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메리 키노 Apr 14. 2022

꿈꿔야 가능해진다

내가 쓴 책이 나온다... 면?

나만의 책을 쓴다고 생각하니 설렘 반 걱정 반으로 물들면서 벌써부터 출간 작가의 내 모습을 상상하고 있다. 아마도 내가 쓴 글이 세상에 나와도 여전히 설렘과 걱정의 반반 치킨이 내 마음과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책 자체도 쓰기 전이고, 출간 작가는 밤하늘에 반짝이는 북두칠성처럼 아름답지만 저 멀리 있는 꿈처럼 느껴질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대중들에게 읽힐까 설레기도 하고, 열심히 써 내려가도 부족한 나의 글에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고민 속에서도 작가와 출간이라는 현실과 이상의 접점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서 가능해지는 것 같다. 그분들도 처음에는 앞서 이야기했던 반반 치킨을 수없이 드셨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실제로 출간 작업을 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꿈에 닿을 듯 말 듯 느껴지는 아슬아슬함이 훗날 나도 느끼게 될 첫 출간의 바쁜 여정이 아닐까.

첫 출간을 꿈을 꾸거나 생각해본 적은 지난여름에 한번 있었다. 두 번 정도 브런치 작가 신청을 도전했지만 작가로 모시지 못한 안타까움의 알림을 받아야 했다. 사실 포기할까도 생각했었다. 글쓰기 플랫폼에 작가 타이틀을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미 겪은 두 번의 실패 속에서 나 자신을, 내 글을 진지하게 생각해가고 있었다. 기필코 작가가 돼서 나의 색깔을 글을 좋아하는 모든 분들에 오로지 글로서 어필하자는 의지와 오기가 조금 더 짙어지자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되었다.

나를 소개하는 글도 이전 글에 일부 수정하는 것보다도 전부 수정했고, 앞으로 써 내려갈 글에 대해 대략적인 목차도 구성했다. 주제도 그럴듯했다.

<인생 경험들과 생각들을 나답게 풀어가는 속에 과거에서 배우고, 미래를 그려가는 MZ세대 청춘 수필>


수필과 에세이의 경계가 아직도 여전히 두리뭉실하지만 수필을 쓴다고 했다. 온전히 첫 책은 나를 온전히 남기고 싶었다. 마치 역대 왕들의 일대기를 수록해놓은 조선왕조실록처럼 나만의 역사를 담은 글을 남기는 것을 평생 숙원사업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의 때에 나를 기록하는 것을 시작해야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역사로 남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의 처음과 끝을 남겨갈 수 있는 유일한 매체는 글뿐이라는 생각이 그때 들었다. 주제를 정하고 나니 어떤 내용으로 써 내려갈지 의욕적으로 목차를 구성해나갔다. 대략적으로 작성했지만 탄탄하지 못해도 그 순간은 진심이었던 것은 틀림없다.

[목차]
프롤로그, 나를 기록하면...

1장 너는 너고 나는 나다
조용한 아이
불안한 청소년
완전하지 않은 성인
글감이 되어보다
지금 이 순간

2장 인생 초년생
울보 쟁이
왕소심
마이콜
집단 따돌림
색소폰이 가져다준 선물

3장 알 수 없는 약관
학자금 대출
군생활
월급쟁이
백수 공시생
인간고
굿바이 학습지

4장 독립투사 이립
취업 지옥
돌아오다
인간 vs 환경
밀접접촉자
사랑은 라디오를 싣고

5장 못다 한 이야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보이스 파워
세상 속에서 나를 외치다
그래도 살아보려고요
10년 후 나는요

에필로그

정리하고 보니 인생의 전반을 남길 수 있는 나름대로 대서사라고 생각했다. 나를 위해 자신을 남기는 나만이 쓸 수 있는 유일한 기록이 될 것 같았다. 어쩐지 앞으로의 글쓰기의 방향이 조금은 선명해진 듯 보였다. 작가로 선정된 이후로 목차와 별개로 찐으로 쓰고 싶었던 글들을 자유롭게 남겨갔다. 일하는 중간에도, 퇴근하는 버스 안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잠자리 위에서 꾸준히 쓰고 또 썼다. 중간에서 흐름을 막는 게으름도 있었지만 다음을 쓸 수 있는 휴식기였다는 것은 나중에야 알았다. 얼마 안 되는 기간이었지만 끊임없는 고민 속에서 쓰면서 새로운 흐름의 목차로 구성된 브런치 북 한 권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읽히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반응 여부를 떠나 이 결과물을 만들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자축했다.


출판의 길은 멀고 긴 여정이다. 아직 잘 알지 못하는 세계다. 현실 흐름을 알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꿈이 앞을 가로막는 장해물보다 크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수밖에 없다. 소소하게 글쓰기를 할 수도 있지만 이왕에 쓰는 거 좀 더 큰 꿈을 가지고 도전하고 싶다. 장해물 테두리에 일말의 내 꿈이 보이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나날이 나날이 꿈을 키워가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을 작정이다.


오늘도 반반 치킨이 아른거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소하지만 확실한 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