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따라 흐르는 조각들

아득한 어른이 동화

by 김주영 작가


page.8.

그곳이 어디인지, 회색빛이 맴도는 중, 소 도시쯤 이 마을에서는 전형적인’ 향수 냄새’가 가득했다. 길가 구석진 곳에 쓰레기가 흐트러져 바람에 날리기도 했고 간간히 작은 유리병들이 뒹굴어 다니기도 했다. 조금은 삭막해 보이는 낯선 곳의 느낌이 들었다. 비가 내리기 직전인지 날씨가 흐릿해지면서 바람이 부는 속도가 점점 강해지기 시작했다.

환하게 등이 밝힌 조그만 벽돌 건물 안으로 깔끔한 차이나 칼라의 셔츠를 입은 남자와 여자들이 원탁에 둘러앉아 조금씩 종이를 말아 찍어 보이며 냄새를 맡아보는 '시향’ 을하는것 같다.
"바람아, 아마도 향수를 조제하는 공장인가 봐''
그들은 천연 향료에 알코올을 따라 부어가며 이러쿵저러쿵 얘기들을 주고받았다.

머리가 하얀 금발 노장의 눈치를 살피며 젊은 조향사들은 수업을 받는 것처럼 진지하게 배우는듯했다.
''여러분 자고로 향수라는 것은 알코올을 얼마나 섞느냐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뉘는 겁니다'' 라며 백발노장은 설명하고 있었다. 그 건물의 입구엔 향수의 유래와 향수의 종류가 소개되어 있었다.
‘오드 퍼품’ ,’ 오드 뚜왈렛’, ’ 오드 코롱’, ‘오드 프레쉬’
향수의 종류에 따라 향의 지속 시간이 달라진다나, 향수 수집에 일가견이 있던 인어도 진열된 향수병들을 보면서 대충 그 종류들을 이해하는 듯했다.
인어는 바람에게 물었다.
"바람아, 넌 혹시 향수의 유래를 알고 있니?"
"사실 자세히는 아는바 없지"라고 바람은 대답했다.
“수천 년 전 신과의 교감이나 소통을 위한 종교의식에서 비롯되었고 그때 사용하게 된 '향'이 시작이 되어 지금의 향수로 전해져 오는 거래. 인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을 거야'' 라며 인어는 바람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했다. 바람과 인어는 생각지도 못했던 향수 수업을 잘 마치고 뒷산 쪽으로 몸을 옮겼다.

어느새 깜깜한 밤이 되었고 주인 없는 듯한 과실나무에서
새가 쪼아 먹어 흠집이 있는 ‘사과’와 ‘배’를 따서 인어의 치마폭에 감싼 채 편하게 앉을자리를 잡은 후, 바람과 함께 맛있게 그리고 사이좋게 나누어 먹었다. 어쩌면 이제 인어가 살던 곳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느끼는 걸까? 아득히 떠오르는 영상과 떠 올림 속에 인어는 눈을 감았다. ‘휴우'
바람도 눈을 감은채
''오늘도 참 수고가 많았다. 인어야''
인어를 격려하며 다독거려 주었고
'인어야'
'바람아'
'잘 자'하며
서로에게 저녁 인사를 보내며 눈을 감았다.

멀리서 보이는 가로등 불빛이 오늘따라 유난히 환해 보였다.

2018.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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