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권 멘토 /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하지 않고 살다 보면 어느 날 ‘나, 이거 왜 하고 있지?’라는 질문이 떠올랐을 때 대답하기 어려워져요. 미래는 알기 어려워요. 지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해보고 도전해봐요. 이 길이라는 확신은 없어도 괜찮아요. 도전해 보고 고민해도 되잖아요.
집중하면 평소에 느껴지지 않았던 소리까지 들을 수 있죠. 물가에서 새가 날아오르는 소리도 가까이에서 들으면 파도가 부서지듯이 들린답니다. 자연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 중 특히 동물이 소리로 상호작용하는 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유심히 연구하시는 장이권 멘토님은 탐험대학에서 생태 분야의 멘토님입니다. 생태에 관심 있는 대원들에게 소리가 잘 담기게 녹음하는 방법, 과학적으로 조사하는 방법, 그리고 소리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법까지 소리 연구의 처음과 끝을 알려주셨어요. 장이권 멘토님은 어떻게 소리 연구에 관심을 가지셨을까요?
소리 탐험에 눈을 뜨게 해 준, 부채명나방
제가 어렸을 때는 대부분 놀거리가 밖에 나가는 것 밖에 없었어요. 밖으로 나가 놀다 보면 알게 모르게 많은 생물들은 만나게 되죠. 녀석들을 자주 접하다 보니 관심이 생겨서 선택한 분야가 생태였어요. 석사 때 지도교수님의 연구종이 부채명나방이었어요. 부채명나방은 유충 때 꿀벌집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나방이에요. 꿀벌집은 사방이 먹을 것으로 채워져 있고, 꿀벌들의 노력으로 항상 같은 온습도를 유지하고, 포식자로부터 안전한 곳이에요. 꿀벌한테 들키지만 않으면 연약한 유충 입장에서는 성장하기 딱 좋은 환경이죠. 그래서 부채명나방 유충은 꿀벌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벌꿀집 벽으로만 다니다가 성체가 되면 부리나케 밖으로 나와요.
이 부채명나방의 암수가 소통하는 방법이 바로 ‘소리’를 이용하는 거예요. 수컷이 초음파를 내보내서 위치를 알리면 암컷이 짝을 찾아가죠. 제 첫 연구는 그 소리를 녹음하고 분석하는 거였어요.
나방은 초음파를 들어도 인간은 듣지 못하잖아요. 만약 들을 수 있다 해도 분명 그다지 좋은 소리는 아닐 거예요. 운율이 있는 아름다운 소리가 아니라 규칙적인 딱 딱하고 내는 소리에 가까우니까요. 그래도 직접 듣지 못한다는 게 아쉬웠어요. 보통 생태 연구라고 하면 맨날 야외에서 채집도 하고 실험도 할 거라 생각했는데 부채명나방은 연구실 안에서 쉽게 키울 수 있는 동물이라 밖에 나갈 일이 없었어요. 실험 동물로서 부채명나방은 완벽해요. 질병도 없고, 먹이도 만들기 쉽고, 번식도 쉽게 해요. 원하는 대로 실험 결과도 잘 나오거든요. 하지만 밤낮 구분이 안되는 어두컴컴한 실험실 안에만 계속 갇혀서 연구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음 연구 동물은 꼭 내 귀로 들을 수 있는 종으로 정하자고 다짐했어요. 그렇게 연구하게 된 생물이 예쁜 소리를 내며 야외에서 실험할 수 있는 귀뚜라미였어요.
귀뚜라미도 수컷이 소리를 내면 암컷이 찾아가서 짝짓기를 하는데, 이 경쟁으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연구했어요. 수컷 귀뚜라미가 내는 다양한 소리가 어떤 뜻을 가지고 있는지, 수컷과 수컷의 경쟁, 행동과 소리의 관계 등 다방면으로 연구를 진행했죠. 지금은 귀뚜라미 뿐만 아니라, 양서류, 매미, 새 등 다양한 생물의 소리를 연구하고 있어요.
연구종을 정할 때는 기준이 있어요. 바로 첫 번째가 ‘재미있는가(학술적으로 가치가 있는가)’, 두 번째가 ‘가능한가’, 세 번째가 ‘용이한가’예요. 첫 번째와 두 번째 기준이 충족하더라도 세 번째 기준이 충족되지 않으면 연구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학생들이 새로 연구를 시작할 때 꼭 이런 세 가지 기준을 고려해서 연구종을 선택하라고 조언하죠.
문제 해결은 시작한 다음에 온다
생태를 연구할 때 어려움이 없었냐고요? 매 순간이 어려웠죠! 졸업 논문을 완성하는 것도 처음에는 너무 어려웠어요. 마침내 완성해서 학술지에 기고했지만 계속 거절당했어요. 시간이 아주 오래 지난 되에 출판되었죠. 그 다음에는 연구직 자리를 얻어야 했어요. 이것도 단번에 이루어지지는 않았답니다. 수 없는 거절을 당한 끝에 저를 받아주는 곳을 찾았어요.
힘들었지만 그런 일들을 모두 이겨낼 수 있었던 방법은 많이 고민하지 않고 짧은 목표를 세우는 것이었어요. 논문을 쓸 때는 논문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였고, 논문을 완성했을 때는 학술지에 실리는 것이 목표였어요. 많은 사람들이 너무 ‘인생’을 고민하는 것 같아요. ‘이 결정을 하면 내 인생에 이런 영향이 있겠지?’ 하면서 행동하기를 주저하죠. 하지만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고, 지금은 그 속도가 빨라졌죠. 이런 세상에서 내 행동의 영향을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어려워요. 그리고 고민한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들이 많아요.
그래서 저는 하고 싶다면 일단 시작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시작하면 분명히 문제와 어려움을 만날 거예요. 그리고 실수도 많이 할 거예요. 저도 ‘시작하지 말 걸,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한 일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때마다 바로 앞에 놓인 문제를 하나 하나 해결하다 보면 이루어 낸 것이 분명 있을 거예요. 고민한다고 달라질 결과가 아니라면 고민하지 말고 시작하세요! 문제 해결은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아요.
세상 값진 우리나라 도마뱀 도감
저는 학생들이 지구사랑탐사대나 탐험대학처럼 긴 프로젝트를 꼭 경험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지구사랑탐사대를 하는 학생들이 꼭 생태학자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생태를 좋아해서 온 친구도 있겠지만,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온 친구들도 있어요. 하지만 지구사랑탐사대나 탐험대학을 시작하기로 결심하면, 1년 내내 여러가지 활동과 미션을 수행하게 되죠. 수행한다고 해서 큰 보상이 따라오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리고 중간에 여러 어려움을 겪을지라도 끝까지 가 보는 거예요. 긴 시간을 투자하겠다고 결심하는 것, 그리고 눈에 보이는 이익이 없이도 완주하는 이 과정이 학생들에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부가 되었던, 연구가 되었던 이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에요.
탐험대학에서 함께 했던 한 중학생 탐험대원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한국에 사는 모든 도마뱀 8종을 직접 찾아서 사진을 찍고 도감을 만들었어요. 마지막에는 다가오는 겨울 때문에 도마뱀을 찾을 수 있는 시기를 놓칠까 봐 부모님 없이 기차를 타고 혼자 부산에 간 적도 있었죠. 그러다가 핸드폰을 잃어버리는 해프닝도 있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12종 모두 찾아서 기록해서 도감을 만들었어요. 그 도감은 디자인 완성도가 높진 않았지만, 저는 스스로 도마뱀을 찾아다녔다는 것, 그리고 결국에는 완성했다는 것이 더 값지다고 생각해요.
인생은 자신을 탐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런 장기 프로젝트는 자기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는 방법이 될 거예요.
*지구사랑탐사대는 어린이과학동아에서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시민참여과학 프로젝트입니다. 다양한 생태 전문가들이 연구 질문을 제시하면, 여러 대원이 활동하며 데이터를 모아 연구에 참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