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튼서울 자서전' 관람 후 생각난 '테이트 모던'
피크닉에서 '힐튼서울 자서전' 전시가 한창 진행 중이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은 대한민국 현대건축사에서 상징적인 건물로 평가된다. 1983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건축가 김종성의 대표작으로, 그의 스승인 미스 반 데 로에의 영향을 받은 한국 모더니즘 건축물의 대표작이다. 구조의 단순성과 재료의 정직성을 중시했고, 디테일들까지 미스를 계승하여 건물 전체가 절제된 비례감과 명료한 볼륨감으로 구성되었다. 당시에 드물었던 건식 공법과 국내 기술을 적용한 알루미늄 커튼월 시스템의 도입을 통해 당대 건축 시공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도 한 작품이다.
1. 고급 재료의 세련된 조화
건축가는 100년 후에도 변치 않을 고전적 품격을 목표로 청동, 트래버틴, 그린마블, 오크패널 등 네 가지 핵심 재료를 선별해 사용하였다. 이들은 시간의 흔적을 담는 재료로서, 밀레니엄 힐튼 서울 내부의 깊이감과 고급스러운 질감을 형성했다.
2. 공공성을 고려한 대공간 설계
밀레니엄 힐튼 서울의 가장 대표적인 공간은 18m 높이의 로비 아트리움이다. 지하 2층에서 지상 1층까지 수직으로 트인 이 공간은 천창으로 자연광을 받아들이며, 내부 분수와 조경을 활용하여 도시 안의 ‘개방된 정원’을 구현했다. 이는 당시 한국 호텔 구조의 상업적 폐쇄성과 대조되는 혁신적인 시도였다.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비록 지금 형태는 남아있지 않지만, 이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하나의 건물에 대한 각자의 기억을 되짚고 자신의 자식과 손자들에게 건물에 얽힌 추억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한 건물이 이토록 사랑받을 수 있음에 놀라웠다. 그리고 이를 설계하신 김종성 건축가가 참 부러우면서 감사했다. 앞으로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좋은 건축물을 기억하거나 보존하며 활용할 수 있는 사례들이 점차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리모델링의 좋은 사례로 손꼽히는 런던의 테이트 모던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현재 함께 서리풀 보이는 수장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스위스의 건축설계사무소 Herzog & de Meuron이 리모델링한 런던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은 산업 유산을 재생건축으로 승화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1940~50년대 지어진 뱅크사이드 발전소(Bankside Power Station)를 그대로 보존한 채, 내부를 현대 미술관으로 전환하여 도시의 문화적 중심지로 재탄생시켰다.
1. 산업 유산 보존과 현대적 해석
기존 발전소의 중앙 굴뚝, 벽돌 외벽, 터빈홀은 그대로 유지하였다. 외형은 거의 손대지 않고, 옥상에는 '라이트빔(Light Beam)'이라 불리는 유리 구조물을 추가해 새로운 형태를 형성하였다. 이렇게 절제된 개입을 통해 기존 건물의 형태를 최대한 존중하며 현대적인 감각이 공존하는 조형성을 가진 건물로 재탄생하였다.
2. 내부 공간 다르게 활용하기
중앙의 터빈홀은 초대형 설치 작품을 위한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하였고, 보일러실들은 중소형 갤러리로 변형되었다. 내부는 콘크리트와 철재의 거친 질감을 그대로 노출해 산업적인 미감을 유지하였고, 거대한 터빈홀을 분할하지 않고 하나의 새로운 전시공간으로 과감하게 제시하여 2003-2004년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의 The Weather Project 같은 현대 예술 작가들의 다양한 실험의 장이 될 수 있었다.
이처럼 테이트 모던의 리모델링은 구조적인 건물의 수명 연장뿐만 아니라 '건축이 도시문화를 갱신하는 장치'로서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 역시 철거 대신 재해석의 길을 선택했다면, 서울 한복판에 남아있는 탁월한 도시재생의 상징적인 공간이 되었을 가능성도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