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희 멘토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
우주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우주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나와는 맞닿아 있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누구나 우주 과학자가 될 수 있답니다. 탐험대학에서 제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나 이제 우주해도 되겠다’라는 말을 들었던 순간이에요. 우주탐험에 매력을 느낀다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해보세요.
21세기 우주개발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 국가가 주도하던 우주 개발에서 혁신적인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이른바 뉴스페이스로 부르는 새로운 흐름이 생겨났죠. 단순히 우주에 가는 것을 넘어 우주에서의 삶을 꿈꾸는 시대가 되기까지는 정말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 거예요. 넘어지고 좌절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우리는 이전에는 몰랐던 뜻밖의 새로운 길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우주를 향해 한 발짝,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임석희 박사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처음에 생각한 길로 가야만 목표에 다다를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내가 하고 싶은 일, 간절히 바란 어떤 것을 이루지 못한 것을 실패라고 한다면, 제 삶은 성공이 아닌 실패의 연속이었어요. 저는 처음에 제가 원하던 대학을 가지 못했고, 바라던 학과에 진학한 것도 아니었어요. 우주공학과에 가고 싶었는데 화학공학과에 가게 되었죠. 대신 로켓 동아리에 들어가서 로켓을 만들었어요. 로켓을 만들려면 로켓엔진이 필요했는데 화학공학과에서 공부한 것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어요.
졸업할 때 즈음 마침 적합한 자리가 있는 회사가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취업이 쉽지 않았어요. 취직을 할까 유학을 갈까 고민했는데 취직이 안 되다 보니 남은 선택지가 유학밖에 없어 유학을 가게 되었죠.
고체엔진을 공부하러 유학을 갔는데 고체엔진은 무기로 분류되어서 외국인은 공부할 수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계획에 없던 액체엔진을 공부하게 됐죠. 어학연수를 할 때는 기숙사만은 한국인이 많은 기숙사로 배정받고 싶었는데 하필 한국인이라고는 저 밖에 없는 기숙사를 배정받았어요. 그 당시에는 외롭고 힘들었지만 뒤돌아 생각해보니 러시아어를 빨리 배우게 된 기회였어요. 입학했을 때는 거의 70% 이상을 알아들을 수 있었으니까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액체로켓엔진을 공부하고 돌아왔더니 우리나라에서 액체 로켓을 만든 대요. 그래서 항공우주연구원에 취직하게 되었어요.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꼭 처음에 생각했던 대로 가지 않아도 나는 할 수 있다”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인생은 그런 연속인 것 같아요. 실패하거나 무언가 잘 안되었을 때 다른 방법을 찾거나 다른 길로 갔을 때 뜻밖의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해요. 목표를 향해가는 길에는 수많은 갈래가 있어요. 방향만 맞다면 조금 돌아가더라도 언젠간 원하는 곳에 다다를 수 있을 거예요.
누구나 우주과학자가 될 수 있어요
작년은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지 50주년이 되던 해였어요. 왜 그동안은 달에 가지 못했을까요? 옛날에는 ‘달에 가는 것’이 목표였다면 지금은 ‘달에 가서 사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에요. 달에 가서 산다는 건 지구에 있는 모든 것을 다 달에 가져가야 한다는 뜻이에요. 집도 있어야 하고 주유소도 있어야 하고 음식도 필요하죠. 달에서 쉘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건설 기술연구원도 나사와 함께 연구하고 있어요. 3D 스캐닝 기술, AI 기술도 탐사에 필요하죠. 희토류, 귀금속, 얼음 등을 채집하기 위해 석탄을 채광하는 기술도 우주에서 필요해요.
우주 세계를 꿈꾸고 실현하는 방법은 항공우주공학 분야에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내가 천문학, 수학 이런 것을 잘해야 지만 우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일상생활에 있는 모든 것, 모든 분야가 다 우주하고 연결될 수 있어요. 우주과학자가 되고 싶다면 우주에 대한 관심을 이어 나가며 나와 우주를 연결시키는 연습을 해보세요.
꽂히면 용기를 따로 낼 이유가 없어요
고등학생 때까지 우리 엄마가 저를 부르던 별명은 ‘20분’이었어요. 방에 들어가면 정확하게 20분 만에 나오는 거예요. 집중을 하다가도 20분이 지나면 나와서 엄마한테 말을 걸거나 냉장고를 열어 보거나 거실을 돌아다니거나 그랬어요(웃음). 고등학생 때까지는 그랬는데 대학교에 가서 로켓을 만들면서 집중력이 엄청 늘어났던 것 같아요.
대학교 1학년 때 기말고사가 끝나는 날 로켓 동아리에 들어갔어요. 여름방학 내내 학교에 나가서 가위질을 하고 종이를 밀고 기판을 만들며 정말 한 땀 한 땀 로켓을 만들었어요. 동아리 방에서 거의 매일 살다시피 했죠. 처음 해보는 거라서 시행착오도 엄청나게 겪고 공구도 많이 고장 냈어요. 그렇게 밤새워가며 만든 로켓을 갖고 소형 로켓 발사대회에 나갔죠. 딱 발사를 하고 로켓이 수직으로 쭉 뻗어 올라갔을 때 처음으로 강렬한 짜릿함을 느꼈어요. 그때 이후로 뭔가에 꽂히는 일이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두하게 된 것 같아요.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이런 기쁨이 있구나 라는 것을 맛보았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할 때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 겁내지 않고 뛰어들 수 있었어요.
러시아로 유학을 갈 때도 무섭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무섭지 않다는 게 아니라 무섭다는 생각 자체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죠. 내가 무언가 하고 싶다고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생각 자체를 아예 안 하게 되는 거 같아요. 만약 이건 이래서 힘들 것 같고 저건 저래서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면 그건 좋아하는 마음이 아직 약간 부족한 거예요. 좋아하는 일이고 그것에 꽂히면 용기를 따로 낼 이유가 없어요. 그냥 하게 돼요. 남들이 볼 땐 용기를 낸 것이지만요.
일단 해봐야 보이는 것들
로켓동아리에서 로켓을 만들 때 정말 0에서부터 다 만들었어요. 낙하산 타이머를 만들기 위해 회로도 공부를 하고 기본적인 소자는 선배들에게 배워가며 빵판(브래드 보드)에 테스트를 했어요. 빵판에서 되면 이 회로도를 그대로 구리 기판에 옮기는데 분명 똑같이 했는데도 빵판에서는 됐던 게 구리 기판에서는 안 되는 거예요. 그럼 테스터기로 어디가 문제인지 하나하나 확인을 해보고 잘못 연결되어 있는 부분을 찾아서 다시 똑바로 꽂아요. 이제 정말 완성된 기판을 갖고 테스트를 하는데 이번엔 타이머는 되는데 낙하산은 안 펼쳐지는 거예요. 거기서 제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어요(웃음). 똑같은 문제가 생겼을 때 저는 ‘하라는 대로 했는데 왜 안돼?’하고 화를 내는 스타일이었다면 친구는 ‘어디가 문제인지 찾아내고 말겠어!’하는 스타일이었어요. 오히려 그런 부분에서 더 재미를 찾는 사람인 거죠.
로켓을 만들었던 경험은 엔진을 파고드는 계기가 됨과 동시에 전자에는 도통 흥미가 없다는 것도 알게 해 주었어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를 알려면 일단 뭐라도 해봐야 돼요. 내가 몰랐었던 나의 어떤 부분이 해보는 과정에서 발견되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