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엄마는 괜찮아

- 이제 우리 둘이 남았네, 아들이 다녀간 오후

by 세니카

아들이 주말에 왔다 돌아가는 날.

점심을 함께 먹고, 차 한 잔을 마셨습니다.

기차 시간에 맞춰 아들을 배웅하며, 버스 타는 곳까지 함께 걸어갔습니다.

짧지만 선명한 시간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설거지를 마친 뒤,

혼자 커피를 내리고 책상에 앉았습니다.

그때 복순이가 '야옹'하고 울며 내 무릎 위로 올라왔습니다.


나는 말없이 복순이를 쓰다듬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제 우리 둘이 남았네..."라는 말이 입 밖으로 새어 나왔고,

왈칵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아들을 향한 마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쏟아지는 질문


아들은 엄마를 보러 와 주었습니다.

그 자체로 고맙고 다정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아들이 돌아간 그 자리에 앉아

그 아이가 나를 걱정하고 있겠다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수입이 아직 없는 엄마',

'혼자 집을 나와 살아가는 엄마',

'마음 아픔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엄마'.


아들의 삶도 이제 막 시작인데,

내가 그 삶에 짐이 되는 건 아닐까?

걱정하지 말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속마음은 울고 있었습니다.



내가 잘 못 살아온 건 아닐까 하는 회한


왜 이렇게 늦게 내 삶을 시작했을까.

왜 더 일찍 정리하지 못했을까.

왜 남편의 문제를 바로잡지 못했을까.

왜 아이들에게 더 나은 가정을 만들어주지 못했을까.


'아버지'라는 이름 아래

주식에 빠졌고, 무엇보다 정직하지 않았던 그 사람.

함께 살아가면서도 신뢰를 주지 않았던 그 사람.

그런 그의 곁에 너무 오래 머문 내가

아이들의 삶을 힘들게 만든 건 아닐까.


그 생각이 마음 깊숙이 날카롭게 찔러왔습니다.

사람을 보는 눈이 없었던 나 자신에게도 화가 났습니다.



기운이 없습니다. 그저, 마음이 그렇습니다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꿈을 가지고 살아야 해."

"목표를 가져야 해."

"너는 잘 해낼 거야."


그 말은 분명 진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나는 지금, 기운이 없습니다.


이렇게 흔들리는 마음을 가진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삶은 왜 이토록 어렵고,

붓다가 말한 고(苦)는 왜 이리 실감 나는 것인지요.


나는 이 고통 속에서

삶을 잘 살아낼 수 있을까요.



그래도, 살아냅니다


이런 마음을 써 내려가는 지금,

복순이는 여전히 내 무릎 위에 있습니다.


이 작고 따뜻한 생명은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조용히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나는 완벽한 엄마는 아니지만,

아이를 사랑했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삶을 견뎠습니다.


아들이 다녀간 이 조용한 오후,

이제 우리 둘이 남았습니다.


그러니 나는 다시 살아내야 합니다.

천천히, 느리게.

그러나 분명히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에필로그 - 엄마는 지금도 사랑해


사랑은 때로 죄책감이라는 외투를 입고,

후회라는 그림자를 만듭니다.

그 안에는 결국

"잘 살아라, 나보다 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요, 엄마는 지금도 사랑합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성숙하게,

오늘보다 조금 더 따뜻하게.


그러니 아들아,

너는 너의 길을 가고,

엄마는 오늘 복순이와 함께

내 길을 살아갈게.


언제, 어디서든

너의 길이 순탄하기를 바라고 응원할게.

사랑해, 언제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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