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식사나 모임에서 어색함을 참지 못해 말을 먼저 건네거나 약간의 오버를 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재미없는, 아니 엄밀히 말하면 참석하기 싫은 식사 모임이다. 회사에서야 종종 있는 일이다. 밥 먹는 자리조차 선택권이 없으니 할 수 없다. 그냥 밥이라도 맛있게 먹자라고 생각하며 시키는 말이나 해야지 라고 생각하며 나갔다.
넷이서 모이는 자리인데, 모임이 싫은 이유는 구성원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대화의 공통점이 별로 없고 늘 뻔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흥미가 없다. 식당까지 이동하는 짧은 동안 묵묵히 걸었다. 답답한지 한 명이 실없는 말들을 건넨다. 짧게 대답하니 대화는 뚝 끊어진다.
자리를 잡는 동안 어떻게 앉아야 할지 잠깐 고민한다. 옆자리보다 앞자리가 누구일까 신경 쓰인다. 마주 보는 것은 눈을 맞춰야 하니 편하지 않다. 주메뉴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안 간다. 반찬을 지범거리며 흐르는 정적을 애써 피해 본다. 모두들 핫이슈인 코로나에 대해 두서없이 짧은 대화가 오간다. 나는 시선을 반찬에 두고 들었다. 옆사람이 나에게 말을 시킨다. 대답을 할 수밖에 없는 질문을. 나는 묻는 말에 대답한다. 너무 말을 안 해도 티가 나니까 오히려 잘됐다. 말하며 좌중을 돌아본다. 앞사람의 얼굴에 약간 긴장감이 느껴진다. 시선을 마두 쳤다가 이내 다른 곳으로 돌린다.
드디어 주메뉴가 나왔다. 가격에 비해 맛이 없다. 이럴 때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재미라도 있어야 하는데....그래도 음식을 먹는 동안은 대화가 덜 필요하다. 하필 전복과 새우가 들어간 탕 종류라 살을 발라먹어야 하는데 오늘따라 껍질이 잘 벗겨지질 않는다. 마음 편한 자리면 너스레를 떨며 요란하게 껍질을 벗기련만. 대충 벗기려다가 포기하고 구석에 밀어놓았다. 간간히 대화들이 오간다. 코로나 얘기가 떨어졌는지 얘깃거리가 분산된다. 누구는 자식 얘기하고, 누구는 휴일에 한 일을 얘기하고, 누구는 자신의 건강 얘기를 한다. 어느 자리나 얘기는 시답다. 그냥 그런 얘기조차 관심이 있다면 좋은 관계다. 사람이 좋으면 사소한 것들도 관심이 간다.
겨우 식사가 끝났다. 시계를 보니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머릿속에 생각은 무척이나 복잡했지만. 디저트로 커피까지 얻어먹었다. 다행히 커피는 맛있었다. 위로가 좀 된다. 몇 달 간은 이 모임을 하고 나면 (한 달에 한 번 정기 모임) 소화가 안 되었는데, 오늘은 괜찮다. 왜일까? 굳이 분위기에 동조하려고 하지 않아서인 듯하다. 말을 아끼는 것은 약간의 포기 개념이다. 나서고 싶지 않은 또 적극적인 교류를 하고 싶지 않은. 이 모임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로 같은 방향을 보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니, 오히려 유익한 모임이다. 약간의 마음이 통하고 교류가 있다고 가정할 때. 그런 게 없는 것이 문제인 거다.
내가 약간의 적극성을 띌 수도 있다. 그렇지만 때로는 그런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럴 때는 마음 가는 대로 내버려 둬야 한다. 그것도 소통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런 소통의 방법을 택했을 때 스스로가 당당해야 한다. 비난을 감수할 자신도 있어야 하고. 다름 사람은 어색했는지 모르는데, 나는 나름 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