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를 국가(國家)라고 부른다. 사실 국(國)과 가(家)는 동일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보다 자세히 풀어쓰면 국(國)은 큰 울타리(囗)+사람 입(口)+무기 창(戈)의 조합된 문자이다. 가(家)는 집을 뜻하는 갓머리 면(宀)+돼지 시(豕)로 구성된 문자이다. 가(家)의 어원은 과거 원시시대에 굴속에서 살거나 풀이나 나무로 만든 허름한 집에 살다보니 소리 없이 들어오는 뱀과 같은 파충류나 전갈 같은 것에 쏘일 수 있어서 이들에 대한 천적으로 돼지를 집 안에서 기른 풍속에서 생겨난 것이다. 또한 가문-씨족들의 모임으로 만들어진 국(國) 역시 울타리를 치고 창과 같은 무기를 들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보호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국가라는 단어는 한 글자만으로도 충분히 그 의미를 알 수 있지만, 근대 이후 서양의 state라는 단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두 글자로 조합한 결과이다.
그렇다보니 국가라는 단어는 모두 그 안에 살고 있는 식구(食口)를 보호하기 위해 사방에 기둥을 박고 울타리를 쳐서 외부의 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원래의 임무를 시사한다. 아마도 울타리를 치기 위해 박아놓은 기둥들은 큰 통나무나 돌덩어리를 이용했을 것이다. 이렇게 초기 국가의 모습을 상상해 보면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성(城)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역할은 그 안에 들어 있는 사람들의 생명을 보존하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가 유럽의 근사한 중세 영주들의 성(castle)을 보면 산꼭대기에 있거나 절벽 끝에 만들어진 것들을 허다히 볼 수 있는데, 멋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그런데 위치해야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었던 결과물인 셈이다.
반면 국가의 위치와 역할이 더 이상 이런 초보적인 단계를 벗어나게 된 이후부터는 국가가 온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중심지가 되고, 성곽의 수준에 머문 기둥들도 온 사방의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 더 큰 역할을 가지게 된다. 그 결과 국가를 운영하는 왕(王)의 권위와 권력행사의 정당성을 찾게 되는 자연적인 수순에 들어간다. 그리고 이러한 권위와 정당성을 확보했는지의 여부를 평가받음으로써 그 국가나 국왕 또는 왕조의 정당성이 증명되었다. 바로 인간이 정치적(political)이 되는 수준에 도달했을 때의 일이다. 당연히 이후부터는 왕이 되었건, 일반 백성이 되었건 자신의 삶이 보존되는 국가에 대한 관점과 시각이 형성되었고, 이로 인해 국가의 의미를 보다 정치적, 도덕적으로 정의내리기 시작한다. 이 이야기는 그 시대로부터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