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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라이트리 Nov 21. 2023

두 개의 삼국지: 핵무기와 AI

미국-소련-중국 vs 구글-MS-X.ai 사례 비교

시작하면서: 두 개의 삼국지


여기 두 개의 삼국지가 있다. 냉전 시기 물리적인 현실 세계에서 미국과 소련, 중국은 국제 정치의 패권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였다. 2023년 현재,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X.ai는 사이버 공간에서 디지털 기술의 승자가 되기 위해 AI 기술을 놓고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러한 두 장면은 과거 위, 촉, 오 3개 나라가 지역 패권을 놓고 세력 균형과 경쟁을 이어왔던 옛 삼국지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지리적인 패권을 놓고 지정학적 줄다리기를 하던 미국, 소련, 중국 간의 대결 구도와 AI 기술 주도권을 놓고 경쟁구도를 만들어가고 있는 구글과 MS, X.ai는 어떤 점에서 유사한 점을 가지고 있을까? 미국과 소련, 중국의 경우 핵무기와 전통적인 군사력 등 물리적인 힘의 영역에서 서로를 공격하거나 대결 구도가 폭력적으로 심화될 경우 낳을 수 있는 영향과 결과에 대해 세 국가의 지도자와 엘리트 관료들 사이에 명확한 인식이 밑바탕되어 있었다.


다만, 현재의 AI 기술 경쟁의 상황은 현재 범용으로 적용 가능한 AI인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가 Chat GPT와 Bard, Llama2와 같은 LLM 기반의 AI 모델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AI 기술이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과 파급력, 그리고 실제 딥테크들 간의 기술고도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글에서는 두 상황 모두 힘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점과 이에 대한 인지 필요성에 있어 유사한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앞으로 위기에 대응하는 공동의 목표와 가치를 어떻게 만들어 갈지에 대한 관점에서 본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냉전 시기 강대국 사례: 미국 vs 소련 vs 중국


2차 세계 대전 이후 독일과 이탈리아, 일본에게 승리를 거둔 미국과 소련, 중국은 승리의 기쁨도 잠시 자유진영의 미국과 공산진영의 소련, 중국으로 세력이 나뉘면서 전후 새로운 세계질서를 두고 경쟁하게 된다. 하지만 공산진영에서 소련과 중국은 상당히 미묘한 외교관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러시아제국은 16~17세기에 시베리아로 영토를 확장하였다. 아무르강(현재 중국 하얼빈 북쪽 지역) 인근에서 청나라와 러시아 제국은 충돌하였고, 1689년 네르친스크 조약을 통해 상호 간 국경을 잠정 확정지었다. 이후 청나라가 쇠퇴하면서 1860년에는 베이징 조약을 통해 연해주 지역이 러시아로 넘어가게 된다. 아울러 1895년부터 1901년까지 중국 다롄항구를 점령하게 되었다. 이와 함께 청 말기 다양한 이권들을 청으로부터 할양받은 역사가 있다.


1945년 2차 세계 대전이 끝났고, 1949년 마오쩌둥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한다. 1950년 중소우호동맹 상호원조조약을 통해 상호 군사동맹을 맺었지만, 소련은 제2차 국공내전 시기인 1945~1949년 사이에 중화민국(현재 대만)과 외교관계를 가지고 있었으며, 제2차 국공내전 시기에 중국공산당(현재 중국)에 대한 지원 또는 개입을 하지 않았다.


1950년 한국전쟁 이전 소련과 중국은 한국전쟁에 대한 승인을 놓고 서로 책임소재를 미루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시기만 해도 소련은 공산진영의 큰형 역할을, 중국은 작은형 역할을 나눠서 하고 있었다. 1950년  하지만, 이러한 관계도 1953년 스탈린 사망 이후 후르쇼프가 집권하게 되고, 만주와 몽골 지역 일대의 국경 지역을 두고 벌어진 1950년대말부터 소련과 중국은 공산주의 노선을 두고 경쟁하였고, 1960년대 소련과 중국 국경 분쟁과 더불어 히말라야 국경 지대를 놓고 벌어진 1962년 중국-인도 간 전쟁을 겪으면서 소련과 중국 관계도 소원하게 된다. 이때부터 소련과 중국은 노골적으로 공산진영의 패권 지위를 두고 경쟁적인 입장을 표명하게 된다.


1970년대 데탕트 시기를 맞이하여 미국과 중국은 핑퐁외교를 통해 화해무드를 조성하고, 1972년 미국 닉슨 대통령이 중국 마오쩌둥 주석을 만나 회담하였고, 1979년 정식으로 수교를 하며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수립하게 된다. 이때부터 중국과 미국은 소련의 확장주의 정책에 대해 경계하는 공통의 이해관계를 공유하게 된다.


미국과 소련은 1950년대 소련의 스푸트니크 발사 이후 우주 경쟁을 이어왔고, 1962년에는 쿠바 미사일 위기로 핵전쟁 위험이 커지기도 하였다. 미국과 소련은 1969년부터는 전략무기제한협정을 통해 군비 감축 협상을 시작하였다. 이후 1970년대 소련의 식량 공급과 공산품 제작 등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하였고, 1980년대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국력을 소진하고, 1980년대 중반부터 동구권 국가들에서 민주화 운동이 발생하면서, 소련 역시 1991년 붕괴하기에 이르른다.


미국과 소련, 중국 간의 관계에 있어 서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확전을 막아주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1950년대 한국전쟁과 1960년대 쿠바 미사일위기와 베트남전, 1980년대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이르기까지, 세 국가가 직간접적으로 얽힌 분쟁의 역사에 있어 제한적 또는 전면적 핵사용 등 그 수준은 다르지만 핵무기 사용에 대한 시나리오는 꾸준하게 전략적인 카드 중 하나로 검토되곤 하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상호확증파괴에 대한 위험과 더불어 핵무기가 가진 엄청난 파급력으로 인해 인류 문명이 절멸할수 있는 파괴적인 무기라는 것을 세 국가가 모두 잘 알고 있었다. 다음으로 세 국가가 글로벌 수준에서 힘의 균형을 나름대로 맞춰갈 수 있었고, 이러한 현상 유지에 대해 전략적으로 세 국가 모두 자국의 생존과 국익을 지키는 차원에서 암묵적인 동의와 타협, 때로는 전략적 인내를 할 수 있었다.



AI 빅테크 사례: 구글 vs MS vs X.ai


2022년 Open AI가 Chat-GPT(GPT 3.5)를 발표하면서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AlphaGo) 이후 세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인간과 같이 대화를 할 수 있는 AI 모델의 등장이었다는 점에서 Chat-GPT는 AI 혁명이라 불릴 정도로 큰 사회적인 관심을 받았다.


구글은 2001년부터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을 통해 사용자 철자를 교정하는 데 적용하면서 검색어를 완벽하게 기입하지 못하더라도 원하는 검색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이후 AI 기술에 대한 투자를 계속 이어나가서, 2006년 구글 번역(Google translate) 서비스를 출시하고, 2015년 TensorFlow를 통해 AI 모델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오픈소스 형태로 제공하였다. 2016년에는 알파고를 통해 바둑에 특화된 AI 프로그램을 개발하였고, TPU(Tensor Processing Unit)라는 AI 모델 훈련을 위한 전용칩을 개발하였다. 2017년 이후에도 AI 신경망 아키텍처를 점차 고도화하여 검색 품질 향상을 이어갔고, 2023년 Bard를 통해 대형 언어모델(LaMDA)를 출시하여 전 세계 40개 이상의 언어로 다양한 질문에 대해 기계가 응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출처: https://blog.google/technology/ai/google-ai-ml-timeline/)


MS의 경우 2016년 인공지능 개발을 통해 사람과 트위터에서 대화할 수 있는 딥러닝 기반의 프로그램을 개발하였으나, 유저들의 자극적인 반응 유도를 통해 여러 차별적인 답변들을 내놓으면서 논란에 휩쓸리면서 해당 기능을 중지하였다. MS는 2019년부터 OpenAI에 1조원 이상 꾸준히 투자해왔고, 2023년 10조원 이상의 투자를 발표하면서 GPT3에 대한 독점적 권한 확보와 더불어 애저로 대표되는 MS 클라우드 시스템 활용 등을 진행하며 인공지능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경쟁에 참여하였다. 최근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OpenAI의 CEO에서 해고당했다가 다시 복귀한 샘 알트만(Sam Altman)에 대해 MS의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CEO는 알트만을 MS에 합류시켜 새로운 AI 연구를 맡겨 향후 MS의 AI 기술 강화에 집중하는 포석을 보였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Open AI 초창기 설립을 주도한 이후 2018년 테슬라(Tesla)의 AI 기술과 잠재적 이해충돌을 이유로 Open AI 이사회를 떠난바 있다. 일론 머스크는 2022년 말, 트위터(현재 X) 인수 이후 내부 조직을 정비하고, 플랫폼 이름을 트위터에서 X로 바꿨다. 이후 2023년 6월, Chat-GPT에 대항할 수 있는 AI 모델을 만들겠다고 발표하고, 2023년 11월에는 X.ai를 통해 그록(Grok)이라는 AI 챗봇 모델을 베타 버전으로 공개하였다. 일론 머스크는 그록 모델을 고도화하여 X(과거 트위터)의 유료 구독 서비스에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애플과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등 다양한 빅테크 기업들 역시 막대한 자금력과 누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전용칩 개발과 AI 모델 고도화 등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기술경쟁을 이어오고 있다. 향후 치열한 경쟁을 통해 AI 시장에서 누가 주도권을 가져가느냐에 따라 해당 서비스와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테크 기업이 상당 부분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winner takes all)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AI 모델은 특정 영역에서 인간을 대신하여 자동화 업무를 수행하는 데 특화되어 있거나, 챗봇(Chat Bot)과 같은 AGI 모델을 통해 범용 서비스로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모색되고 있다. 현재는 단백질 구조 예측을 하는 인공지능인 AlphaFold나 바둑과 체스, 일본 장기 등을 스스로 학습한 인공지능인 AlphaZero, 체스에 특화된 AI 모델인 StockFish와 같이 좁은 특정 영역에서 인간의 수준에 100% 다가간 레벨5 수준의 AI까지 등장하고 있다.


(출처: https://arxiv.org/abs/2311.02462)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는 수준이 점점 높아져서 저숙련 노동부터 고숙련 노동과 전문성이 필요한 인간의 영역까지 대체하게 되는 상황에 대해 사회적으로 일자리 감축과 같은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들도 커지고 있다.



결론: 인류의 미래는?


과거 냉전의 경우 쿠바 미사일 사태와 같은 위기의 순간들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팽팽하게 힘의 균형이 유지될 수 있었던 근간에는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MAD)에 대한 두려움이 작용했다. AI의 경우에도 AI를 개발하는 딥테크 기업 간에 AI 개발의 파급력과 영향을 두고, 우리가 어디로 향해갈지에 대해 보다 폭넓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단순하게 AI 개발을 막아야 한다는 일차원적인 주장보다는, 앞으로 AI를 통해 사회에서 얻을 이익이 큰 만큼 현재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는 AI 기술 분야를 지속적으로 연구해야겠지만, 앞으로 AI 기술이 현재 어느정도 수준까지 와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인지와 더불어 AI가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사회적인 합의를 만들어나가는 시도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대 인류 문명에 있어 가장 큰 물리적 위협 중 하나가 핵무기라면, AI 기술은 인간의 노동과 인류 문명의 행동 양식과 사회 구성, 작동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성인 인간과 100% 동일한 성능의 범용 기능을 가진 AGI가 등장하였을 때, 이것이 21세기의 핵무기와 같은 파급력과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아직 범용 기능을 가진 AGI 개발이 초기 단계로 특정 분야에서 비숙련 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챗봇이 등장한 단계에서 이러한 논의가 다소 성급한 생각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오펜하이머가 핵무기 개발을 완성한 이후 그전으로 인류가 돌아가지 못한 것처럼, AI에 있어서도 유사하게 사회적으로 파급력을 인식하였을 때는 이미 사회적 파장과 영향이 확산된 이후일 수 있지 않은가하는 우려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아직 성인 인간의 역량 대비 초기 단계인 AI 기술 개발과 이를 통한 범용 기능이 다양한 실험 또는 베타테스트 단계인 상황에서, 앞으로 일어날 위험에 대해 다급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회와 문명의 유지 및 번영을 위하 어떤 기술이 가진 내용과 그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아야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가지 시나리오에 대한 검토는 필요한 부분이라고 보여진다. 예를 들어, 각국의 빅테크 중심으로 개발되는 AI 기술에 있어, 이것이 핵무기를 가진 일련의 국가들과 같이 그룹화되어 일부 기술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활용될 수 있고, AI 기술력이 각 기업들과 일부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세력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독과점으로 갈 위험도 있다.


냉전시기 핵무기 사용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미국과 소련, 중국 각 국가들이 서로 가진 핵무기의 영향력과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고, 이에 대해서 힘의 균형을 통해 현상유지를 이뤄가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각 테크 기업별로 지향하는 AI 기술 개발과 서비스의 확장의 미래 모습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분명한 것은 시민사회에서 AI 기술의 향방에 대해 예의 주시하며, AI 기술의 현재와 사회적 영향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나가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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