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f, Frieze Seoul이 열리는 주간. 동시에 수많은 갤러리들이 밤늦게까지 손님들을 맞이하며, 국립현대미술관도 9월 1일부터 10일까지는 무료로 개방하여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전시를 관람하기에 최적인 주간. 게다가 와이프가 기획 및 작품을 출품한 전시도 오픈하고, 서울공예박물관의 쇼윈도 갤러리에 지인의 작품까지 전시되고 있어 넉넉하게 볼 둘러볼 전시가 많았다. 1화는 인사동에서 소격동까지 이어진 전시 관람, 2화는 청담동에서 삼성동까지 이어진 전시 관람을 기록하고자 한다.
인사동 아지트미술관에서 Co-MMotion International Media Art Festa의 제1회 전시인 [공진]이 오픈하였다. 전시 기간은 2025년 8월 31일부터 9월 11일까지.
12개국에서 활동하는 30명의 국제 예술가들이 회화, 설치, 비디오, 디지털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예술적 형식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동시대적 과제를 탐구하고 새롭게 해석하는 공진의 장(場)을 마련하고자 기획된 이번 전시는 와이프가 기획에도 참여하고 작품도 출품하여 보다 뜻깊은 전시가 되었다.
설치된 작품들 중 하나인 <Light Collection>은 여러 장소의 빛을 수집하여 전시공간에 투영한다. 작품을 마주하는 관람객은 이 빛이 전시공간 어딘가를 통해 들어오는 것인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알 수 없는 채 감상을 하게 된다. 이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는 요즘, 우리의 인식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진실과 허구의 구분이 어떻게 모호해지는지를 드러낸다. 전 세계의 다양한 곳에서 모이게 될 빛들이 다양한 공간에 앞으로 어떻게 다채롭게 전시될지 기대되는 작업이었다.
아지트미술관 오프닝을 무사히 마친 후 서울공예박물관으로 향했다.
39세 이하 공예작가들을 대상으로 작품을 공모, 선정하는 2025년 '시민소통 공예프로그램' 선정작인 이민영 작가의 <가지가지 러그>가 전시 3동 쇼윈도에 설치되었다. 코펜하겐의 '3daysofdesign'에도 출품되어 호평을 이끌어 낸 이 작품은, 지속가능한 소재를 활용하였고 사용자가 자유롭게 배치하며 새로운 형태를 도출해 낼 수 있다. 사용자가 일상에서 자유롭고 편안하게 사용할 때 비로소 그 의미가 완성되는 것이 공예라고 생각하는데, 멋과 사용성을 모두 잡은 독창적인 작품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전시를 관람하러 걸어가던 도중 폭우가 쏟아져 갤러리 현대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2025년 8월 27일부터 10월 19일까지 김민정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불태운 다양한 크기의 한지를 중첩시켜 배열한 Encounter라는 작품. 멀리서 밀려오는 파도의 중첩을 표현한 후, 자세히 들여다보니 산과 같아 제목을 붙였다는 Blue Mountain. 작가는 개인마다 각자의 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선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한지, 먹, 불이라는 재료를 사용해 반복, 절제를 통해 차분하게 완성된 작품들은 재료와 표현기법을 생각하기 이전에 보자마자 직관적으로 한국적인 색채가 강하게 묻어남을 느낄 수 있었다. 밖은 비가 쏟아지고 천둥번개가 쳤지만, 전시를 보는 내내 마음이 차분해져 생각보다 오랜 시간 동안 전시장에 앉아 작품을 관람하였다.
폭우를 뚫고 도착한 국립현대미술관. 2025년 8월 22일부터 12월 21일까지 열리는 김창열 회고전은 궂은 날씨에도 관람객이 정말 많았다.
물방울을 예쁘게 잘 그리는 분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김창열 작가 평생의 흔적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뜻깊은 전시. 물방울 작업이 튀어나오기 전까지 수없이 스터디하며 디벨롭된 구성의 흔적들. 돌아보니 삶은 기적의 연속이었다는 작가의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아름다운 작품들 너머 작가의 가슴 절절한 이야기들에 마음이 아팠다가, 전시의 끝자락에 놓인 '두 아기 데리고 쩔쩔매고 때로는 짜증도 내고 - 그것이 행복이니라'라는 작가의 글에 난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며 미술관을 나올 수 있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비도 싹 그쳐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