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r 28. 2017

멍청한 두뇌게임의 말로

나오지 말아야 했을 시리즈의 후속작 <데스노트: 더 뉴 월드>

 동명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데스노트> 시리즈의 4번째 극장판 영화가 개봉했다. <데스노트: 라스트 네임>에서 키라 라이토(후지와라 타츠야)와 L(마츠야마 켄이치)의 대결이 마무리되고 10년의 세월이 지난 일본을 배경으로 한다. 키라의 범죄자 대량학살을 지켜보며 만족한 사신대왕은 사신들에게 키라의 후계자를 찾으라 지시하고, 지구에 6개의 데스노트가 떨어진다. 데스노트를 손에 넣은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노트를 사용하고, 이에 일본 경시청에는 L의 후계자 류자키(이케마츠 소스케)를 필두로 한 데스노트 대책본부가 세워진다. 그러던 중 키라의 후계자를 자처하며 등장한 뉴 키라 시온(스다 마사키)이 등장하고, 류자키와 대책본부의 미시마(히가시데 마사히로)는 뉴 키라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원작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으로 영화를 이어갈 경우, 원작의 어느 설정을 가져와 이야기를 이어가는 경우가 있다. <데스노트: 더 뉴 월드>는원작 만화 단행본 중간중간 등장하는 데스노트의 여러 규칙 중 ‘인간계엔 데스노트가 6개까지 존재할 수 있다’라는 룰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때문에 6개의 데스노트가 인간계에 떨어지고, 그것을 주운 사람들이 사람들을 죽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누군가는 사람들을 안락사시켜주기도 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트를 사용하기도 하며, 닥치는 대로 학살하기도 하고, 키라의 뒤를 이어 범죄자를 죽이기도 한다. 키라 이후 데스노트가 세상에 떨어지면 어떨지를 그리며 영화는 시작한다.

 하지만 이러한 재미는 영화가 시작한 지 15분 만에 끝나버린다. ‘저게 L의 후계자라고?’라는 의문이 드는 류자키의 행동들(주로 고성을 지른다거나, 허세 넘치는 몸동작으로 움직인다거나), 마츠다 토타 등 원작에 등장했던 캐릭터를 어처구니없게 소비하는 방식, 야가미 라이토나 아마네 미사(토다 에리카)를 재등장시킬 때의 무리수 등은 팬서비스는커녕 팬들의 화만 돋운다. 가령, 원작 만화의 9권에서 등장하는 어떤 장면을 사신 류크(나카무라 시도)를 통해 재현하는데, 원작은 물론 영화 전편을 본 관객들은 절대 납득할 수 없는 캐릭터 붕괴가 되어버린다. 원작에서 비중 있는 키라의 수하였던 미카미 테루를 영화 속에서 보잘것없는 단역으로 격하시키고, 마츠다 같은 캐릭터를 어이없게 퇴장시킨다. 게다가 키라와 L의 후계자라는 사람들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래도) 멍청한 행동을 반복한다. ‘데스노트의 룰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어째서 저렇게 행동할까’라는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단순히 원작과 영화에서 이어지는 설정에 대한 문제만이 <데스노트: 더 뉴 월드>의 문제점은 아니다. 오프닝에서 어느 의사가 데스노트를 사용하게 되는 과정은 몇 분 안 되는 길이임에도 지루하고, 유명 배우로 등장하는 미사가 쇼핑몰을 활보하는데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는 것 등 상식적인 디테일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토 신스케의 전작이 만화 원작 좀비 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였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같은 감독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영화에서 거의 유일하게 잘 연출되어 보이는 장면은 신주쿠 무차별 데스노트 살인 장면뿐이다. 사토 신스케는 규모 있는 몹 씬 하나는 썩 괜찮게 만들어낸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굳이 나오지 않았어도 될 이야기이다. 영화의 전편들은 그렇게 좋은 평을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빈틈없는 영화의 설정과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기만 해도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하는 영화였다. <데스노트: 라스트 네임>의 엔딩 같은 비틀기는 나름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그런 점은 어떤 관점으로 봐도 찾아볼 수 없을뿐더러, 원작의 캐릭터들을 낭비하고 최소한의 재미조차 주지 못한다. 135분의 러닝타임 동안 남는 것은 사신들을 그려내는 CG가 꽤 발전했다는 것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족이란 불가항력 앞의 아이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