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드라이트리 Nov 07. 2023

측정과 지도의 역사, 그리고 고정밀 지도

고정밀지도와 디지털트윈이 만드는 자율주행과 스마트시티의 미래 알아보기

들어가면서: 지도 없이 살기 힘든 삶


어린 시절 지도를 보며 다른 지역과 공간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시절이 있었다. 지도는 우리 의식 속에서 공간의 지평을 넓혀주는 좋은 도구였다.


2023년 현재 네비게이션 없이 자동차 운전을 하는 것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90년대말 장거리 여행을 가거나 초행길인 잘 모르는 도시를 갈때면 우리는 조수석에서 운전자를 보조하며 종이 지도를 펼치고 현재 위치를 가늠하기 위해 애쓰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광범위하게 보급된 시기에는 네비게이션 앱을 켜면 손쉽게 내가 현재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와 가고자하는 목적지까지 가는 경로를 알 수 있다. 바야흐로 지도없이는 살기 힘든 삶이 되어 버렸다.


휴게소 위치나 고속도로 나들목(IC) 위치를 지도책에서 손으로 짚어가며 위치를 찾아가던 시절도 있었다.(출처:https://m.shop.interpark.com/product/)


그렇다면 측정과 지도의 역사는 어떻게 될까? 그릐고 고정밀지도란 무엇인지, 그리고 자율주행과 디지털트윈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측정과 지도의 짧은 역사


현재는 표준을 통해 무언가를 측정할 때 구체적인 방법을 통해 반복하여 재현할 수 있는 정확한 측정법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오랜 옛날에는 현대 과학과 같은 지식이 부재했기 때문에 무언가를 측정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과세나 무역 등을 위해서는 무언가의 무게를 정확히 측정하고, 시간을 재며, 거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인류 역사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것들을 측정하기 위한 단위와 방법들이 고안되어 왔다. 진시황의 도량형에서 시작하여, 야드파운드법, 미터법 등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부터 해시계나 물시계처럼 시간을 측정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식이 있었다.


지도는 공간에서 우리가 위치한 곳을 정확히 파악하고,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찾을 수 있는 주변 정보를 기호와 문자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지리적 공간을 축소하여 표현한 것이다.


가장 오래된 지도로는 고대 이집트 문명에서 파피루스지에 새긴 지도를 꼽지만, 현재까지 남아있는 지도를 기준으로 하면 기원전 700~500년 경의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바벨로니아 지도가 가장 초기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초기 형태의 지도 (출처 : https://www.icsm.gov.au/education/fundamentals-mapping/history-mapping)


그리스와 로마인들은 지도기술을 발전시켜 프톨레마이오스의 세계지도로 발전하게 된다. 중세시대에는 그리스 시대의 유산이 이슬람 지역의 학자들에게 넘어가고, 이것이 르네상스 시기의 유럽에 전파되어 계속 이어지게 된다. 아랍 학자였던 알 이드리시(Al-Idrisi)는 1154년 경 세계 지도를 제작하였다.


알 이드리시의 지도 복제품(1456년) (출처 : https://www.icsm.gov.au/education/fundamentals-mapping/history-mapping)


한국에서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가 1402년에 제작되었으며 현존하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지도이다. 동북아지역과 중동, 아프리카, 유럽 지역까지 표기된 지도이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모사본)(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본)(출처:https://ko.wikipedia.org/wiki/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근세의 큰 변화 중 하나는 1440년 구텐베르크에 의해 인쇄술이 발전하였다는 것으로, 이제 수도원에서만 지도제작을 하지 않게 되었다. 아울러 아메리카 대륙 발견과 동양으로의 확대로 인해 먼 곳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점에서 지도에 대한 수요가 커지게 된다.


1850년대 중반의 호주 지도(출처 : https://www.icsm.gov.au/education/fundamentals-mapping/history-mapping)


현대에는 위성과 측량 기술을 활용하여 정밀도 높은 지도를 제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인간 활동에서 지도는 중요한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2000년대에 출간된 Oblique Mercator Projection 지도(출처 : https://www.icsm.gov.au/education/fundamentals)


고정밀지도란?


고정밀지도(High-Definition map)는 자율주행에 사용되는 센치미터(cm) 수준의 정밀도를 갖춘 정확한 지도로 3D형태로 구현된다. 기존 지도가 네비게이션 목적으로 도로(road) 단위로 경로 탐색을 위해 구현된 것으로 정밀도가 1m 수준인 것과 달리, 고정밀지도는 자율주행을 위해 차선(lane) 단위로 신호등과 표지판, 연석, 노면마크와 같은 도로시설물과 차선의 중심선과 경계선, 각종 도로 구조물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고정밀지도는 라이다와 레이더, 카메라와 GPS 등의 센서 장착한 별도의 MMS(Mobile Mapping System) 차량을 통해 도로 주행을 하여 해당 지역의 정보를 수집하여 작성되며, 이 때 항공사진 역시 추가로 활용되기도 한다.


카카오모빌리틔 모바일 맵핑 시스템(MMS) 차량 (출처 : https://www.thelec.kr/news/articleView.html?idxno=16131)


고화질지도의 미래: 자율주행과 디지털트윈 적용 사례


고정밀지도가 자율주행에 필요한 이유는 자율주행 차량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하나, 자율주행차량이 강수와 강설 등 악천후 환경에서 차량의 차선인식이나 다른 객체 및 동체 파악이 제한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자율주행의 정확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 고화질지도를 활용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구글 웨이모(Google Waymo)가 자율주행을 2009년 이후 현재까지 진행하면서 고정밀지도를 보다 정밀하게 만들 수 있는 모델을 강화하고, 이를 활용하여 로보택시 주행을 진행하는 것과 같다.


웨이모 차량이 센서를 통해 수집하는 실시간 도로 정보 사진(출처 : https://waymo.com/blog/2020/09/the-waymo-driver-handbook-mapp)

웨이모 차량은 고정밀지도의 정보와 웨이모 차량의 센서에서 수집한 정보를 통합하여 도로 유형과 도로의 거리, 크기, 차선 병합, 정지신호, 횡단보도 등 주행 시 도로의 다양한 환경에 대해서 보다 정확한 이해를 할 수 있다. 이러한 고화질지도는 단순히 자율주행 차량의 운행에 필요한 기초정보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도로 환경에 대한 시뮬레이션 모델을 통해 여러 주행 시 상황들에 대해서 차량이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할지 보다 정밀한 판단을 할 수 있는 훈련도구로도 활용된다.


(출처 : https://waymo.com/blog/2020/09/the-waymo-driver-handbook-mapping.html)


앞서 언급한 시뮬레이션 부분의 연장선상에서 고정밀지도는 디지털트윈과 결합하여 앞으로 스마트시티에도 활용될 수 있다. 게임 심시티를 보면 도시 계획을 통해 실시간으로 도시 인프라와 여러 상황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한 데이터를 취득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고화질지도와 디지털트윈을 통한 스마트시티에서의 도시 관리 역시 이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고정밀지도를 통해 다양한 도시 인프라에 대한 확인이 가능하다. (출처 : https://www.ecopiatech.com/resources/blog/)


스마트도시에서 교통 최적화와 더불어 보행자 안전, 응급 서비스, 도시 주택 계획, 도로 인프라에 대한 관리가 가능해질 수 있다. 이러한 스마트시티의 각종 정보들이 고화질지도와 디지털트윈을 통해 실시간으로 구현될 수 있다면, 도시 내 보행자와 운전자가 A에서 B까지 이동할 때 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고, 도시 인프라에 대한 관리도 보다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고정밀지도의 구축과 실시간 업데이트, 플랫폼 운용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하지만 기술이 점차 고도화된다면, 우리가 꿈꾸는 기능들을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향후 고정밀지도와 다양한 센서, 디지털 트윈 기술들을 활용하여 자율주행과 스마트시티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이 보다 나아지기를 기대해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