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남기고 살았는지,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지, 무엇을 기억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들이 수도 없이 지나갔을 순간의 순간들이 먼지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날은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어떤 날은 짧은 글을 쓰기도 하고, 어떤 날은 노래를 부르며 내 안의 어떤 감정들을 표출해냈다. 기쁨이나 설렘일 수도 있고, 분노, 우울감일 수도 있다. 생각해보면 표현에는 서툴렀지만, 좋든 나쁘든 간에 어떤 식으로든 표현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나'라는 사람이었다.
유년시절부터
중학생 때까지 그림은 말로 표현하지 못한 다양한 상상과 생각들을 담을 수 있었던 유일한 보따리 같은 존재였다. 사실 그림이라기 보단 만화 같은 낙서 느낌이다. 이론과형식을 마음껏 떠나 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쯤 해보는 그리기는 나를 마음껏 나타낼 수 있는 장르였고, 그 시간만큼은 가장 안정된 세계 속에 있는 듯했다. 어머니는 그런 내 마음의 표현들을 소중하게 생각하셨는지, 학교에서 그린 그림을 파일철에 스크랩을 몇 점 해두셨다.
나중에 커서 다시 펼쳐보게 되면 하나의 추억이 될 거여.
라는 어머니의 말씀대로 마치 화가의 작품을 모음집으로 엮어놓은 듯 파일철을 가끔씩 꺼내어 감상해보면 또 다른 나를 발견한 것 같은 새로움과 동심이 만든 역사를 마주하게 된다.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노래했던 나를 추억해본다.
풉. 웃음부터 나온다.
음치에 박치였던 나는 지금도 변한 건 없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에 관악합주 동아리를 시작하고, 친구들과 오락실 노래방을 전전하면서 잘 부르기보단 잘 즐기는 것에 초점을 두고 내 성대를 마구 써댔다. 악기는 또 어떤가. 배정받은 악기는 색소폰. 금관악기, 목관악기 너나 할 것 없이 멋진 악기들이지만 내 악기는 간지(?) 그 자체였다. 너무나 잘 연주해보고 싶었지만 솔로 연주는 무리. 그러나 합주를 할 때면 박치, 음치라는 것도 잊고 색소폰 음색에 취해 그 순간을 즐겼던 것 같다.
노래를 통해, 연주를 통해 즐거움을 찾으려 하고 내 안에 잠자고 있던 흥을 폭발시켰던 것은 아마도 스스로 묶어두었던 내면의 나를 깨워주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다양한 플랫폼을 거쳐왔고, 여전히 거쳐가는 중이다. 그럼에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이전보다 더 많아졌지만 이 글쓰기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흥미롭다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그릴 수도 있고 부를 수도, 연주할 수도 있는데 글쓰기의 매력에 범벅이 되었다는 건 글을 통해 고민하고 싶고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도토리, 일촌신청, 파도타기...
까똑 이전에 가장 활발하게 친구, 지인들과 방명록으로 연락하고, (개인적으로 이 방명록 기능을 가장 많이 활용했던 것 같다) 도토리라는 캐시로 다양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었고, 미니미, 미니룸을 꾸미고 배경음악까지 넣을 수 있었던 미니홈피의 시대가 잠깐 있었다.
이 시대를 지나오면서 글을 쓰고, 남기는 습관이 여기서 형성되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게시판 메뉴에서 공개글들과 비밀글들을 남기기 시작하면서 나만의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학교생활, 우정, 사랑에 대한 내용부터 우울하고 힘들었던 나날들까지 적나라하게 작성하거나 일부만 대충 끄적여놓은 것들이 전부 이 비밀글에 모였다. 그렇게 하나하나 모여 나의 이야기가 되었고, 10대 후반, 20대 초중반까지의 내 기록들을 한풀이라도 하는 듯 남겼었다.
몇 년의 세월이 지나
다시 썼던 글들을 보고 있자면,
어쩐지 오래된 사진앨범을 들여다보듯 기억들이, 그 순간들이 새록새록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듯했다. 무슨 생각으로 썼을까, 이런 일도 있었구나 하며 너스레를 떨고 있으면, 새삼스레 되돌아보는 것에 대한 소중함이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앞으로 써 내려갈 기록들은 특별한 건 없다.
누군가에게는 관심 조차 가지 않는 신입작가의 발자취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의 발자취라는 것은 자신이 기준이 되면 소중한 법이다.
단 1mm도 나아갈 수 있다면 1mm만큼 바뀌는 게 인생이다.
나아가는 우리의 인생이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하기에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는 느낌으로 읽어주시길 바란다. 누군가에게는 내 경험이 길라잡이가 될 수 있고, 어떤 이에게는 내 생각에 무릎을 탁 쳐질 수도 있고, 당신에게는 내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해져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확실한 건 없지만 확실한 내용들로 써 내려가려고 한다. 그리고 잊고 지냈던 자신의 역사와 마주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