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어른이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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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공' 이 없고, 내가 누리면 반드시 '공'을 나누어야 한다는 유교적 이념을 어려서부터 교육받고 자랐는지 모를 일이다. 주워듣는'귀 ' 귀가 닳도록 겸손과 베풂의 뒤끝은 좋은 거라며 아버지의 사랑방에서나 들을 법한 얘기 들을 듣고 자란 인어였기에, 본능적으로 어딜 가나 자기의 소중한 인어의 눈물로 만들어진 진주 한 알 한 알을 나누고 있었을 것이라,
평범하지만 아득한 향수에 젖을 수 있는 바닷가에서 조금 떨어진 시골 마을에 다다랐다. 인어와 바람이 보는 곳, 전통이 있어 보이는 기와집 한 채 를 볼 수 있었다. 띄엄띄엄 가구들이 마을을 이루었고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한 '동백꽃' 고목나무가 가득 둘러 쌓여 배경이 된 듯 목조 기와집 한 채 가 보였다. 앞마당은 잘 가꾸어 놓은 초록 잔디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바나나 모양 나무인 파초가. 드리운 주인이 키운 것 같이 잘 자란 석류나무엔 알알이 주홍빛 석류 열매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저만치 맞은편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신작로도 집과 연결된 앞마당 전경처럼 훤하게 바라볼 수 있어서 인어와 바람의 눈과 마음까지 후련해지는 것 같았다. 목조건물의 대들보에는 바람이 불면 스쳐 나는 물고기 모양의 풍경소리가 은은하게 맑은 울림이 되어 울려 퍼졌다.
"이곳에 사시는 주인님은 어디 가셨나?''
익숙해 보이는 목조형 기와집이 인어에겐 유난히 친숙하게 느껴졌다. 곱게 다져놓은 잔디 마당에선 아이들이 축구라도 하며 뛰어노는 것 같았다. 인어는 갈증을 느꼈다. 시원하게 물이 한잔 마시고 싶었다. 집 아래로 지나는 길 옆 조그만 우물로 바람과 함께 내려왔고 손으로 맑은 물을 움켜쥐며 세 모금 정도 시원하게 목을 축였다.
"바람아! 나, 이제 좀 살 것 같아, 너도 이리 와서 맑고 시원한 샘물 한잔 마셔봐, 날이면 날마다 오는 물이 아니라니깐, 헤헤”
''이 우물 말이야, 깊은 유래가 있을 것 같지 않니?''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태우던 그 시절로 시작하는 전래가 있기도 할 것 같아.''
''물 맛도 천연 암반수에 미네랄 성분이 가득할 것 같아.''라며 바람도 신이 나서 거들고 있었다.
어쩐지 되돌아 가기 싫은 그곳 에선 해야 할 일들이 많은 것처럼 느껴졌다. 편백나무 향이 은은하게 퍼져 나오고
간간이 들려오는 뻐꾹, 뻐꾸기 소리 숲에서 바람에 이는 대나무 소리까지 정겹게 느껴지며 익숙해질 때쯤 주인어른이 귀가하시는지 '부릉 부르릉'자동차의 엔진 소리가 점점 크게 가까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인어의 마음은 그곳을 떠나거나 피하고 싶지가 않았다.
바람이 이끄는 데로 가는 수밖에,
"인어야, 그래도 이건 아니지, 사람들이 널 보면 받아들이기가 힘들 거야. 그리고, 널 살려 준다는 장담도 할 수가 없어. 왜 이곳이 이렇게 좋을까?'' 인어를 향해 바람이 물었다. "글쎄? 바람아 나도 모르겠어. 그냥 마음이 편해지고 마음이 놓이는 것 같단 말이지. 마치 아빠의 품에 안긴 것처럼 말이야" “ 그렇지만, 인어야! 우리 이쯤에서 이동을 하자고,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될 거 같아. 어서 움직이자" 인어는 떠나기가 아쉬웠지만 "그래 그래야겠지''하며 뒤돌아 섰다. 분명 다시, 올 것만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을 하고 말이다.
인어는 바람을 이용해 잠시 재빠르게 ‘파초’ 작은 잎 한 장을 따서 유난히 반짝이는 진주알들을 셀 수 없이 한가득 마루에다 놓아 드리고 길을 되돌릴 수 있게 되었다. 마치 고향에 온듯한 정취에 어디선가 본 듯한 그 느낌이 더없이 포근함과 안정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2018.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