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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 스리랑카 Mar 07. 2022

노가다는 나의 벗

다시 노가다 작업복을 챙기며​

대장님, 드릴 말씀이 있사와요.. 저 아무래도 몽골에 다시 들어갈까 합니다.. 예!!! 무슨 말씀이신지 .. 예전, 근무했던 몽골 과기대에서 원어민 선생으로 근무가 가능한지 의뢰가 들어왔어요.. 와 좋은 소식이네요.. 근데, 이 엄동설한에 취업이 확정되고 나서 사표를 쓰는 게 좋지 않을까요... 네네 그렇긴 한데, 양다리를 걸치고 일을 진행하다 보니 잘 되지가 않아서요.. 해서 이월 말까지 이곳에서 근무하고 본격적으로 달라붙어, 그곳과 취업조건을 협상하고 싶어서요.. 네네  그렇군요, 그렇다면 할 수 없지요.. 일주일 말미를 드릴 터이니 그때도 변함이 없으면 사무실에 얘기하는 걸로 하지요.. 네네 감사합니다.. ( 아주 공손히 손을 조아리며, 거의 70 각도의 착한 인사를 건넨다)



이렇게 해서 서류 심사, 필기, 체력, 면접 전형을 거쳐 들어간 산림 병해충 예찰 방제단을 나왔다. 평안 감사도 제 싫으면 내팽개친다고, 어느 순간 마음이 갑자기 떠났다. 떠난 사유를  곱게 포장하기 위해, 첫 소절의 기록대로 마음을 가다듬고 '거짓 진술'을 읊조렸다. 그리고, 일말의 가책도 없이 해치웠다. 역시 백수는, 직장 때려치우는 소질 하나는 타고났다. 그 뒤 어느 날, '몽골 취업 '송별회를 가진다.(결코 원한 모임은 아니었지만, 대장의 간곡한 요청으로 ) 술자리에서, 어느 누군가에게 몽골 보드카를 보내주기로 약속하고, 어느 누군가에겐 오신다면, 몽골 여행의 길잡이가 돼주기로 약조를 했다. 또 어느 누군가에겐, 몽골이 그렇게 좋다며~~!#@  넌 뭐가 그리 잘나서 돈까지 벌면서 살 수 있느냐는 푸념을 너그럽게 받아주기도 했다. 그렇게 마구마구 소주를 들이붓는 바람에, 곤죽이 돼서 그들과 헤어졌다. 남발한 공수표 탓인가..  돌아오면서 몽골이 그리워 울었다.


 


그리고 예정대로 사표가 수리되었다. (아마도, 삼 년 동안은 계약을 위반한 대가로 예찰단 지원은 불허될 전망이다) 한편의 있음 직한 소설을 상상하며, 일관되게 관계자들에게 전한 거짓 낭보가 부풀려져, 삽시간에 시청 노가다 잡부들에게 퍼졌다. 이곳저곳에서 전화가 온다.  물론, 몽골 입성 장도 축하 인사다. 거짓 진술이 만든 세상이 정말이었으면 얼마나 신나는 인생이겠는가. 겁나게 가슴이 뜨거워지며 신바람이 나겠지만, 현실은 냉혹한 것, 내게 몽골은 고달픈 현장일 뿐이다.  엔진 톱쟁이로 나설까(일당이 세다)..  사방댐 공사 현장의 잡부 일을 거들까..  몇 개의 노가다 일자리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단 하나의 원칙이 있다면 현장은 산속이어야 하며, 임금은 최저 일당 73,280원을 넘을 것, 이 두 조건만 충족된다면 몽골 국립 과기대라 여기고, 열심히 내공을 연마할 것이다. 파미르 고지가 멀지 않았다.  


         



몽골 헝허르 올레길의 봄


노년의 '성적인  취향'을 듣는 것처럼 서글픈 건 없다. 지지하는 정치 지도자를 묻는 것이 금기시되는 것처럼  입가의 웃음을 날릴 뿐. 고백하건대 저 백수 노가다는 소심 비겁이다. 중소도시 그저 그런 경력의 고령자들이 우굴거리는 시청 잡부 집단에서, 허구한 날 이재명을 씹어대는 윤석열 패들의 기세에 눌려 입도 뻥끗하지 못했다. 솔직히 왕따가 두렵기도 했고, 노기로 단단히 무장한 그들의 위선을 깨부술 논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무기 또한 변변치 않아서가 그 이유였다. 고작 한다는 것이 '사표'를 던지고 다시 백수로 돌아가는 것 말고. 선거를 수일 앞두고 유튜브, 페이스북, 블로그, 브런치까지, 도대체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지도자를 선택하는 것인지 두려움을 안은 채 노트북 스크롤에 압박을 가한다. 그곳에서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을 보았다. 눈가를 적시는 촉촉한 후원의 눈물도 보았다.   단 한 번도 자신의 정치적 취향을 분명히 한 적이 없는 이참에, 백수는 용기를 얻었다. 목마른 이재명에게 좁쌀만큼의 물이라도 줄 요량으로 '이재명 지지'를 선언한다. 이유는 없다. 그의 허물이 좋다. 그가 꿈꾸는 세상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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