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륨 이온 배터리(Sodium-Ion Battery)

소금 배터리가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

by 드라이트리

2026년, 배터리의 게임이 바뀌고 있다. 중국의 CATL(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Co., Ltd.)과 창안자동차(Changan Automobile)가 세계 최초로 나트륨 이온 배터리(Na-ion Battery)를 탑재한 양산 전기차를 공개하며 상용화를 본격화했다. 신형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400km 수준의 주행거리를 확보했고, 극한의 한랭 조건에서도 90% 이상 성능 유지가 보고됐다. 이는 전통적인 리튬 이온 배터리가 영하 20도에서 용량이 크게 떨어지는 것과 대비되는 성능이다.


배터리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리튬 가격의 폭등과 공급망 리스크가 산업 전체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 내 탄산리튬 가격은 2025년 고점 대비 크게 상승했고, 원자재 및 양극재 생산 기반 업체들은 생산 일시 중단과 가격 기준 논쟁에 빠졌다. 이런 혼란 속에서 CATL은 나트륨이라는 원료 기반의 새로운 배터리 전략을 꺼내 들었다.


왜 지금 ‘나트륨’인가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가장 큰 장점은 원료가 소금(나트륨)이라는 점이다. 지구상에 매장량이 풍부하고, 해수에도 존재하는 나트륨은 리튬처럼 특정 지역에 자원이 편중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공급망 리스크가 거의 없으며, 지정학적 위험성도 낮다.


비용 측면에서도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유리하다.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 셀의 원가는 kWh당 약 $53~95 범위로 평가되는 반면,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전망치 기준으로 $40/kWh 이하로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원료 비용이 낮고 제조 공정이 리튬 대비 단순하기 때문이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 기술은 2021년 CATL이 첫 번째 시제품을 공개하면서 시작되었고, 2025년에는 ‘Naxtra’라는 브랜드로 상용 제품을 내놓았다. 이후 2026년부터 대규모 적용을 목표로 승용차, 상용차, 배터리 교환 시스템, 에너지 저장장치(ESS) 등에 공급할 계획이 확정됐다.


나트륨의 강점


나트륨 배터리는 극한 온도에서 강점을 보인다. 산업 보도에 따르면 영하 -40°C에서도 사용 가능한 용량을 약 90% 이상 유지하며, 충전과 방전 성능이 안정적이다. 이는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가 추운 환경에서 급격히 성능이 떨어지는 것과 비교된다.


또한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구조적으로 리튬 대비 안전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재 또는 열 폭주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고, 충격과 온도 변화에도 안정된 특성을 보인다. 이 때문에 ESS(에너지 저장장치)와 같이 안전성이 중요한 곳에 우선적으로 도입이 늘고 있다.


에너지 저장 측면에서도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강점을 가진다. 별도의 냉각 시스템 없이도 운용 가능해 설치 비용과 유지비를 크게 낮출 수 있다는 평가다. 이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해소하기 위한 그리드 스케일 에너지 저장 솔루션에 큰 의미를 가진다.


단점과 현실의 제한


물론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모든 것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주요 한계는 에너지 밀도다. 현재 양산 수준의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약 175 Wh/kg 수준으로, 고급 리튬 이온(300~350 Wh/kg)에는 못 미친다. 이 때문에 장거리 전기차의 주행 성능을 목표로 하는 프리미엄 EV 시장에서는 아직 경쟁력이 낮다.


이러한 이유로 당장은 단·중거리 전기차, 이륜차, 상용차, ESS 등이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초기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비용·안전·한냉지 성능·공급망 안정성이라는 네 가지 무기를 활용해 특화 분야에서 자리를 잡아갈 수 있다.


시장 확산과 미래 전망


시장 조사 기관들은 나트륨 이온 배터리 시장이 2026년부터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률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2025년 약 26억 달러 수준이던 시장은 2035년에는 130억 달러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기술 성숙과 생산 능력 확대가 이러한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다.


CATL뿐 아니라 BYD, 소노펙(Sinopec)과 LG화학의 파트너십 등도 새로운 공급망과 생산 기반 구축에 참여하며 기술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특허와 생산능력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면서 글로벌 경쟁 구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맺음말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완전한 대체가 아니라, 리튬이 가진 한계를 보완하는 듀얼 전략에 가깝다. 저가형 전기차, 상용차, 그리드 저장 시스템 등에서 경제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며 점차 적용 범위를 넓히는 중이다.


이제는 리튬과 나트륨이 함께 에너지 저장의 미래를 이루는 시대가 시작됐다. 소금처럼 흔하지만 강력한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리튬의 왕좌를 완전히 대체할지, 아니면 보완적 파트너로 자리 잡을지 향후 시장 변화가 더욱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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