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r 08. 2017

펜스 안에도 밖에도 사람이 있다

오다기리 죠 & 아오이 유우 주연의 영화 <오버 더 펜스>

 직업교육 학교에서 목수일을 배우는 시라이와(오다기리 죠)는 이혼했다. 이혼 후 직장을 그만두고 홋카이도로 이사와 학교를 다니며 지낸다. 아무 일도 없이 지내던 그는, 같이 목수일을 배우는 다이시마(마츠다 쇼타)를 따라간 바에서 사토시(아오이 유우)를 만난다. 백조의 구애 방법을 따라 하며 장난을 치던 사토시, 시라이와는 그 모습을 보고 그에게 관심이 생긴다. 마음속이 어딘가 빈, 드러내진 못하지만 어딘가 상처를 품은 누군가인 시라이와와 자신 안의 구멍을 드러내며 이를 메워줄 누군가를 찾는 사토시의 이야기가 <오버 더 펜스>의 줄거리다. 드라마 [심야식당], 배두나 주연의 영화 <린다 린다 린다> 등으로 유명한 야마시타 노부히로가 연출을 맡았다.

 <오버 더 펜스>라는 제목에 걸맞게, 영화 내내 ‘펜스’의 이미지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사토시가 일하는 유원지의 동물원, 시라이와가 다니는 직업학교의 운동장, 담장을 돌아가야 들어갈 수 있는 사토시의 집. 속에 구멍을 품고 홋카이도로 온 시라이와에게 홋카이도라는 섬은 그 자체가 펜스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펜스 안에 자신을 가두려는 남자와 펜스 밖으로 벗어나려는 여자의 이야기다. 때문에 시라이와와 사토시는 계속해서 부딪힌다. 둘의 충돌로 인해 생겨나는 텐션과 그 후에 찾아오는 묘한 안정감이 영화를 이끌어간다. 


 시라이와는 계속해서 자신이 평범하다고 말한다. 그의 주변 인물들은 그 평범성의 틀 안에서 사고하고, 생활하고, 행동한다. 여자를 어떤 방식으로든 대상화하여 생각하고 그것이 남자들의 평범으로 인식하는 다이시마, 반강제적으로 직업학교 내 소프트볼 대회에 학생들을 참여시키는 선생, 그 안에서 순응하지 못하는 모리(미츠시마 신노스케)를 미덥지 않게 보는 학생, 건달이었던 과거를 청산하고 평범하게 가정을 꾸려가는 하라(키타무라 유키야) 등이 시라이와의 주변에 등장한다. 소위 말하는 ‘평범성’의 펜스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그들은 이를 벗어난 사람을 인식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한다. 직업학교의 최연장자인 나이 든 학생뿐만이 이를 안다. “저 밖에는 별의별 사람이 다 있네”라고 말하는 그의 대사는 <오버 더 펜스>의 주제를 함축한다.

 그래서 시라이와와 사토시는 펜스를 넘었을까? 영화는 펜스를 넘어 홈런을 치려는 그들의 시도를 담아내며 마무리된다. 중간중간 다소 늘어지는 부분과, 뻔하고 친절한 상징은 관객을 조금 지치게 만들지만, 오다기리 죠와 아오이 유우 두 배우의 연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결말을 향하고 있는 영화를 볼 수 있다. 영화 중간의 어느 장면은 상영관의 공기가 멈춘 듯 아름답다. 무난한 감성의 일본 영화가 필요하다면, <오버 더 펜스>는 최적의 영화 중 하나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이 영화를 잊지 못할 것 같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