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갈레 비치에서 맛본 스리랑카의 속살

by 노마드 파미르

중간고사를 마칠 즈음, 학생들의 수업진행을 위한 언어의 사용 실태를 추산해 보면, 한국어 50%, 싱할라어 25%, 영어 25% 정도로 진단하고 있다. 사실 한국어 수업에서 복합절을 포함한 장문의 설명은, 극히 피해야 하는 수업 방식으로, 문장을 해체해 몇 개의 단락으로 단문을 만들어 한국어를 이해시키는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다. 아직 학생들의 한국어 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어는 비교적 뜻이 명확한 싱할라어와 함께 이해 연습하고, 배움의 목적어인 '한국어는 조사의 쓰임새와 함께 단문장을 이어주는 연결어의 연습, 그리고 마무리를 위한 서술어의 변화무쌍한 용언의 활용'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간간히 이해를 돕기 위해 '관용적 영어를 부가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첫 학기가 끝나는 시점에서는 간단한 의사소통과 교실 수업용어의 한국화 수준을 60% 정도를 목표하고 있는데 열심한 학생들은 가능할 것으로 사료된다...... ( 수업일기 중에서)




어찌 되었던 학생들의 제1의 목표는 EPS토픽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고, 그 외의 한국어 구사능력은 뒷전이라 해도 원어민 선생과 함께 공부한 한국어실력이 입도 벙끗하지 못할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면 그 책임은 당연히 선생의 몫일 것이다. 해서 한국어 교재에 수록된 '~예요, ~이에요' 인포말 버전과 함께 '~입니다, ~습니다'의 포말 버전을 병행해 연습을 하고 있다. 즉, 가다, 가요, 갑니다, 갔어요, 갔습니다, 갈 거예요, 갈 겁니다, 가고 있어요, 가고 있습니다. 가고 싶어요, 가고 싶습니다... 등등으로 확장을 해, 자동적으로 입에 붙어 말이 튀어나오도록 연습을 시키는데 제법 성과가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준 또한 아니다. 수없이 반복하다 보면, 머릿속 어딘가 기억 순발력 창고에 저장돼 있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탕갈레 비치에서 학생들과 놀아난 사건의 전말을 밝히면 이렇다. 수업 중 단골 멘트로 불려지는 잘 지냈습니까? 오늘은 무슨 요일입니까? 주말에 뭐 할 겁니까? 이렇게 학생들과 스몰토크를 나누던 중 탕갈레 비치가 나오고,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탕갈레 비치에 가고 싶습니다, 누구하고? 선생님과 같이요, 그래요? 그럼 갑시다. 그렇게 해서 거의 즉흥적으로 거사가 이뤄졌는데 한쪽에선 선생님 '술 하며 마시는 시늉을 해' 웃음을 선사했던 학생들의 뜻에 따라 "오케바리~"하며 손가락으로 브이 표시를 보여준다. 그리고 '내일 11시 탕갈레 카길스 마트(KAGILLS SUPER MART)에서 만납시다'. 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드디어 그날이 왔다.



얼마나 기대가 컸던지 단정한 사복을 차려입고, 오토바이 5대, 툭툭이 1대를 몰고 온 19명의 학생들이 약속된 장소에 나온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여학생 3명과 결석자 2명을 제외한 거의 모두가 참가한 것이다. 평소 수업에 간간히 비치던 녀석들까지 대거 합류한 것이다. 서둘러 탕갈레 빵집에 들러, 카레 양념이 들어간 빵과 여러 요기거리와 함께 과자, 음료수를 싣고, 와인 숍에서는 병맥주 500ml 4병, 350ml 스리랑카 전통주인 아락 1병을 오늘의 메인으로 준비한다. 딱, 폭탄주 한잔씩 만들 분량으로만 준비해, 오토바이에 나눠 타고 아지트를 향해 출발한다.



그곳에서 특별히 조제된 폭탄주를 한잔씩 들고 건배를 외치며 원어민 선생과 우의를 다지고, 얼추 2시간 정도의 스몰 토킹, 해수욕, 휴식, 끽연(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그 비싼 담배를 즐기고 있었다)이 전부이다. 그리고 모두 집으로 안전하게 귀가한다. 문제는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수업이 진행되던 그때, 학교장으로부터 호출이 있어 수업을 중단하고 교장실로 갔더니, 학교장, 부학교장, 코워커등 학교 고위급 관계자들이 모여 이 몸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어느 학부모부터 학생과 선생이 불법 모임을 갖고 거기다 음주까지 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는 교장의 설명이 있었다. 순간 쫄긴 했지만 테. 크. 니. 컬. 칼. 리. 지라는 직업학교의 성인들과 함께, 한 잔의 술을 마신 것이 죽을죄를 진 것은 아니다고 항변했지만, 그들의 표정엔 특별히 외국인임을 감안해 별도의 조치는 없겠지만, 향후 학생들과의 음주는 절대 불가항목이며, 더욱이 스리랑카에서는 학생과 선생이 사적으로 어울리는 것은 이곳 정서에 대단히 반한다는 항목도 부가하여 주의를 받았다.



'쏘쏘리'를 연발하며 곤경에 빠진 학교 측에 사과를 했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현지 문화를 모르고, 그 비싼 술값까지 날리며, 학교 측으로부터 경고까지 받은 사건은 정서가 다르다 해도 확연히 이해되질 않는다. 그 무엇인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비밀스러운 구석이 분명 있음이다. 오랜 세월 남녀, 직업, 신분으로 갈라진 '카르마'의 뿌리가 단단히 그들을 옭아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그런 사회에서 자란 그들이, 개방과 다이내믹의 극치를 선보이는 한국문화 속으로 진입하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한국어를 연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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