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마드 스리랑카 Mar 25. 2019

봄이 와서 만두를 빚는다

크린트 이스트우드와 함께 

집 떠난 지 어언 일 년이 넘었다. 낯설고 물선 객지에서 뒹굴다 보면 먹는 것도 지겹고 더군다나 먹고살겠다고 꿈적거리며 제 한 몸 먹을 찬을 만들라치면 가끔은 덧없고 서글퍼진다. 경험에 비추어 이럴 때일수록 정신 바짝 차리고 달려들어 뭔가 기분의 노선을 바꿔놓지 못하면 꼴은 걷잡을 수없이 엉망이 되기 십상이다. 해서 조심스레 주변을 염탐해 한국에서 공수해온 밑반찬을 반 강제적으로 강탈해 왔다. 그중에 하나, 신김치 듬성듬성 썰어 넣고 거칠게 두부를 부셔 넣은 촌스런 만두소를 보는 순간, 마구 군침이 돌면서 갑자기 인생이 살만해진 것처럼 식욕이 돌아온다. 아 그래 내가 봄을 타고 있었구나 누군가의 손맛이 그리웠어! 그래 좋아 오늘은 큼직큼직 왕만두를 왕창 빚어 놓고 며칠 동안 질리도록 만두로 배를 채우자. 더불어 생구르 화이트 맥주로 입안을 헹궈가면서 힘들게 다운로드한 영화를 튼다. 'THE MULE(2018)' 구순에 가까운 나이에 마약 배달꾼의 연기를 소화해내는 크린트이스트우드의 노익장을 보면서 우리의 늙음은 조족지혈, 말 그래로 새발의 피다. 영화의 백미는 9번째 마약을 배달하면서 한 손엔  초콜릿, 한 손엔 운전대를 잡고 신나게 따라 부르는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날 매달아 줘 밧줄을 목에 걸고. 가장 높은 나무에 매달아 줘. 날 위해 울어 줄텐가 여인이여! 날 위해 울어 줄텐가 여인이여!'  몽골에서의 봄날이 간다.           

작가의 이전글 몽골에서 띄우는 편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