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트위크-2 (청담동에서 삼성동까지)

Kiaf / Frieze / 그리고 Frieze 청담 나잇

by 윤재원

9월 3일(수)


올해로 4회째를 맞는 Frieze Seoul. 그동안 여러 동네에서 열리는 Frieze Night까지는 가보지 못했는데, 올해 좋은 기회가 있어 시간을 내 청담 Night을 즐기고 왔다. 진지하게 전시를 관람하기보다는 저녁 늦은 시간까지 오픈하는 각 갤러리들에서 가볍게 주전부리를 즐기며 수다를 떠는 사람들의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김리아 갤러리에서 구자현 작가와 프랑스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 Repossi와의 특별 협업 전시 오프닝에 초대를 해주셨다.

구자현 작가는 완벽한 평면을 만들기 위한 바탕작업 위 두께 0.001mm 안팎의 금박을 올려 작품을 만들어내며, 고도의 몰입과 섬세함이 깃든 장인정신을 가지고 작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작품들은 공예의 영역을 떠올리게 할 만큼 치밀하고 정제된 아름다움을 지닌다. 그의 작품 곁에 레포시의 주얼리가 놓이자 하이엔드 주얼리가 품어야 할 정교함과 장인정신이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덧입혀져 그 가치가 더욱 빛나 보였다. 레포시와 함께하는 전시는 9월 6일 막을 내렸고, 구자현 작가의 개인전 '無題(무제)'는 10월 2일까지 계속된다.

KakaoTalk_20250907_222944792.jpg 구자현 - UNTITLED / Repossi - BLAST



'송은'은 스위스의 설계사무실 Herzog & de Meuron이 우리나라에 설계한 첫 프로젝트이다. '송은'의 소유주인 (주)삼탄의 회장이자 송은문화재단의 이사장님께서는 그들에게 단순히 건축물 설계를 맡긴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작품을 산다는 생각으로 엄청난 설계비를 주고 설계를 맡기셨다고 한다. 충분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만들어진 이 건축물은 국내에서 손꼽히게 완성도 높은 건축물 중 하나가 되었다.

현재 필자는 이 설계사무실과 함께 서울 서초동 구 국군정보사령부 부지에 '서리풀 보이는 수장고'를 설계 중이다. '송은'의 관장님이 현재 진행하고 프로젝트의 자문위원이셔서, 작년 여름 좋은 기회로 송은의 프라이빗 공간들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그때 들어가 봤던 지하 2층의 전시형 수장고의 두툼한 문이 오늘은 웬일로 살그머니 열려있었고, 기존에 공개되지 않았던 이 공간에 정소영 작가의 신작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하 2층부터 지상 2,3층에 걸친 메인 전시공간에는 그룹전 <PANORAMA>가 열리고 있었는데, 학부생 시절 미술관 설계 스튜디오의 공동 지도를 맡아주신 이주요 작가님의 작업을 오랜만에 만나볼 수 있었다. 본인이 다른 작가들과 함께 진행했던 프로젝트에 대해 보드에 직접 작성한 삐뚤빼뚤한 글과 그림을 천천히 들여다보면, 주변에 놓여있는 선뜻 이해할 수 없었던 작품들의 스토리가 이해되며 머릿속에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 드는 재미있는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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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영 개인전 - HALF MOON CLUB의 작품들 / 이주요 - 작품은 어디로 가는가?



이후 글래드스톤 갤러리를 들러 우고 론디노네의 직관적으로 예뻤던 수채화 작업들을 가볍게 둘러보았다.

KakaoTalk_20250907_222944792_04.jpg Ugo Rondinone - Lake Paintings


귀가를 위해 지하철을 타러 청담역으로 걸어가던 중 저 멀리 수많은 인파가 눈에 들어왔다. 9월 3일 들렀던 모든 장소들 중 가장 많은 사람이 모여있던 그곳은 다름 아닌 지갤러리 앞 '떡볶이 트럭'이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 갤러리는 차마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했고, 떡볶이와 음료를 먹고 마시며 시끌벅적하게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을 마치 하나의 거대한 퍼포먼스를 감상하는 듯한 기분으로 바라보았다. 오늘의 행사를 통해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전시공간에 들르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향했다.



9월 5일(금)


갤러리, 미술관, 박물관, 수장고, 아트페어는 각각 감상하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소 백화점에 쇼핑을 하러 가도 물건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피고 구매하기보다는 지나다니다 눈에 확 띄는 것을 주로 구매하는 편이다. 아트페어를 관람할 때도 마찬가지로 쇼핑을 하는 관점으로 산책하듯 돌아다니다 직관적으로 마음이 가는 작품들 위주로 사진을 찍고 크레딧을 모아 온다. 집에 돌아와 다른 분들의 인스타나 블로그 등을 둘러보며 취향의 다향성을 느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래는 올해 Kiaf / Frieze를 둘러보다 가장 눈에 띄었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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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esita Fernández - Liquid Horizon 2 / Lehmann Maupin Gallery


평소 멀리서 바라보는 산과 바다의 모습을 좋아한다. 수많은 나무들의 불규칙한 이파리 끝선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굵직한 산세와 잔잔히 물결치는 파도가 모여 거대한 수평선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감상할 때마다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하곤 한다. 그래서인지 수많은 작품들 사이에서도 그녀의 작품이 유독 한눈에 들어온 것 같다. 늦은 밤 바라보는 수평선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검푸른 색감의 차분한 이미지.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니 아래는 목탄, 위로는 모래와 청색 안료 등을 층층이 쌓아 올려 재질감이 느껴진다. 회화적인 느낌을 주는 조각이라고 해야 할까. 히로시 스기모토의 흑백 수평선 사진처럼 한없이 바라보며 사색에 잠길 수 있을 것 같아 소장하고 싶은 작업이었다. 때마침 그녀의 개인전 [지층의 바다]가 한남동 리만머핀 갤러리에서 2025년 8월 27일부터 10월 25일까지 열리고 있으니 들러서 감상해 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