는 전쟁의 계산에서 시작했지만, 사회의 설계로 확장되었고, 이제는 AI와 알고리즘 거버넌스의 시대에 다시 가장 현실적인 질문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선택을 기계에 위임하고 있고, 기계는 피드백을 통해 인간을 다시 형성합니다. 사이버네틱스는 과거의 학문이 아니라, 이미 도래한 미래의 사고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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