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대4 고2 자녀와 엄마 인문학 산책

하루 한 장 365 인문학 일력 (김종원 작가님 저서)

by 김주영 작가

1. 너에게 들려주는 꿋꿋한 말

2.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비가 내린 후 햇빛이 드는 시간 천천히 걷는 엄마를 모시고 2층에서 복도와 현관을 지나 1층 바깥 정문으로 산책을 나간다. 해의 따스한 볕을 좋아하는 엄마가 거의 일주일 만에 실내가 아닌 밖의 공기를 순환하는 거니까. 아직은 썰렁할 수 있어 환자복에 외투를 걸치고 해가 비치는 벤치에서 가을이 가는 풍경을 여행한다.


몸에 낀 많은 줄을 하나씩 뺀게 남은 여분의 주사바늘까지 뺀 상태고 엄마의 중앙 복부에 실밥은 일주일 정도 더 지나야 빼게 될 테니까. 가능한 다음 주중 퇴원이 가능할까 생각해본다. 언니랑 여동생은 장루를 비우는 교육이 되었었고 나는 용기내어 오전 간병을 하는데 급하면 간호사 선생님 도움을 받으려다가 내게도 비우는 연습을 하며 비우게 한다. 생각보다 그리 복잡하지 않아 다행이고 엄마는 고개를 응시하지 않고 내게 번거롭게 해서 미안해 한다.


“네가 비위도 약한데 지금 하려는게 아닌데도 (아침 식사량을 늘리라더니) 여러모로 번거롭게 하는 구나”


앞으로 엄마에게 필요한 장루 주머니라 하여 생각보다마주할 때 비위를 건드리지 않을 수 있는 건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샤프하고 예쁜 그리고 30대? 나이로 보이는 간호사 선생님이 직접 지도하며 손에 장갑을 끼지도 않고 도구를 친화적으로 교육해주는 게 내게도 마음까지 부쩍 와 닿은것 같다.


역시 하면 되게 만드는 인간의 뇌과학이 만들어 가는 기술의 발전과 의술의 융합이 이리도 선명할까. 한 번 착용한 장루 커버에서 비워내기를 반복하며 5일은 사용할 수 있댜니 어쩜 이리 착안하고 고안해내 인간의 병과 아픔에 살 길을 열어 줄까.


멈춘 들에도 계절이 오고 가을이 와 있다.


2025.11 김주영 작가


엄마 산책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이들이 아빠에게 진짜 바란다는 행동 9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