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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un 02. 2017

다 삼키려다 입에 넣지도 못한 재료들

 <옥자>에 앞서 공개된 플랜B와 넷플릭스의 첫 합작영화이다. 플랜B의 수장 브래드 피트가 직접 주연으로 나섰고, 안소니 마이클 홀, 벤 킹슬리, 토퍼 그레이스, 틸다 스윈튼, 월 폴터, 키스 스탠필드 등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한다. 2009년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한 <워 머신>은 미국이 전쟁을 위해 고용한 4성 장군 글렌 맥마흔(브래드 피트)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의 대통령을 만나 협조를 구하기도 하고, 사병들을 독려하러 위험한 지역으로 나서기도 하며, 연합국의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유럽까지 날아가기도 하는 모습을 영화는 담아낸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임무지만, 워싱턴의 정치 상황, 국제적인 외교 문제, 현지의 협조와 비협조의 문제, 선정적인 보도를 노리는 언론들의 행태까지 겹치면서 승리는 점점 멀어지는 듯하다. 전쟁을 둘러싼 온갖 상황들이 겹치면서 <워 머신>은 단순한 전쟁영화가 아닌, 블랙코미디와 정치영화의 모습까지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이 잘 조합된 영화냐고 묻는다면, 긍정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영화는 내레이션으로 글렌의 이력을 늘어놓으며 시작한다. 하루 한 끼만 먹으며 잠도 4시간만 자고, 매일 새벽 11km씩 조깅을 하고, 거침없는 인물이지만 그와 함께한 부하들은 그를 애정하며, 알 카에다를 격파한 인물이지만 겸손하다. 글렌에 대한 ‘투머치 인포메이션’을 제공하며 시작하는 영화는 영화 내내 비슷한 태도를 이어간다. 다분히 웃음을 노린 내레이션과 편집이지만 웃음보다는 ‘이게 무슨 개소리지?’하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무엇보다 타란티노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보여준 알도 레인보다 훨씬 과장된 톤과 모습으로 글렌을 연기하는 브래드 피트는 영화의 거의 마지막까지 적응되지 않는다. 투 머치 인포메이션이 난무하는 산만한 영화 속에서 과하게 과장된 브래드 피트의 연기는 영화에 어울린다기 보다붕 뜬 인상을 준다. 아프가니스탄과 파리, 워싱턴 등을 오가는 영화의 동선마저 부산스럽게 느껴진다. 


 <워머신>은 전쟁을 위한 전쟁, 자본의 논리에 묶인 전쟁을 이야기한다. 그 안에서 글렌은 고용되었다가 성과를 내지 못하자 해고되는 노동자로 그려진다. 대통령을 비롯한 워싱턴의 압박과, 롤링스톤즈 같은 잡지의 선정적인 기사들은 이러한 논리에 따라 등장한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글렌의 임무는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었지만, 정작 전쟁을 만들어낸 장본인들은 승패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는 것이 드러난다. 넷플릭스의 또 다른 중동 배경 전쟁영화인 <샌드 캐슬>이 미시적인 관점으로 전쟁 속에서 희생되는 사병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워 머신>은 거시적인 관점으로 전쟁의 당위성과 정체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하지만 산만한 톤의 영화는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는데 실패하고, 영화적인 재미도 놓쳐버린다.

 결국 <워 머신>은 플랜B의 작품 중 가장 아쉬운 작품으로 남았다. <노예 12년>이나 <문라이트> 같은 독립영화에서부터 <월드워 Z>나 <옥자> 같은 대형 블록버스터에 이르는 플랜B의 넓은 스펙트럼 속에서 <워 머신>의 위치는 상당히 애매하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영화의 완성도가 더더욱 아쉽게만 느껴진다. 영화는 전쟁영화, 정치영화, 블랙코미디 등 온갖 재료를 마음껏 선보인다. 그리고 그것들을 모두 삼키려 하지만, 제대로 입에 넣기도 전에 영화가 끝나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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