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중심으로
2020년 이후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 단연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는 핵심 시장이다. 스웨덴 기반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분석 업체인 EV-Volumes에서 밝힌 2020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324만대 수준에서, 2022년 1,052만대 수준으로 3년간 3배 수준으로 성장했다(순수전기차(BEV; Battery Electric Vehicles) 및 하이브리드차량(Plug in Hybrids) 포함).
2022년 기준으로 중국 시장은 전세계 전기차 시장의 59%를 차지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유럽과 북미 지역이 뒤를 잇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아세안(ASEAN)과 남아시아(인도) 지역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과 중국, 유럽 시장에 비해 한국에 상대적으로 전기차 시장 정보가 부족한 국가들이지만, 인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세 국가는 신흥시장으로서 빠르게 경제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정부의 전기차 보급 정책이 시작되고, 이에 맞춰 자동차 기업들도 현지 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를 하며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먼저 인도는 중국과 미국, 일본에 이은 세계 4위 규모의 자동차 생산국이며, 인도 정부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인도 첸나이에는 현대자동차 공장이 위치하여 생산공정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미 1조원 이상 투자를 통해 전기차 생산 시설을 완성했다. 2023년 5월, 현대자동차는 향후 10년 간 인도 전기차 시장에 3조 2천억원을 투자하여 연 120만대 생산 규모를 달성하겠다는 추가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편, 현지 자동차 제조업체인 타타 모터스(Tata Motors) 는 2022년 소형 SUV인 티아고 EV(Tiago.ev)를 출시하여 1500만원 수준의 저렴한 가격의 전기차를 선보였다.
다음으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아세안(ASEAN) 시장의 핵심적인 국가들이다. 인도네시아는 2023년 1월 테슬라(Tesla)가 중국 상하이에 이어 아시아 지역에 두번째 기가팩토리를 건설하기로 결정한 국가이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지역에서 자동차 시장 규모가 가장 크며, 전기차 보급이 시작되면서 현대자동차는 현지에서 2023년 1분기 기준 점유율 58.4%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베트남은 2021년 현지 자동차 제조사인 빈패스트(Vinfast)를 통해 VF e34 모델을 출시한 이후에 현재 VF6부터 VF9까지 4가지 전기차 SUV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베트남은 현재 9,983만명의 인구와 2022년 기준 8.0%의 빠른 경제성장 속도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신흥국가에서 드물게 빈(Vin)그룹을 중심으로 초기 단계지만 자동차 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CES 2023에서도 전기차 모델을 선보일 만큼 해외 전기차 SUV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위에서 언급한 인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세 국가는 모두 현재 전기차 시장은 중국과 유럽, 미국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향후 성장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으로 전기차 보급 전략 수립에 있어 중요한 지역들이다. 아울러 인도와 베트남은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자동차 제조사까지 등장한 상황이고, 인도네시아는 배터리 제조를 위한 원자재가 있는 지역이자 아세안 최대 인구 지역(세계 4위)로 거대한 시장을 가지고 있다.
2016년 파리기후협정 이후 빠르게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신흥국가들도 탄소중립 목표 제시와 탄소절감을 위한 자체적인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은 파리기후협정을 모두 비준하였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전기차 및 충전소 보급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은 모두 이륜차 보급이 잘 되어 있는 국가이며, 경제 성장에 따라 내연기관 차량 판매 역시 확대되고 있는 신흥시장이다. 오랫동안 아시아 지역에서 일본 자동차의 위상은 상당히 강력하게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분위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베트남 내연기관 시장에서 2020년 이후 한국은 일본과 더불어 판매량 1~2위를 다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도네시아에서는 일본 차량 브랜드가 95%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나, 전기차 시장 확대 움직임 속에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가 발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인도에서도 현대자동차는 2023년 1분기 기준으로 크레타와 셀토스 등 레저용 차량(RV) 모델의 성공적인 판매에 힘입어 인도와 일본 합작사인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를 보이고 있다. 이제 한국에게도 인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신흥시장은 중요한 자동차 판매처이다.
전기차의 경우 인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서 아직 본격적으로 열린 시장은 아니다. 하지만 빠른 경제성장과 인구 증가세를 봤을 때, 오늘보다는 내일이 기대되는 시장이다. 인도가 일본을 넘어 3대 자동차 시장이 된 것처럼,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인구 및 경제 성장 추세라면 이들 역시 향후에는 빠르게 성장하는 자동차 시장으로 보다 더 부각될 것이다. 앞으로 5~7년 이후인 2027~2030년 이후에 이들 신흥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초석을 잘 닦아 놓으면서 향후 변화의 흐름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들 3개 국가의 전기차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주요 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전동화 된(electrified) 이륜차와 삼륜차이다. 인도에서는 연간 전기차 판매량의 50% 이상이 두바퀴의 전기 오토바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인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은 이륜차와 삼륜차 시장의 거대한 크기에 비해 전기 이륜차, 삼륜차 차량의 판매량은 현재 시점에서는 미비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신흥시장이라는 명칭과 같이 향후 미래 전동화 시장의 한 축으로 이해를 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학습을 해두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중국과 대만 등 오토바이 보급이 잘된 지역에서는 배터리 교환(swap)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이 발달되어 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러한 시도들을 하고 있으며, 가장 대표적으로 대만의 고고로(Gogoro)의 경우 2011년 설립되어 현재 나스닥 상장사로 시가총액이 7.37억불(약 9,783억원)에 달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전기차 스타트업인 니오(Nio)는 이미 3년 이상 중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교환사업을 하고 있으며, 전동화 차량의 경우 안전 이슈로 배터리 스왑에 대한 논쟁이 활발하지만, 상대적으로 오토바이 시장에서는 배터리 스왑이 오히려 연료 교환 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1인당 GDP 수준이 1만불이 넘는 대만과 중국에서는 가계 내 가처분 소득이 차량을 사기에는 약간 부담스럽고, 오히려 전기 오토바이를 구매하기엔 감당이 가능한 수준이라 전동화 오토바이로의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다만 인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은 현재 1인당 GDP가 1만불이 채 되지 못하는 현재 수준으로는 현지 정부의 파격적인 보조금 정책 또는 조세 인센티브 전략 없이는 보급이 3년 이내의 단기간에는 쉬워 보이지는 않는 상황이다.
현재 인도와 인도네시아 지역은 테슬라가 기가팩토리 진출을 검토하는 국가 중 하나이다. 인도는 세계 3위의 자동차 시장이자 유럽과 아시아로 가는 기항지로서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인도네시아는 니켈 등 배터리 원자재를 현지에서 신속하게 조달 가능하며,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으로 거대한 시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트남 역시 현재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배터리 원자재들과 희토류 등을 보급받을 수 있는 아시아 국가 중 하나이며, 한국이 중국을 대체할 제조 공장으로 활발하게 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며, 빈그룹을 통해 전기차 보급에 드라이브가 걸리고 있는 국가이다.
인도에서 현대자동차는 1조원 이상의 투자를 통해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으며, 일본의 스즈키 역시 이에 뒤쳐질 새라 전기차 배터리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포드가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니켈 제련 공장을 인수했으며, 현대자동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공장을 공장을 건설 중에 있다. 베트남 역시 신흥시장으로 볼보가 2023년 중에 전기차 판매를 위해 XC40 등을 준비 중에 있으며, 2023년 중에 현대자동차 역시 닌빈에 있는 현지 공장에서 아이오닉5를 현지 생산하기 위한 검토 중에 있다.
리튬 이온 배터리 시장은 현재 차량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시장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향후 한국도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전통적인 대형 시장과 더불어 신흥 시장에도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