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마드 스리랑카 Jan 05. 2019

수코타이에서

               my life in thailand


진작에 이 버스를 탔으면 수코타이 여행의 패턴도 바뀌었을 것을 나콘차이에어(Nakhonchaiair) 버스만 좋은 줄 알았더니 그에 못지않습니다. 오히려 좌석은 더 넓고 말 그대로 럭셔리 VIP급입니다. 선전하는 김에 회사는 WINTOUR이며 요금은 361밧 완행버스에 정확히 40밧 추가된 요금입니다. 아직도 전 태국 버스의 요금 체계를 잘 이해하지 못한답니다. 어째서 40밧만 차이가 나는 걸까요.




수코타이, 핏사눌록, 딱, 캄펭펫, 우따라딧 5개의 주는 어찌 보면 형제 같은 이웃이더군요. 그중 핏사눌록은 이산 지역의 컨켄처럼 맹주 같아 보이고 수코타이는 그중 어린 막내 같은 인상입니다. 겨우 60만 조금 넘는 빈약한 인구에 산업이라곤 수코타이 유적에 가려 무엇이 주특기 인지도 모르는 도시 같다고 하면 너무 심한 표현일까요. 그 이유의 근거로 수코타이의 도심을 유심히 살펴보면 고색창연한 옛 도읍지의 명성은 차치하고라도 엉성하기 짝이 없는 건축물들의 난맥이 보여  그 옛날 수코타이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어쩌면 수코타이 왕조는 역사의 우리 속에 갇힌 박제 같은  한 장면으로 남은 게 전부입니다. 그것도 철저하게 말이죠. 그에 비해 아유타야는 살아 숨 쉬는 왕조랄까요. 승자 독식의 극명한 대립이 많이 쓸쓸합니다.




가끔은 생각지도 않은 방향으로 천방지축 날뛰다 보면 저 역시 감당하기 어려운 결론에 이르기도 한답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지요. 수코타이 여행 잘하고 뭐가 맘에 안 들어 자꾸 시비를 하는 거야 한다면 분명하게 대답은 못하지만 아마도 낙후된 수코타이의 도읍지가 마음에 걸려서라고 겨우 변명을 하게 됩니다. 어쩌면 조금은 불량한 도시로 만들어 곳곳에 유흥과 오락을 겸비한 유네스코 유적지를 재건하면 어떨까요. 너도나도 신청해 유네스코 족보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시내와 유적지를 오가는 성태우 셔틀버스에는 겨우 한두 명만 태우고 다니는 모습에서 수코타이의 곤궁과 쓸쓸함이 묻어납니다.  유네스코가 먹여주는 밥이 차고 넘친다면 좋겠지만 이렇게 그 잘난 고상함을 겨우 유지하는 문화 유적지라면 어쭙잖게 그곳에 기대어  입에 풀칠하는 백성들이 불쌍해 망측한 상상을 해 본답니다.  (2017.5.31)












                                   Wat Mahathat






유적 공원에 남아 있는 것은 오직 폐사된 절터뿐이다. 그나마 형태를 갖춘 것은 Wat Mahathat으로 나머지는 몇 개의 기둥과 불상이 전부다. 절터들은 제각각 이름들이 있지만 기억할 만큼 중요하게 다가가질 못한다. 그저  남방 불교의 Wat(사원)이 갖는 의미를 잘 모르기 때문에 내 눈에 비치는 사원들은 모두 하나의 수코타이일 뿐이다. 아마도 어디엔가 왕궁이 있었을 것이고 왕궁 깊숙한 어디엔가에는 왕의 처소가, 또 그 옆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작은 공주의 처소가  있었을 것이다. 전쟁으로 사라진 왕국은 슬프다. 정복자들은 같은 부처라도 목을 잘라야 직성이 풀리고 살아있는 자들의 수호신 같은 불상이 다시는 일어나질 못하게 앉은뱅이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전쟁이라면 인간의 선함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것인지 폐사지에서 생각한다.     




























아침부터 간간이 내리는 빗줄기를 피해 오두막에 들어섰을 때  이곳은 이 할머니의 장사 아지트. 땅콩 몇 개 과자 몇 개가 전부이지만 그나마도 비가 오는 탓에 파리만 날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이 할머니하고 제법 말이 통할 것 같다. 우선 땅콩 한 봉지 사고 분위기를 띄운 다음 나이가 몇이냐 땅콩이 맛있다 할머니가 이쁘다며 엄지마저 치켜세우니 몇 개 안 남은 이빨들을 애써 감추며 포즈를 취해 주었다. 천년만년 살 것 같았던 영웅호걸도 세월 앞에 장사 없듯 다음 순위는 바로 내가 될 것이다. 감히 말한다. 어느 누군가 나에게 포즈를 요구한다면 내 오늘을 기억하며 기꺼이 그대의 늙은 모델이 되어 주겠다.
























                                                                        

작가의 이전글 하노이의 추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