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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Feb 13. 2017

팀 버튼 자신의 캐릭터들에게 바치는 영화

실화 바탕의 팀 버튼 영화 <빅 아이즈>

*스포일러 주의


 팀 버튼 감독의 신작 <빅 아이즈>를 봤다. 에이미 아담스가 빅 아이즈를 그린 화가 마가렛 킨을 연기했고,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배우 크리스토프 왈츠가 마가렛의 남편 월터 킨을 연기했다. 최근 평단과 흥행 양쪽에서 별로 좋지 못한 결과를 얻은 팀 버튼이 소품으로 돌아와서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생각보다 맘에 드는 영화였다. 


 영화는 실제 1960년대 샌프란시스코에서 활약했던 마가렛 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마가렛은 첫 남편과 이혼한 뒤 딸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로 오게 된다. 그곳에서 우연히 원터를 만나게 되고 자신과 딸을 보살펴 줄 수 있는 월터와 결혼하게 된다. 월터는 마가렛이 그린 빅 아이즈 그림들을 자신이 그린 것으로 속여 팔기 시작한다. 장사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던 그는, 여러 인맥과 자신의 말솜씨로 그림을 팔아 부자가 된다. 하지만 이를 위해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게 되고, 마가렛은 점점 지쳐간다. 그의 거짓말이 점점 더 커져가고, 지친 마가렛은 그와 이혼하고 하와이로 떠난다. 그리고 지역 라디오를 통해 빅 아이즈 그림들은 월터의 작품이 아닌 자신의 작품이고, 월터는 화가가 아니라고 폭로한다. 그 뒤 월터와의 소송에서 승소하고 화가 마가렛으로서 살아가게 된다.

 영화는 팀 버튼의 이전 영화들과는 달리, 기괴하지도, 독특하지도 않다. 어떻게 보면 팀 버튼의 필모그래피에서 굉장히 독특한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별로 좋은 평을 듣지 못했던 <다크 쉐도우>나 실화를 바탕으로 했던 <에드 우드> 등에서도 그만의 색깔은 여전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굳이 그가 아니더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와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영화가 팀 버튼의 것이라고 생각되는 이유는 바로 빅 아이즈이다. 


 빅 아이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팀 버튼의 캐릭터들에서 찾을 수 있다. 그의 캐릭터들의 특징은 유독 눈이 강조된 분장 혹은 눈이 굉장히 큰 캐릭터들이 많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의 잭 스켈레톤과 <유령신부>의 빅터 등 팀 버튼의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은 눈이 크고, 퀭해 보이는 다크서클이 특징이다. 이런 특징은 단편 애니메이션 <빈센트>부터 최근작 <프랑켄위니>까지 이어진다.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 뿐만 그런 것이 아니다. <가위손>의 에드워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윌리 웡카, <스위니 토드: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의 스위니 토드, <다크 쉐도우>의 바니바스까지 많은 캐릭터들의 분장엔 진한 눈 화장이 겉 들여져 있다.(이 많은 캐릭터를 조니 뎁이 했다는 것도 신기) 또한 얼굴을 죄다 가리고 눈빛으로 승부를 보는 <배트맨> 시리즈의 배트맨도 있었다. 게다가 <화성침공>에서는 거대한 안구를 가진 화성인들을 출연시켰다. 배우들 역시 눈이 큰 배우들을 많이 캐스팅했다. 그의 페르소나 조니 뎁부터, <비틀 주스>의 위노아 라이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미아 와시코프스카와 앤 해서웨이, 그의 아내 헬레나 본햄 카터까지 유독 눈이 큰 배우들과 함께 작업했다. 

 실제로 팀 버튼은 마가렛 킨의 빅 아이즈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빅 아이즈 그림과 위에 언급된 팀 버튼의 캐릭터들이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빅 아이즈>를 팀 버튼이 자신의 캐릭터들에게 바치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마가렛이 그린 빅 아이즈들이 팀 버튼의 캐릭터들이라면, 월터는 팀 버튼의 최근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다크 쉐도우>에 쏟아진 혹평들을 월터라는 인물을 통해 반성하고, 마가렛이 빅 아이즈를 되찾고 화가로 피어난 것처럼 자신의 재기를 다짐하는 듯했다.


 에이미 아담스와 크리스토프 왈츠의 연기는 훌륭했다. 에이미 아담스는 점점 지쳐가는 마가렛의 모습과, 월터에게서 해방된 후 되살아난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크리스포트 왈츠는 <대학살의 신>에서 보여준 신경질적인 연기를 여기에서도 이어가는 듯했다. 달변가로 변하여 거짓말로 장사를 하는 모습과, 마가렛과 충돌할 때 짜증을 내는 극과 극의 모습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역시 명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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