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대담하게

성장과 미래로 향하는 산책길

by 아메리 키노

며칠 째 밤바람이 겨울처럼 쌀쌀맞기 그지없다.

아침도 춥고, 밤에도 춥고 사람들 말 따라 가을은 건너뛰고 정말 한겨울이 성큼성큼 군인들의 멈출 줄 모르는 행진처럼 코 앞에 다가와 버렸다. 아무것도 아닌 날씨가 바로 가을 날씨라고 어느 작가님의 이야기에 맘껏 만끽하려던 상상은 보기 좋게 구겨져 버렸지만 아무래도 좋다. 추워도 언제든 따뜻한 목소리로 맞이하는 짝꿍이 있고, 다른 모습, 같은 꿈을 꾸며 함께 걸을 수 있는 뜨거운 남자가 있기 때문에.


춘프카님은 글을 쓰는 것만큼 모든 일에 열정적이셨다. 지난 과거를 모두 본 것도 아니지만 듣거나 읽은 말과 글만 해도 정말 꺼지지 않는 불처럼 따뜻하게 뜨겁게 성장을 하려는 그 마음이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브런치 작가를 시작하게 된 것도 춘프카님의 격려가 큰 도움이 되었다. 어떻게 듣게 되었는지 까마귀 고기를 먹은 것처럼 좀처럼 떠오르지는 않지만 스푼 라디오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린 이후로 브런치까지 연계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두 번의 작가 신청 실패에도 계속 해보길 권유해주셔서 포기와 도전사이에서 방황하다 아예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더욱 고심하며 신청서를 작성했었다.


'복잡한 이 감정을 어떻게 하면 잘 표출해낼 수 있을까?'
언젠가 '착한 아이 증후군'에 대한 내용을 유튜브를 통해 본 적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왕따를 당하면서도, 원만하지 않은 사회생활을 경험하면서도 누구에게도 속 시원하게 이야기하질 못했습니다. 스스로 착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꽁꽁 안고만 살아가는 제 모습에서 다른 이의 답답함만큼은 해소시켜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표출해낼 수 있는 공간이 브런치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이의 앞길을 비추면 내 앞길도 밝아진다는 말대로 브런치의 '등대'가 되고 싶습니다.

<수많은 퇴고 끝에 완성한 작가 소개글은 메모장 한편에 자리하고 있다.>


'다른 이의 앞길을 비추면 내 앞길도 밝아진다'는 말은 주체가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지만 한편으론 브런치 작가의 길은 많은 분들께서 응원해주셨지만 특히 춘프카님께서 대표로 비춰주신 것 같기도 하다.


추운 10월의 밤, 가로등을 등대 삼아 광주 5.18 기념공원을 함께 산책했다. 아주 가끔씩 함께 걸었던 그 공원에 깔린 적막한 어둠이 두런두런 대화하기 좋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춘프카님의 앞으로 행보도 계속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큰 자극이 되었다. 출판 작업도, 다른 플랫폼 활성화도 뜨겁게 진행 중이고 구상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계획을 잘 못 세우는 사람이 듣는 누군가의 계획은 대단하기도 하고 멋져 보이기까지 했다.


40대가 되기 전엔 돈이 되지 않는 글을 쓸 겁니다.


무엇이든 남기고 기록해가겠다는 춘프카님만의 독보적인 열정(이라고 표현하고 싶은)이 담긴 한마디가 가슴을 울렸다. 어떤 이야기든 계속 남겨가는 속에서 성장을 빚어낸다.

사람은 모든 것이 주어진 환경에서 성장하지 않는다. 부족하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다.
지금에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다.

여태까지 숱하게 고민하고 어디선가 봐 왔던 성장에 대한 마침표 문장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스스로에 대한 물음표 문장들이 떠올랐다.

난 지금까지 어떻게 성장해온 걸까?
지금은 성장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지?
앞으로 나는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갈 수 있을까?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자연스레 자신을 통찰하게 되는 말 한마디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원 한 바퀴를 도는 30여분 동안 마음이 후련해지는 대화를 나누었다. 직장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기도 해서인지 더욱 후련한 마음이었다. <직장은 어때요?>, <연애는 잘 되어가요?>, <차는 어떻게 이야기됐어요?>등 늘 하는 고민을 물어봐주고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 사람에게 내 시간을 쓸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소중했다. 나를 드러내는 것이 쉬우면서 어려운 일이지만 가끔 이렇게 속절없이 풀어놓는 시간이 좋았다.


겉옷이 필요할 정도 쌀쌀하고 살 떨리는 날씨였지만 쏟아내듯, 부어내듯 펼친 이야기들은 평범한 30대 남자들의 대담한 성장 드라마의 따뜻한 장면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