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년 연말 발행된 부산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의 6기 레지던시 참여작가들에 대한 비평집 [또따또가 크리틱 Vol.1]에 참여했다. 각각의 필자가 레지던시 참여 작가 중 1인(팀)과 매칭하여 오픈 스튜디오 기간(25년 9월 초)에 인터뷰를 진행하고 비평문을 작성하는 방식이었다. 나는 중앙동에서 상영공간 ㅎ:곶을 운영하는 영화문화집단 파도씨네에 관한 글을 한편 실었다. 제목은 "커뮤니티시네마의 조건들: 파도씨네는 어떻게 부산에서 백 편의 영화를 틀고 어째서 계속 트는가". 석사논문을 준비하며 파도씨네 정청비 대표를 알게 되었고, 사적으로나 인터뷰를 통해서나 커뮤니티시네마(와 지금의 자유상영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다. 나눈 이야기들과 더불어 오랜 기간 커뮤니티시네마와 공동체상영 등에 대해 생각해온 것들을, 파도씨네라는 사례를 통해 정리하고 의미화해보고자 쓴 글이다. 캡쳐의 도입부에서도 썼지만, 나는 국내 커뮤니티시네마 담론에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파도씨네(그리고 그들이 운영하는 상영공간 ㅎ:곶)와 부산지역의 다양한 자유상영(VOM, 작은영화영화제, 초록영화제, 살롱 뤼미에르, 공간 나,라, 시네마언노운, 시네바움, 무사이, 영덕스클럽, 마산영화구락부 등 공간과 상영회를 아우르는 여러 주체들)이 중첩되는 지난 몇 년 간의 움직임은 조금 더 면밀하고 자세하게 기록되고 다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부산독립영화협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 등의 오래된 협회들과 영화의 전당, 부산국제영화제 등의 제도, 지역에는 가장 많이 개설되어 있는 영화/영상 학부, 영진위나 영등위 등의 기관 등이 몰려 있는 인프라 구조를 함께 이야기할 필요가 있겠지만... 여러모로 뜬구름 잡듯 고민하던 것을 한 차례 매듭지은 글이다.
2. 1월 30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진행되는 "팔레스타인 물 문화와 저항기억, 다음 물결"이라는 제목의 포럼에 토론으로 참여한다. 포럼을 주최하는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TMTG 한국지부)"는 작년 '천 개의 매들린 호'를 타고 가자지구로 향했던 활동가 해초님이 설립한 곳으로, 올해 새로 배를 띄우는 것을 목표로 모금과 활동지원 등을 받는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thousandmadleens.korea/)을 참고할 수 있다. TMTG의 주된 투쟁 방식이 항해이기 때문에, '물 문화'라는 다소 생소하게 다가오는 소재가 포럼의 주제가 되었다. 팔레스타인을 다룬 여러 영화들에서 바다는 중요한 배경이었다. 가자의 바다는 '지구 최대의 감옥'인 가자지구를 물리적으로 봉쇄하는 장벽이자 구호품이 들어오고 나가는 통로이며, 가자 주민들이 (비교적) 평화로웠던 한 때를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의 장소이자 무장투쟁과 게릴라전을 위한 투쟁의 장소였다. 신은실 평론가님이 "팔레스타인, 바다와 여성영화"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팔레스타인 여성 감독들의 영화에 나타난 바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주시면, 나는 내가 2023년 10월 7일 이후 제작되어 공개된 팔레스타인(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영화들 속 바다의 모습을 덧붙여 보고자 한다.
3. 인디스페이스 '보여줘! 시네클럽' 기획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시네클럽 서신교환의 스크리닝 "우리가 보는 동안에"(https://indiespace.kr/491312)의 GV에 참여할 예정이다. 임현영, 정혜민 두 기획자와 함꼐 이야기를 나눈다. 상영작 라인업을 보면 알겠지만, 흔히 극장이라는 블랙큐브와 갤러리라는 화이트큐브 사이를 오가며 상영되는 '무빙이미지' 작업들, 영화와 미술뿐 아니라 패션필름이나 광고, 뮤직비디오 등의 커머셜 영역까지 오가는 사람들, 영화와 미술 사이의 중첩된 지위를 갖는 실험영화들을 한데 모아 상영한다. 토크는 개별 작품들에 관한 이야기보단, 프로그래밍에서 드러나는 서로 다른 지향의 상영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상들을 블랙큐브와 화이트큐브(그리고 모바일로도)에서 본다는 경험에 대한, 진지한 이론적 논의보단 수 년 동안 이곳저곳에서 작품들을 봐온 사람들이 경험을 나누는 방식의 토크가 될 예정이다.
4. 2026년이 되고 본 몇 편의 작품들. 아지즈 안사리의 <굿 포춘>은 그의 이전 작업들(스탠드업 쇼들이나 <마스터즈 오브 제로> 등)에 비해 너무 사린다는 인상을 준다. 물론 캔슬컬처의 희생양이 될뻔한 인물이기에 그런 태도가 이해는 간다만... 예전의 번뜩임이 모두 날아가고 키아누 리브스의 어색한 귀여움만이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해주어 (심지어 영화 속 인물들도 다 키아누의 외모를 찬양한다) 아쉬울 따름이었다.
5. 마침내 공개된 <기묘한 이야기>의 피날레는 정말로 한심했다. 시즌 3~4 들어 시리즈가 모티프 삼은 스티븐 킹 방식의 코스믹 호러 농도를 낮추고 엠블린 풍의 어드벤처 농도를 높이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완전히 역전되어 시즌 1~2의 영광을 스스로 내던져버린 결말로 향해버렸다. 장기화된 시리즈의 당연한 숙명일 수도 있겠다면, 다른 한편으로 그 한계를 알면서도 내버려뒀다는 이야기이기도 할테니까.
6. 호소다 마모루의 <끝이 없는 스칼렛>은... 왜 만들었는지 정말 모르겠다. 호소다가 최근에 <엘든 링>을 재밌게 플레이했나? 다른 한편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된 <초 가구야 공주!>는 <디지몬 어드벤처> 극장판부터 <썸머워즈>와 <용과 주근깨 공주>까지 이어지는, 현실과 디지털/온라인 가상세계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겨 온 호소다 마모루의 영향 아래 있는 작품이다. 호소다가 특유의 매너리즘과 서브컬처와의 거리감으로 차근차근 몰락했다. <초 가구야 공주!>는 그런 호소다의 행보를 (호소다와 전혀 상관없는 작품임에도) 떠올리게끔 한다. 보컬로이드부터 버튜버나 버추얼아이돌에 이르는 일련의 가상 아이돌과 함께 서브컬처류 게임까지 여러 서브컬처를 한데 끌어 모아 기상천외한 백합 서사로 엮어내는 이 작품은 즐거움과 당혹감을 동시에 전달한다. 감독을 맡은 야마시타 신고의, 나루토와 그랜라간 등에서 시작해 니케, 명일방주, 블루 아카이브 애니메이션 판에 참여한 필모그래피와 유사하게 느껴진달까. 그 모든 요소가 <썸머워즈>에서 묘사된 메타버스와 유사한 하나의 거대한 가상세계 안에 때려박혀 있으며, 그 모든 요소가 전래동화에서 모티프를 따온 가구야와 이로하의 이야기를 위해 작동하는 세게라는 점에서도 호소다를 떠올리게끔 한다. 특히 인물들의 서사를 운명론적으로 결정지어둔 뒤 그것을 뒤늦게 해설하는 방식의 플롯도.
7. <천공의 성 라퓨타>를 극장에서 처음 관람했다. 황홀함 그 자체였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