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배드민턴

오만과 편견의 장점

by 프로운동러K

누구나 오만할 수 있고 편견을 가질 수 있다. 오만과 편견이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특성으로 여겨지지만, 어떤 때에는 긍정적인 측면이나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오만함은 때로는 자신감의 극단적인 표현이다. 높은 자신감은 중요한 결정에서 망설임 없이 행동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다. 특히, 도전적인 상황에서 자신감 넘치는 태도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편견은 어떨까? 편견은 정보 처리의 효율성을 높인다. 인간의 뇌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편견은 일종의 지름길로 작용하여 복잡한 상황을 단순화하고 빠르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새로운 환경에서 빠르게 판단을 내려야 할 때 과거의 경험에 기반한 선입견은 빠른 의사결정에 기여할 수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는 축구 선수가 있다. 역사상 가장 많은 골을 넣었고 가장 권위 있는 상인 발롱도르를 5회 수상한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는 리오넬 메시와 더불어 2000년대 후반부터 세계 축구계를 양분해 왔다.

이러한 커리어에도 불구하고 호날두는 일부 대중들로부터 ‘오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신을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공공연하게 셀프 칭찬하고 간혹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유벤투스 내한경기 당시 당초 약속을 깨고 출전하지 않은 ‘No Show’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일로 특히 한국에서 평가가 좋지 않다.

하지만 호날두는 오만함의 긍정적인 면을 잘 보여주는 선수이기도 하다. 호날두는 자신이 최고의 선수라는 믿음으로 끊임없는 훈련과 노력을 하기로 유명하다. 강한 승부욕으로 경기에 졌을 때 눈물을 보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울보라고 놀림받을 정도다. 결국 호날두의 오만함은 독선적이거나 부정적인 것이라는 관념을 넘어 그의 경력과 성공에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마이클 조던, 타이거 우즈, 로저 페더러, 랜스 암스트롱, 세레나 윌리엄스 등 전설적인 선수들은 모두 특유의 자신감이 있었고 자기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우리 같은 일반인에게는 새로운 운동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내가 배드민턴을 처음 시작할 때다. 배드민턴을 치는 형님에게 어디서 운동을 하는지, 레슨은 받아야 하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클럽의 사람들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물었다. 준비물은 의외로 간단했다. 라켓과 실내용 운동화, 운동복만 있으면 끝이다. 운동화와 운동복은 있었고 라켓은 당근마켓으로 구매했다. 그런데 레슨을 꼭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레슨을 꼭 받아야 하나요? 게임하다 보면 자연스레 늘지 않을까요?”

“꼭 받아야 할 거야. 처음 시작하면 게임 진행도 안 되고 게임을 한다고 하더라도 아줌마들한테도 못 이길걸?”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어렸을 때부터 축구부, 농구부 활동을 해서 공으로 하는 운동에는 자신이 있었다. 대학 때에는 교양 수업으로 테니스 레슨을 받으며 동호회 활동도 했다.

“일단 가서 쳐보고 레슨을 받을지 결정할게요.”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클럽에 가입하고 며칠 뒤 체육관으로 향했다. 축구, 농구 동호회와는 다르게 남녀 비율이 반반 정도라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새까만 남자들 사이에서 땀 냄새만 맡아왔던 나로서는 기분이 좋았다. 신입을 반기는 분위기이기도 했고 지인 형님이 있어서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배드민턴에 자신이 있었다. 축구 동호회, 야구 동호회에 갔을 때도 그랬다. 기존에 있는 회원들과 비교해 평균 이상은 했고 오히려 잘하는 축에 속하기도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나에게 적용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배드민턴은 처음이시죠? 난타 치실까요?”

난타는 셔틀콕을 가볍게 주고받는 몸풀기를 말한다. 뻘쭘하게 앉아 있으니 아주머니 한 분이 오셔서 말을 걸어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어느 조직에 가던 초반의 이 뻘쭘함을 이겨내야 한다. 그리고 구세주는 반드시 한 명쯤은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난타를 십여 분 치다가 아주머니께서 물었다.

“처음 신입치고는 정타도 잘 맞추고 랠리도 되는데요? 운동신경이 있으신 거 같은데 게임 한번 해보실래요?”

예스! 이제 내 실력을 보여줄 때가 왔다. 그래도 겸손하게

“감사합니다. 같이 해 주시면 감사하죠!”

그렇게 시작된 아주머니 세 분과의 첫 복식 게임.


*배드민턴 동호회에서는 단식을 거의 치지 않는다. 2:2로 치는 복식 게임에 비해 1:1로 치는 단식이 체력 소모도 많고 한정된 코트에서 최대한 많은 인원이 골고루 게임을 하기 위함이다.


결과는 처참했다. 게임에서는 당연히 졌고 세 아주머니에게 민폐만 끼친 것 같았다. 나 때문에 정상적인 게임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상대방은 스매시조차 때리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실수만 하지 않기를 바라는 듯 치기 쉽게만 공을 줬다. 마치 오냐오냐하며 아이가 흥미를 붙이기 바라는 엄마처럼. 설마 아주머니들쯤이야 하고 속으로 코웃음 치던 내가 떠오르며 너무 창피했다. 체육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나에게 배드민턴은 약수터에서 어르신들이 치던 쉬운 운동이자 중·고등학교 체육 시간에 친구들보다 잘 쳤던 자신 있는 운동이었다. 오만과 편견이었다.


배드민턴은 빠른 반응속도, 민첩성, 지구력 및 기술적 정교함이 필요한 운동이다. 처음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은 장담컨대, 절대로 레슨을 받은 적이 있는 경험자를 이길 수 없다. 그 상대가 남자든 여자든 간에.

우선 높은 수준의 체력을 요한다. 대부분의 운동에서 좌우, 앞으로 가는 스텝이 주를 이루지만 배드민턴은 빠르게 백스텝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경기 중 선수들은 코트를 빠르게 누비며 여러 방향으로 쉬지 않고 반복적인 움직임을 수행한다. 급격한 방향 전환과 점프, 런지 자세, 스매시와 같은 고강도의 동작은 심박수를 급격히 상승시킨다.

다음으로, 배드민턴은 기술적인 정교함과 빠른 판단이 필수적이다. 다른 라켓 스포츠에 비해 스매시, 드롭, 클리어, 드라이브, 헤어핀 등 다양한 샷과 기술이 있다. 이러한 기술들을 셔틀콕의 위치와 상대의 움직임까지 빠르게 파악해서 사용해야 한다. 셔틀콕은 최대 400km/h에 이르는 속도로 날아가는데 이는 모든 스포츠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하지만 이러한 빠른 템포가 배드민턴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이기도 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배드민턴을 처음 시작할 때의 오만과 편견이 나에게는 감사한 것이었다. 최소 일주일은 너끈할 이불킥감을 선사했지만 너무나 사랑해 마지않는 배드민턴이라는 운동을 과감히 시작할 수 있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의도치 않게 ‘겸손’이라는 수업도 강제 수강할 수 있었다.


오만과 편견을 나쁘게만 바라보는 것도 오만과 편견이 아닐까? 그러니 가끔은 오만해지자. 근자감을 가져보자. ‘이 운동을 해 볼까?’, ‘너무 힘들지는 않을까?’, ‘돈이 너무 많이 들지는 않을까?’, ‘내가 과연 잘할 수 있고 나에게 맞는 운동일까?’라고 고민하는 시간을 줄여줄 것이다. 일단 해 보고 나에게 맞지 않으면 다른 운동을 찾으면 그만이다. 누군가는 말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루라도 빨리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무조건 이득이다. 일단 저질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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