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작 <부르카 복서>
인도 콜카타에 사는 무슬림 여성 라지아 샤브남은 인도의 첫 여성 코치 중 한 명으로 국제심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역의 십대 무슬림 소녀들에게 복싱을 가르친다. 그러나 라지아가 복싱을 시작하던 때와 십대 소녀들이 복싱을 배우는 지금의상황은 사뭇 다르다. 라지아는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복싱을 배울 수 있었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가족의, 지역의, 학교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아버지나 남자 형제의 폭행과 인도에 만연한 성차별, 성폭력의 위협까지 모든 것이 그들을 향해있다. 힌두교가 대다수인 인도에서 무슬림은 소수자이며, 복싱을배우는 아이들 대부분은 가난한 삶을 이어가고 있고, 사회안정망은 없다시피 하며 가족조차 그들을 지지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복싱을 하는 이유는 뭘까?
라지아라는 이름의 뜻은 ‘기도하는 사람’이다. 그는 그에게 복싱을 배우는 아이들이 안전하고 꿈을 이룰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복싱을 가르친다. 다만 아이들의 꿈은 복싱에 대한 열망을 가졌던 라지아의 꿈과는 조금 다르다. 아이들이 복싱을 하는 이유는 꽤나 현실적이다. 대회에서 입상하여 취직을 하기 위해, 자신들을 향한 직접적인 폭력에 대항하기 위해 복싱을 배운다. 혹은같은 이유를 위해 복싱을 그만두기도 한다. 이런 아이러니 속에서 라지아는 정신적/신체적으로 힘을 길러 여성에 대한 편견과 맞서 싸울 것을 가르친다. 복싱을 배우면서 강간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여성 인권 운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한 학생의 모습은 라지아의 가르침이 아이들을 어떤 삶의 방향으로 이끄는지를 보여준다. 라지아의 지도 하에 아이들은 서벵골 최고의 복싱 선수로 자리잡는다.
알카 라구람의 카메라는 이러한 모습들을 우직하게 담아내어 단단하게 엮는다. <부르카 복싱>의 이야기는 복싱을 배우는 소녀들의 성장드라마이다. 복싱 훈련하는장면과 인터뷰 등이 교차편집으로 제시되고, 복싱 경기에 나가 입상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안정감 있게 인물들을 담아내고 인터뷰를 전달해내는 촬영과 편집은 아이들에게 복싱이 주는 의미, 복싱을 해야 하는 이유, 그 결과물로써 현재의 자신을 보여준다. 인도 사회 속 여성/육체적으로 강인한 여성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여성들이 왜 강해져야/강해질 수 밖에 없는지를 생각하고 내화하는과정을 담은 인터뷰와 복싱훈련/경기 장면이 교차편집 되는 장면은 잘 짜인 성장영화 한 편을 보고 난것과 같은 감상을 남긴다. 천을 염색할 때 쓰는 염료를 서로에게 뿌리고 물총놀이를 하며 웃는 마지막장면의 아이들은 편견 밖에 위치한 것처럼 자유로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