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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Aug 10. 2017

#살인예고남_여혐유투버_검거해
#토일렛_상영_반대

 한 남성이 유투브 BJ의 방송을 보고 여성 혼자 일하는 왁싱샵을 찾아가 살해한 사건이 얼마 전 검찰에 기소되면서 공론화되었다. 왁싱샵을 비롯한 미용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대상화하는 저열한 방송들이 판을 치고, 홀로 일하는 여성의 신상정보를 방송을 통해 서슴없이 공개한 것의 결과이다. 해당 방송을 내보낸 BJ는 “사건이 벌어진 것은 유감이지만, 자신의 방송에 책임이 있지는 않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했다. 해당 사건이 공론화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신태일, 김윤태 등 ‘느금마 엔터’ 소속(뭔진모르겠는데 이런 카테고리로 묶여있다) 남성 유투버들이 여성 게임 유투버 갓건배의 신상을 털고 찾아가 살해하겠다는 영상을 올렸다. 심지어 심야에 차를 끌고 나가 갓건배가 산다고 추정되는 지역을 찾아가는 모습을 생방송으로 내보내기까지 했다. 유투브를 통해 개인의 신상정보를 털었음을 공개하고, 살해협박을 하고, 실제로 찾아가기까지 하고, 시청자들은 실시간 댓글을 통해 이것을 응원하고 공조한다. 영화 <소셜포비아>의 줄거리 같지만, 이것은 합의된 ‘현피’도아닌 일방적인 협박이다. 심지어 살해협박 영상을 올린 남성 유투버들의 신상은 스스로 방송을 통해 공개했으며, 나무위키와 같은 사이트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그들의 팬으로 보이는 남성들은 자신의 얼굴을 프로필에 달고 여러 SNS에서 그들을 추종함과 동시에 갓건배에게 성희롱을 비롯한 모욕적인 글들을 올린다. 초등학생~고등학생에 이르는 10대 남성들은 각자 자신의 유투브 채널을 개설하고 느금마 엔터 남성 유투버들의 여성혐오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일상적으로 보급되어 자리를 잡고 기숙사에도 와이파이가 깔린 고등학교 때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 TV 등으로 방송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대표적으로 철구와 같은 BJ들이 인기를 끌었는데, 방송을 제대로 본 적은 없어서 모르겠지만 그걸 보는 사람들의 스마트폰과 노트북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만으로도 자극적이고 시끄러웠다. 혹은 예쁜 여성 BJ를 관음하는 방송을 보곤 했다. 그때만 해도 아프리카 TV와 유투브의 BJ들이 청소년의 콘텐츠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진 못했다. TV 방영표가 의미가 없어진 지금 TV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은 SNS에서 보기 좋게 3분, 5분 단위로 해체되어 소비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하는 시간에 실시간으로, 하이라이트 모음으로 소비할 수 있는 유투브 콘텐츠는 지금 시대를 대표하는 콘텐츠가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남성 유투버는 여기에 여성혐오를 비롯해 각종 소수자 혐오를 담은 자극적인 콘텐츠를 내보낸다. 이제 ‘느금마 엔터’와 같은 콘텐츠(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은 좆같은 쓰레기들)를 생산하는 BJ들이 80만이 넘는 구독자를 거느리고 여성혐오적이고 자극적인 언행으로 돈을 번다. 여성혐오를 비롯한 각종 혐오들을 콘텐츠랍시고 내놓고 있고, 무제한 데이터를 손에 넣은 스마트폰 세대는 각자의 채널을 개설하고 혐오적 콘텐츠를 무비판적으로 확대 재생산한다. 사유와 고민 같은걸 고려할 생각도 하기 전에 온갖 혐오적 콘텐츠가 제공하는 자극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자극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각종 혐오적 사고와 표현을 내화하고 고스란히 표출하며 이성애자 비장애인 남성만에게만 말초적인 자극을 유희로 삼는다. 당연하게도 여성을 비롯한 여러 소수자는 배제되고, 남성들의 말초적인 자극만을 위한 재료가 된다. 이 끔찍하고 역겨운 고리가 생산해낸 최악의 결과물이 얼마 전 벌어진 살인사건과 바로 어제(8월 9일) 있었던 살해협박 방송이다. “다락방에 리볼버를 숨겨놨다”는 트윗 하나만으로 영장 없이 들이닥치던 경찰들은 여전히 반응을 보이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 이야기한 끝에 소수의 언론에서 겨우 기사가 나왔다. 그마저도 가해자 남성 유투버의 신상 대신 피해자의 신상만을 올리고, 사건 자체를 축소해(살해 협박 등을 명시하지 않음) 서술했다.(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8101156001&code=940100)



 이 사건이 트위터를 비롯한 SNS를 통해 공론화된 오늘 아침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보도자료가 공개됐다. <토일렛>이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아래와 같은 시놉시스를 가지고 있다. “명훈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술집에 모인 친구 상협과 현태. 때마침 옆 테이블의 혜정과 미진의 미모가 눈에 들어온다. 상협은 늦게 온 벌칙으로 그녀들에게 다가가 작업을 걸지만 거부당하고 자리에 돌아온다. 잠시 후, 담배를 피우러 나갔던 상협과 현태는 먼저 나와 골목 한쪽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미진과 혜정의 험담을 듣게 되고 순간, 분노한다. 뒤이어 술집을 나오는 미진과 혜정을 미행해 건물 안 여자 화장실로 들어간 상협과 현태는 여자들을 칼로 위협하며 겁탈을 시도하는데......” 보도자료에 의하면 영화의 연출가이자 각본가이자 주연인 이상훈 감독은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층간소음 살인사건’, ‘묻지 마 살인사건’ 등의 우발적이고 즉흥적인 범죄에 경종을 울리고자 <토일렛>을 제작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시놉시스와 기획의도에 담긴 수많은 여성혐오와 오류들은 일일이 지적하기도 지칠 정도로 많고 저열하다. 명백한 페미사이드(남성의 여성혐오에 의한 여성 살해)인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을 성격이 다른 사건들과 (특히 층간소음 사건과 강남역 사건의 연결고리는 대체 뭘까) 묶어 설명한 것은 영화 제작진이 사건에 대한 이해가 없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멍청하고도 저열한 방식으로 이슈를 선점하여 선정적인 마케팅을 하겠다는 속내가 투명하게 보이는 기획의도는 작년 5월 이후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논의와 담론을 없었던 것처럼 무시한다. 포스터에 당당하게도 “우발적이고 즉흥적인 분노”라고 카피를 적었지만, 바로 밑에 보이는 문장은 우발적, 즉흥적과는 거리가 먼 ‘완전범죄를 꿈꾼 그곳’이다. 또한 시놉시스에 드러난 영화 속 남성들의 우발적인 분노는 자신들의 작업을 거절한 여성들이라는 정해진 타깃을 명시하고 있다. 칼을 쥐고 있는 포스터의 남성을 보면 <토일렛>이 해당 사건을 다루는 어떤 시선이 있기는커녕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하여 자극적으로 만들어진, 느금마 엔터의 남성 BJ들과 다를 바 없는 콘텐츠임이 드러난다. 


 피해자인 여성을 ‘그런 일 당할만한 사람이었지’라는 태도로 그려내고 조선족을 무조건적인 악으로 그려내는 <청년경찰>이 3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개봉한 오늘, 혐오를 내화하고 분출해내며 여러 남성들의 지지를 받는 콘텐츠들이 가진 문제가 터져 나온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일베만 아니면 됐지”라는 생각으로 크게 다를 바 없는 혐오들을 드러내던 남성들의 여성혐오가 다시 한번 특정 사건으로 터져 나왔다. 언제쯤 이 저열하고 역겨운 쓰레기들을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유투브를 운영하는 구글 코리아는 언제쯤 여성혐오로 가득한 채널들에 제제를 가할 것인지(는 무슨 퀴어/페미니즘 콘텐츠를 담은 채널들을 막고 있기나 하니…...), 경찰은 언제쯤 여성에 대한 살해협박을 유투브와 SNS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해 생중계하는 것에 적극적 대응을 할 것인지, 영화계는 언제쯤 남성 가해자의 시선에서 사건을 자극적/폭력적으로 다루고 여성 피해자에 대한 폭력을 스펙터클로써 전시하지 않을 것인지, 더 나아가 언제쯤 콘텐츠 자체에서 여성혐오를 지워내고 성차별적이지 않은 콘텐츠 제작환경을 만들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러니까 욕하고 저주할 일이지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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