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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Dec 02. 2016

0. 영화랑 3000시간

 세상 편해졌다. 이전까지 연말을 맞아 한 해 동안 본 영화를 결산하려 하면 12달동안 본 영화를 전부 기억해내야 했다. 이제는 머리를 쥐어짜며 기억해낼 필요가 없다. 왓챠, 레터박스 등의 서비스는 관람한 영화의 별점과 한줄평 등을기록할 수 있다. 많은 씨네필들이 이미 본 영화들을 기록하느라 스마트폰을 붙잡고 몇 시간 동안 별점을매긴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기나긴 야자시간을 왓챠에 별점을 매기며 보낸 기억이 있다. 


 1년에 200편 가량 영화를 보다 보면 드는 의문이 있다. ‘1년에 영화보는 데 투자한 시간이 얼마나 될까?’ 더 나아가 ‘평생영화 보는데 투자한 시간이 몇 시간일까?’ 운 좋게도 왓챠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준다. 왓챠 프로필의 개인취향분석을 들어가면 별점을 매긴(그러니까 관람한) 모든 영화의 러닝타임을 더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12월 2일 현재 내 왓챠(dsp9596)계정을보면 1518편을 관람했고, 총 관람시간은 2732시간으로 나온다. 물론 반복관람, 왓챠에 등록되지 않은 영화의 러닝타임은 빠진다는 단점이 있다. 반복관람과등록되지 않은 영화의 러닝타임을 포함하면 ‘내가 평생 영화관람에 투자한 시간’은 3000시간 가량 된다. 

 낡은이야기지만, 1만 시간이면 한 분야의 마스터가 된다고들 한다. 3000시간을세 번만 반복하면 1만 시간에 거의 근접하게 된다. 영화를좋아하게 될수록 보고 싶은 개봉작은 늘어가고, 봐야 할 구작들의 리스트는 길어져 간다. 거장이라고 불리는 감독들의 영화를 얼마나 관람했나 궁금해서 감독들의 필모를 검색해봤다.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 3편 관람

우디 앨런의 영화: 3편 관람

프랑수와 트뤼포의 영화: 1편 관람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 2편 관람

시드니 루멧의 영화: 0편 관람

올리버 스톤의 영화: 0편 관람


 영화전공서적들에 자주 등장하는 감독들의 이름만 검색해봐도 나는 아직 볼 영화가 넘쳐난다. 1518편을 봤다지만아직 수많은 거장들의 걸작들을 접하지 못했고, 아직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화들이 가득하다. 누벨바그도, 한국 고전영화도, 서부극도, 인도영화도 아직 제대로 접하지 못한 영역이다. 많이 볼수록 보고 싶은 영화가 늘어나는 현상이 재미있으면서도 숨막힌다. 개강주에사야 될 교재들이 산더미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느낌이랄까. 허나 운 좋게도 흥미롭고 재미있는 과목들로가득한 학기의 시작이다. 매해가 시작될 때 마다 올해 챙겨야 할 영화들을 리스트업 해보면 어떤 영화들과만나게 될지 두근거린다.

 영화랑 3000시간을 보냈다. 스크린,TV, 노트북, 스마트폰으로 만나고, 극장, 집, 학교, 대중교통에서만났다. 영화는 가족이고 친구이며, 집이며 학교이다. 시간의 예술인 영화와 3000시간을 보내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지식을 배우고, 감정을 느꼈다. 이미 3000시간을 보낸 영화와 1만 시간이건, 2만 시간이건 더 보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앞으로영화와 3000시간을 보내며 배운 것과 만난 것과 느낀 것을 글로 옮겨볼 생각이다. 지난 3000시간을 되돌아보고 기록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얼마나 많이, 오래 쓰게 될진 모르겠지만 일단 기록하련다. 2년 전 영화 리뷰를 쓰기 시작했을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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