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직장인의 독설
군대에 있을 때 씨름을 한 적이 있었다. 상대가 호리 하고 체구가 왜소하여 다 이겼다 생각하고 마음 편히 임했다. 무슨 기술을 쓸 것인지만 고민했다. 상대가 멋지게 넘어지는 것을 상상하며.
호루라기가 울리자마자 상대는 안짱다리로 선빵을 날렸다. 보기 좋게 발라당 넘어졌다. 상대는 힘으로 안된다고 판단하고 방심한 틈을 타 선빵을 날린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가 당한 것도 주로 선빵에 의해서다. 상대는 늘 내가 방심 한 틈에 훅 들어온다. 십 중 필구 우왕좌왕하다 끝난다. 당하는 사람은 원망하기에 급급한 반면 상대는 차분한 로드맵을 지켜볼 뿐이다.
무엇인가 획득하고 싶은 게 있는가. 그러면 상대가 약한 틈을 이용해 선빵을 날려라. 의외로 허술하게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선빵이 먹히지 않을 때 도주도 쉽다. 그냥 한번 해본 것처럼 철면피를 잠깐 깔면 된다. 성공하면 기분 좋다.
선빵은 자신감이다. 상대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다. 허점을 간파한 것이다. 좀 황당한 선빵일수록 의외로 통할 수 있다. 상대는 황당하기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반격을 시도하지만 이미 상대는 반격에 대비해 놓았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나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을 선빵에 뺏긴 적 있다. 동정표는 받았으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 기다. 기분 더럽다. 선빵에 무너지면. 차라리 한참 싸우다 당하면 허전하지는 않은데 선빵으로 당하면 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