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종간의 결혼이 불법이었던 1958년 미국 버지니아, 밀드레드 러빙(루스 네가)이 리처드 러빙(조엘 에저튼)에게 임신했음을 알리며 영화가 시작된다. 밀드레드와 함께 살기 위해 땅도 사고, 결혼한 뒤 집을 지어 그곳에서 살 계획을 세운다. 그렇게 둘은 타인종간 결혼이 합법인 워싱턴 D.C에서 몰래 결혼식을 올리고 버지니아로 돌아온다. 그러나 어느 날 밤, 버지니아의 경찰이 들이닥쳐 그들을 체포한다. 결국 25년 동안 버지니아를 떠나 생활하는 것으로 실형은 면하는 둘, 인권변호사 코헨(닉크롤)의 도움을 받아 그들의 결혼이 불법이 아님을 법적으로 인정받으려 한다. <머드>, <테이크 쉘터>, <미드나잇 스페셜> 등을 연출한 제프 니콜스 감독이 연출했다. 밀드레드를 연기한 루스 네가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됐다.
간단히 줄거리만 보면 법정 드라마로 전개될 법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제프 니콜스 감독은 법정 드라마 대신 멜로드라마 장르의 전개를 택한다. 리처드와 밀드레드의 사랑에 시련이 찾아오고, 그것을 극복하며 견디어 나가는 과정을 덤덤하게 담아낸다. 말수가 적은 리처드와 갈수록 단단해지는 밀드레드, 둘은 서로를 지켜주고 의지한다. 이혼 등 다른 여러 방법들이 있음에도 그들이 본래 살려고 했던 모습 그대로 살기를 원한다.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그들을 보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만) 사이의 사랑이 법적으로 인정받은 첫 사례는 그 둘의 의지와 연대를 통해 이루어졌다. 법정 대신 리처드와 밀드레드에 초점을 맞춘 연출은 이러한 연대와 그 중요성을 보여준다.
다만 제프 니콜스 특유의 무난한 연출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는 영화의 전개가 영화를 보기 전관객이 생각하던 것보다 느린 것에서 오는 부분이기도 하다. 본격적으로 사건이 발생하는 장면은 러닝타임이 1시간에 가까울 때부터이며, 전체적인 진행이 느릿한 편이다. 개인적으로 제프 니콜스의 전작 <미드나잇 스페셜> 역시 비슷한 이유로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가 별로라는 의미보단, 조금은 느릿하지만 진중하게 이야기를 밀고 나가는 제프 니콜스 영화 특유의 리듬이 나와는 조금 맞지 않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루스 네가와 조엘 에저튼, 이번에도 어김없이 출연한 제프 니콜스 영화의 단골손님 마이클 섀넌 등의 연기는 감독이 말하고자 한 사랑과 연대의 의미를 포착해 스크린에 옮겨놓는다. ‘러빙’ 부부의 성이 러빙이었던 이유는 그들의 사랑이 모든 사랑하는 이들에게 힘을 더해줬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은 위대하다’라는 뻔한 명제를 다시 한번 되새겨준 연기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