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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Sep 16. 2024

실패할 결심?

<베테랑2> 류승완 2024

 스포일러라고 할 것까지도 없다. 성범죄나 살인 등 사회적 물의를 빚은 악인을 살해하는 연쇄살인범 ‘해치’의 정체는 서도철(황정민)의 강력범죄수사대에 새롭게 합류한 지구대 출신 형사 박선우(정해인)이다. 류승완은 <베테랑2>가 그의 정체가 누구인지 추리하는 수사물이 아님을, 영화가 시작한지 채 10분이 되지 않은 타이밍에 밝힌다. 전작이 재벌 2세 범죄자를 무력으로 처벌하는, 이후 <범죄도시> 시리즈가 ‘사이다’ 서사의 전형이었다면, 본작은 조금 더 복잡한 이야기 속으로 서도철을 끌어들인다. 해치라는 별명이 붙은 연쇄살인범은 솜방망이 처벌로 끝난 범죄자들을 죽인다. 서도철은 살인은 살인일 뿐이라며 그를 잡으려 하지만, 한편으로 자신이 체포한 범죄자가 해치의 타겟이 되자 보호해야 하는 임무를 받고 분개한다. 그런 와중에 해치를 지지하는 사이버 렉카들은 여론을 해치의 편으로 이끈다. 다른 한편으로, 도철의 아들이 학교폭력 사건에 연루된다.     

 영화는 서도철이라는 개인을 중심으로 이 모든 사건을 엮어내려 한다. 아예 영화의 이미지의 차원에서, 시종일관 서도철의 입장에서 진행되는 영화는 그의 시선 속에서 이 모든 것이 파노라마로 그려진다. 사이버 렉카의 영상과 방송에 올라오는 채팅과 댓글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서도철은 그 사이를 뚫고 움직인다. 하지만 그가 움직일수록 사건들은 꼬이기만 한다. 주머니 하나에 넣어둔 선들이 제멋대로 엉켜 풀리지 않는 것처럼, 서도철의 행동 하나하나는 오히려 그를 옭아매는 무언가가 된다. 물론 <베테랑2>는 전작과 비슷한 방식, 서도철이 자신의 해치와 일전을 벌이고 자신의 팀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것으로 끝난다. 단지 전작에서 조태오에게 그랬던 것처럼 하지 못할 뿐이다. 명동에서 펼쳐진 전작의 클라이맥스에서, 시민들이 들고 있던 스마트폰은 조태오를 폭행함으로써 정의를 구현하는 서도철의 정당방위를 증명하는 것이자, 조태오가 악인임을 드러내는 장치였다. 이번 영화에서 시민들의 스마트폰은 각각이 감시자의 역할을 한다. 판옵티콘이나 통제사회의 형상이라고 하기에도 이제는 민망한, 더 이상 ‘진실’을 찍는다고 담보할 수 없는 카메라의 기능은 정의가 아니라 조작과 부정의를 향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사이다’이기에, 사람들은 해치에 환호하고 그의 활동 하나하나를 생중계하듯 보도하는 사이버 렉카에 환호한다. 마치 자동차 블랙박스나 CCTV에 촬영된 영상을 보며 맥락에서 떨어져 나와 각각의 품평을 내놓는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의 댓글처럼 말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전작과는 전혀 다른 톤(영화 전체에서 전작과 같은 톤을 지닌 장면은 서도철의 팀이 불법도박장을 급습하는 오프닝 시퀀스뿐이다)을 지닌 영화가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것이 퍽 성공적이진 못하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쏘우>의 열화판처럼 보이고, 해치라는 캐릭터와 그를 둘러싼 대중의 반응은 <데스노트>와 같은 작품들에서 이미 앞서서 심층적으로 다뤄졌었다. 그것들이 한국의 맥락에 맞춰 잘 현지화되었는가를 논하기에는, <베테랑2>는 학교폭력이나 위력의 의한 성폭력 등 최근 몇 년 사이 가시화된 문제들을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사적제재에 관한 논의라기엔 <쓰리 빌보드>와 같은 작품과 달리 <베테랑2>는 경찰이 주인공임에도 공적 제도에 관한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하며, 한국의 온라인 환경에 관한 묘사는 안국진의 <댓글부대>와 같은 훌륭한 사례는 물론 연상호의 <지옥>에서 등장한 어정쩡한 만듦새보다도 애매하다. 전작에 이어 놀란의 <다크나이트> 시리즈를 연상케하는 몇몇 순간은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어떤 면에서, 혹은 류승완의 필모그래피 속 유일한 속편이라는 지점에서 <베테랑2>는 <모가디슈>나 <밀수>와 같은 그의 최근작에 비하면 큰 야심을 품은 작품이다. 다만 그 야심은 성공했는가? 10여년 전 류승완은 1인 자경단을 주인공 삼은 영화 <내가 집행한다>를 제작하려 했고, <베테랑2>의 칸영화제 공개 당시 영어제목은 <I, The Executioner>이다. 10년 전의 기획과 그것을 정신적 계승작이라 할 수 있을 <베테랑2>의 지향점은 꽤 다를 것이다. <베테랑>과 <범죄도시>의 인기는 현실의 공권력이 부정의하다고 느껴질 때 그것을 충족시켜 주는 판타지를, 그 판타지가 실제로는 부정의한 방식이었을지라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베테랑2>는 쉬운 길을 잡는 대신 복잡한 길을 택했고, 장렬히 실패한다. 이는 <베를린>이나 <군함도>에서 드러난 시대착오성 혹은 어색한 장르 간의 이종교배로 인한 실패보다는, 류승완 스스로도 받아들이고자 작정한 것에 가깝다. 여전히 <아라한 장풍대작전>, <다찌마와 리>, <짝패>의 활력을 그리워하는 관객이지만, 동시에 할 말이 많아지는 류승완의 궤적을 쫓는 일은 (<베테랑2>라는 결과물과 별개로) 나름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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