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우 X> 케빈 그루터트 2023
각각 프리퀄과 스핀오프를 표방했던 시리즈의 8. 9편 <직쏘>와 <스파이럴>을 떠올려보면, 무려 10번째 영화인 작품에 기대를 건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제임스 완의 1편은 이후의 작품들과 달리 (반전강박에 시달리던 당시 트렌드에 충실한) 심리 스릴러였으며, 준수하게 만든 저예산 스릴러/호러 중 한편이었다. <쏘우> 프랜차이즈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대런 린 보우즈만이 연출한 2~4편 사이의 일이었다. 아만다(쇼니 스미스)와 호프만 형사(코스타스 맨디로어) 등 존 크레이머(토빈 벨)의 조수들이 등장한 것도 그때부터였으며, 오로지 잔인함만을 위한 각종 트랩이 동원된 것도 그때부터다. 1편의 제목이 그저 톱(saw)였으며, ‘게임의 규칙’을 경유한 스릴이 중요한 지점이었음을 떠올려보자.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잔인해지는 트랩들은, 시리즈 중간 즈음 크레이머가 아만다를 질책했던 것처럼,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린 무언가에 가까웠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쏘우> 프랜차이즈는 반전 스릴러와 (비슷한 시기 인기를 끈 <호스텔>이나 <데드 캠프> 등과 함께) 고문 포르노라 명명되던 유행 사이에 위치한 영화가 된다.
<쏘우 X>는 독특하게 시작한다. 1편과 2편 사이의 시점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암 투병 중인 크레이머의 모습을 보여준다. 의사로부터 시한부 판정을 받고, 암환자 위로 모임에 나가고, 그곳에서 만난 이에게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세실리아 박사(쉰뇌베 마코디룬)를 소개받게 된다. 그가 치료를 위해 멕시코로 떠나기까지 약 30여 분 동안, 영화는 시리즈 내내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았던 호의의 손길들을 담아낸다. 크레이머의 손은 살인트랩을 만들기보단 누군가와 악수하고, 크레이머의 눈은 살인게임의 대상을 찾기보단 신뢰의 대상을 향한다. <쏘우 X>의 본격적인 시작은 크레이머가 세실리아에게 사기당했음을 깨달으면서부터다. 크레이머는 아만다와 호프만 형사의 도움을 받아 세실리아 일당을 납치하고 게임을 시작한다. 사적 복수와 ‘시련을 통한 성장’이라는 직쏘의 철학 사이에서 벌어진 본작의 게임은, 언제나 그렇듯 한 사람씩 죽음을 맞이하며 전개된다.
이 과정은 살인게임의 대상이 왜 납치되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거나 단순한 복수극에 머물렀던 이전 시리즈들에 대한 자기비판에 가깝다. 비록 개똥철학일지라도 시리즈의 시작부터 존재했었던 컨셉을 되살리면서,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복잡해진 트랩들을 가져온다. 일종의 절충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영화의 방향성은, 비록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방식의 반전을 (재)활용하지만, 단지 잔인함만을 부각할 뿐이었던 시리즈의 근작들과는 차이를 둔다. 시리즈가 본격적으로 망가지던 6, 7편의 연출자 케빈 그루터트는 오래된 호러 프랜차이즈가 회생을 시도할 때 으레 도입하는 일종의 메타-시리즈적 방법을 보여준다. 시리즈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크레이머라는 인물에 여러 레이어를 더하고, 그간 그가 벌여온 행각 위에 얹힌 (개똥)철학을 좀 더 본격적인 사적 복수의 영역으로 옮긴다. 물론 그러한 방향성을 위해 안타고니스트라 할 수 있는 악인 세실리아를 위치시킨다. 이전 시리즈 속에서 크레이머의 직쏘는 목소리로서만 게임에 개입해왔다면, 본작에서는 희생자들 앞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물론 한 차례 죽음의 위기에 몰리기도 한다.
호러 프랜차이즈들은 망해가는 시리즈를 되살리기 위해 영화와 그 바깥의 경계를 흐리거나(<나이트메어 7>), 특유의 메타성을 더욱 강력하게 리부트하거나(<스크림> 5, 6편), 사냥꾼과 사냥감의 위치를 뒤바꾸었다면(<할로윈>), <쏘우 X>는 시리즈의 중간으로 파고 들어가 게임이 뒤틀리기 시작한 지점을 들춰냄으로써 전개된다. 단순히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한 명분에 그치지 않았다는 지점에서, 앞서 개봉한 <직쏘>와 <스파이럴>의 처참함과 대비되는, 팝콘영화로서의 정체성을 되살린다. 사실 이 프랜차이즈의 가장 큰 위기는 11편의 제작이 확정되었다는 사실 아닐까? 내년이면 20주년을 맞이하는 이 시리즈가 마지막으로 박수받을 기회를 흘려보내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