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어른이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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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기 온이 온몸을 스치고 어둠이 물들어 올 때 인어와 바람은 잠시 '석양'을 바라보다가 다시 잠을 청했고 먼 동이 떠오르자 아주 오랜만에 상쾌한 아침을 맞이 했다. 인어와 바람은 그간의 굳은 근육을 실감이라 도 하듯이 기지개를 쭈우욱 켜 보았다.
''아아아, 시원해''
''자, 다시 한번 쭈 우우우우 욱''하며 인어는 바람을 향해
환하게 미소 지어 보였다. 왠지 상쾌한 기분이 들었나 보다.
머무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대각선 방향 멀리서 보이는 아름다운 색감 보랏빛 색색이 마치 '벼'나 '보리밭'같기도 했고 보라 춤을 추듯 바람의 결을 따라 출렁출렁 흔들리는 어떤 아름다운 물결이 추는 춤을 보았다. 바람과 함께 향한 그곳, 허브로 가꾸어진 '군락지 농원'이었다. 허브의 향기가 이른 새벽 시원한 공기에 젖어 코끝을 간지럽혔다.
인어와 바람은 톡 쏘면서 시원하게 불어주는 바람 속 향기와 함께 보랏빛의 색깔 그리고 청량의 공기를 선물처럼 함께 마셨다. 그곳은 곳곳이 축제의 흔적 허브를 홍보하는 파티를 하는 모양이었다.
허브로 만든 비누, 허브로 만든 초콜릿, 허브로 만들어낸 비스킷, 허브에서 추출한 오일, 허브로 만든 샴푸, 허브로 만든 아이스크림 샵, 허브잎을 말려 유리병에 담아 판매하는 곳까지 아기자기한 구멍가게들이 주르륵 시간이 되면 오픈할 예정으로 아직은 출입문들이 굳게 닫혀 있었다. 심지어는 고급스럽게 진열된 연보랏빛 레이스로 겹겹이 장식되어 있는 화려한 웨딩드레스는 인어의 시선을 뗄 수가 없게 눈이 부셨다. 마치 동물원에서 갇힌 원숭이의 재주를 넋을 잃고 바라보듯이 인어는 한참을 멍하게 드레스를 바라보았다. 작품 설명을 읽어보니 허브 추출물을 이용해 옷감을 만들었고 드레스 업계의 유명 디자이너 '테스 형’ 작품이라고 쓰여 있었다.
'세상에 단 한벌밖에 없는 드레스라니''
'오! 정말 아름다워라, 어쩜' 인어는 그 종이로 만들어진 드레스에 홀딱 반해 감탄을 하기에 충분했고 고대 박물관에 전시된 역사적인 유품이라도 관람하듯 소중하고 귀한 그 기분을 기억 속에 담아두는 중이었다.
'라벤더 꽃밭' 보랏빛의 향연, 보랏빛 향기 캐모마일, 바질 , 페퍼민트. 거베라, 미모사, 장미 허브, 스피아민트, 로즈메리, 유갈립투스가 펼쳐진 스치기만 해도 '혀브의 향기' 허브차를 판매하는 아기자기 빈티지 샵 바람이 지나가는 구석구석 더욱 진한 허브의 향기를 전해주니 인어는 그 덕분에 아로마 속 허브의 힐링에 빠져 들며 그동안 설명할 수 없는 부재중의 고립되었던 귀한 시간을 잠시나마 펼치고 있었다.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인어는 말했다. ''와우, 바람아 정말 신나지 않니?'' 라며 인어는 흥분해 있었고, 그간의 여정에 한 줌의 위로까지도 받는 기분이 들었다. 곁에 있어주는 바람 ‘’ 바람아, 이럴 때 내 곁에 '너'가 함께 있어 주니 진심으로 고마워." 라며 속삭이고는 허브의 향기 속으로 더욱 빠져 들어갔다.
사람들이 오기 전 조용한 허브의 동산 허브 축제 마을을 구석구석 둘러보며 인어는 '눈'까지도 맑아지는 기분이 들어서 마음의 안정을 제대로 찾아가고 있었다. 조그만 동상 미니 분수대 앞, 소원을 빌며 동전을 던져보는 곳 천사 남자아이가 '쉬'오줌을 누는 형태의 석고 모형이 보였다. 잠시 그곳에 멈추어 섰다.
''바람아, 잠깐만''
인어는 다시, 진주 한 알을 빼서 살짝 그곳에 놓아두며
눈을 감고 잠시 소원을 빌었다. 눈을 감으면 보이는 그것 두고 온 아이들과 가족 기억이 가물거리는 듯 떠오르는 가족의 모습에 안부를 전하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잠시 눈물이 글썽여지기도 했다. 이 뭉클한 아련함은 과연 무엇인지, 바람도 인어 곁에서 그때를 함께 하며 마치 진짜 공주님에게 안내하듯 ''인어 공주님, 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셔야죠'' 사람들이 오기 전에 가야 한다며 두 손을 공손히 길로 안내하며 인어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인어는 고마운 바람에게 인사라도 건네듯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허브로 만든 아이스크림 가게를 향했다. 스쳐 지날 적에 앙증맞게 귀여운 모양의 아이스크림 자동판매기를 보았기 때문이다. 아낌없이 진주 한 알을 어깨에 메고 있는 포대자루에서 꺼내 들고 열쇠 꽂히는 부분에 진주 한 알을 손으로 애쓰며 넣어 보았다. 처음엔 작동을 하지 않았고 손으로 몇 대 텅텅 쳐주니 '드르륵' 소리가 들리며 마치 열쇠로 오픈을 알리듯 자동으로 기계가 '재깍'소리를 내며 입구가 열리고 있었다. 인어는 재빨리 소프트 콘을 손으로 받아 쥐었다.
'주르륵'하고 먼저 나온 콘을 잡고 보라색 아이스크림을 듬뿍 뽑아주며 소라 모양의 형태를 만들 수 있었고 바람도 한입, 인어도 한입 얼마만인지도 모를 나들이와 신선한 아이스크림에 감사하며 마지막 허브의 향기에 취해만 갔다.
''오 예스, 바람아 이 아이스크림 맛 진짜 환상이야. 그렇지 않니?'' 라며 인어는 바람에게 말을 건넸고 바람도 어린아이처럼 웃는 인어를 보며 ''와우, 세상에나, 이렇게 부드럽고 향기롭기 까지 한 예쁜 색감의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니 이건 분명 행운인걸'' 이라며 행복해했다.
둘이는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며 한참을 깔깔대며 웃었다.
''키키 킥, 야, 푸푸 풉, 너, 키키 킥'' 서로의 입 주변에 묻은 보라색깔 아이스크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닿지도 않는 자기들의 혀로 각자의 입 주변에 묻은 달달한 아이스크림을 닦아가면서 유치 하지만 딱 그 모습 그대로 세상에서 제일 값지고 행복한 함박웃음을 웃고 말았다.
''바람아, 이제 우리 또 움직여 보자.''
''어디로 가야 할까?''
''어디로 갈까'?''
바람이 불어주는 방향으로 다시 정처 없이 알 수 없는 그 길을 따라 둘이는 그렇게 다시 가야 할 길을 재촉했다.
2018.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