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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파파 Jan 25. 2021

#6 백일상

아빠일기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우리가 100일 상을 차리다니!" 이 영광을 함께 노력해주신 양가 부모님과 친지, 친구들 그리고 100일 동안 건강하게 자라준 딸 가연이에게 바칩니다!!"


2018년 12월 14일 동트기 전 새벽, 곤히 자고 있는 딸아이를 상 아래 눕히고 삼신할머니께 올릴 축문을 함께 읽어 갔다. "젖 잘 먹고, 젖 흥하게 점지해서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긴 명은 서리 담고 짧은 명은 이어대서 수명장수하게 점지하고, 장마 때 물 붇듯이 초생달에 달 붇듯이 아무 탈없이 무럭무럭 잘 자라게 해 주십시오. 발 커져라~ 발 커져라~"... 두 눈가가 촉촉해졌다.


부모란 명찰을 달고 분주하게 움직였던 100일은 나와 아내에게 다시 잊지 못할 추억들을 안겨 주었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기에 서툴고 힘들었다. 내 딸에게 꼭 맞는 육아 족집게 과외가 있다면 천금을 주고서라도 수강하고 싶었고 알콩달콩 사이좋던 우리 부부였지만 피곤과 모자란 잠으로 예민해져 상처 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수십 년 동안 지속해 온 자신의 생활패턴과 일상을 바꾸어야 했다. '치킨 없이 살아도 커피 없인 못 산다'를 외치던 아내였지만 모유수유를 위해 과감히 끊었고 난 경제적인 부분에 부담을 느껴 잠을 줄이고 투잡을 뛰었다.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는 육아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연이를 낳은 것엔 일말의 후회도 없다. 딸이 우리에게 매일매일 던져주는 선물이 너무나 값지기 때문이다. 기분이 좋아 한번 미소 지어 주는 날이면 하루가 마냥 기쁘고 신난다. 첫 뒤집기를 했을 땐 2002년 월드컵 때 홍명보 선수의 승부차기 골을 숨죽여 기다리다 성공시켰던 것처럼 미친 감동이 찾아왔다. 그리고 첫걸음마, 작은 입에서 튀어나온 "엄마""아빠"... 이렇게 딸은 자신의 성장을 외치며 축하 기념 선물을 건네준다. 


그때부터 2년이 흐른 지금도 우린 여전히 서툴고 부족한 부모다. 육아란 큰 대양을 건너는 여정은 아직 초반부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젠 두렵지 않다. 깨지기 쉬운 유리처럼 지키고 보호할 존재였던 딸은 어느새 오랜 시간을 함께한 친구처럼 함께 걷고 대화하고 장난을 건다.  불확실이란 거친 파도가 우리 앞에 일렁이겠지만 서로를 보듬으며 더 크게 크게 노 저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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