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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Sep 21. 2017

스티븐 킹의 영화 Choice 5

 1947년 오늘(9월 21일) 미국 메인 주에서 스티븐 킹이 태어났다. 어렸을 적 형이 만들던 동네 신문의 짧은 창작 작품들을 실은 것을 시작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스티븐 킹은 십 대 시절 러브크래프트, 리처드 매드슨 등 장르 소설가들의 영향을 받아 단편들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글쓰기를 통해 스티븐 킹이 얻는 수익은 극히 적었다. 1974년,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집필한 첫 장편소설 『캐리』를 발표한 스티븐 킹은 단숨에 스타 작가로 발돋움하게 된다. 이후 『그것』, 『다크타워』, 『샤이닝』, 『미저리』, 『드림캐처』,『셀』,『언더 더 돔』등의 인기작들을 발표했다. 여러 편의 중단편집과 『유혹하는 글쓰기』등의 비문학 도서 등을 집필하기도 했으며, 현재까지도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50여 편의 장편소설과 200여 편의 중단편 소설을 발표했는데, 그의 작품 가짓수가 많은 만큼 이를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와 소설 역시 굉장히 많다. 브라이언 드 팔마가 연출한 <캐리>(1976)을 시작으로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1980), 롭 라이너의 <스탠드 바이 미>(1986)와 <미저리>(1990),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초인지대>(1983), 프랭크 다라본트의 <그린 마일>(1999)와 <미스트>(2007), 최근에 엄청난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는 안드레스 무시에티의 <그것>(2017)까지 63편의 극장용 영화와 31편의 TV영화/미니시리즈 등이 발표되었다. 그중 몇몇은 영화 역사에서, 혹은 장르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걸작들로 기록되고 있다. 올해만 해도 <다크타워: 희망의 탑>(2017), <그것>, <미스트>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TV시리즈, <미스터 메르세데스>의 TV시리즈, 그 외 여러 단편영화들이 IMDb의 스티븐 킹 필모그래피를 채우고 있다. 물론 그의 소설을 대부분 직접 읽지는 못했다. 양이 너무 방대할뿐더러, 국내에 출간되어 있지 않은 작품도 여럿 있기 때문이다(물론 출간된 작품만 다 읽기도 벅차다).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역시 절반 정도밖에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스티븐 킹의 생일을 맞아 그의 영화들이라고 부를 영화 중 모두가 기억할만한, 그리고 가장 가장 좋아하는 작품 5편을 골라보고 싶었다.


*작품들의 스포일러 포함

Choice 1. <캐리> (1976)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

출연: 시시 스페이식


 스티븐 킹을 스타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동명의 장편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1960년 감독으로 데뷔한 브라이언 드 팔마가 <시스터즈>(1973), <팬텀 오브 파라다이스(1974) 등의 작품으로 B급 영화의 거장으로 자리 잡은 뒤 연출한 작품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티븐 킹의 소설 중 처음으로 장편 극영화로 영화화된 작품이기도 하다. 지독한 광신도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아가는 학교의 왕따 소녀 캐리(시시 스페이식)가 졸업 무도회에서 도를 넘은 장난을 당하자, 그의 내면에 숨어있던 초능력(염력)이 폭주하여 가해자들에게 복수한다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돼지피를 뒤집어쓴 캐리의 모습, 염력을 통해 무도회장을 뒤엎으며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리는 장면 등은 <캐리>의 인장과도 같은 이미지들이다. 피를 뒤집어쓴 소녀의 이미지가 등장하는 (역시 스티븐 킹 원작의 <그것>을 포함한) 수많은 영화들이 이 영화의 영향력 안에서 등장했다. 왕따 문제, 광신적인 종교, 생리에 대한 공포 등이 영화 내내 겹겹이 쌓여 폭발하는 후반부는 여성 캐릭터의 복수를 메인 플롯으로 삼는 호러영화 중 가장 박력 넘치는 장면이다. 2013년에 클로이 모레츠를 주연으로 한 리메이크작이 개봉했지만, CG를 통해 클라이맥스 장면이 더욱 말끔해졌을 뿐 원작의 기괴한 박력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Choice 2. <샤이닝> (1980)

감독: 스탠리 큐브릭

출연: 잭 니콜슨, 셜리 듀발


 스탠리 큐브릭의 많은 작품이 걸작으로 꼽히지만, 그의 영화 중 한두 편만 고른다면 <샤이닝>을 고를 영화광들이 대부분이지 않을까? 갈라진 문틈 사이로 광기에 휩싸인 얼굴을 들이밀던 잭 토렌스(잭 니콜슨), 엘리베이터에서 뿜어져 나온 피로 복도에 홍수가 난 듯 핏빛으로 가득 차는 장면, 스테디캠의 기막힌 활용을 통해 담아낸 후반부 미로정원에서의 추격전 (촬영이 뛰어난 탓에 스테디캠이 처음 도입된 작품-<샤이닝> 혹은 <록키>(1977)-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를 처음 도입한 영화는 <바운드 포 글로리(1976)이다) 등은 오랜 시간 관객들을 사로잡은 광기 넘치는 장면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티븐 킹이 자신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중 가장 싫어하는 작품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이는 스탠리 큐브릭이 원작에서 많은 부분을 변경했기 때문인데, 보일러 폭발로 호텔 전체가 폭발하는 소설의 엔딩에 비해 잭이 얼어 죽는 것으로 끝나는 영화의 엔딩 등의 변화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고 한다. 스티븐 킹은 호러영화/소설 등에 대한 평론을 담은 평론집 『죽음의 무도』개정판의 머리말에서 "소설은 호텔이 폭발하며 화려하게 끝나는데 영화는 모든 게 얼어붙는 끔찍한 결말이다."라고 큐브릭의 영화를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큐브릭의 <샤이닝>은 호러, 특히 싸이코 스릴러 장르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걸작으로 불리고 있다. 영화 속에서 여러 대사와 배경의 맥락들로 담아낸 미국의 착취의 역사를 이야기하며 영화를 본다면 <샤이닝>을 더욱 풍부하게 바라볼 수 있다.

Choice 3. <쇼생크 탈출> (1994)

감독: 프랭크 다라본트

출연: 팀 로빈스, 모건 프리먼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스티븐 킹이 호러 장르의 이야기만을 써온 작가는 아니다. 그의 작품 중에는 성장소설도 있고 추리소설도 있다. <쇼생크 탈출>은 스티븐 킹의 중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100여 페이지 정도 분량의 소설을 성공적이로 142분의 장편영화화한 작품으로, 장르를 구분하자만 인간의 종교적인 구원을 다룬 드라마 장르의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는 잘 나가던 은행가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이 아내와 정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쇼생크 교도소에 입소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카메라는 쇼생크의 장기복역수 레드(모건 프리먼)의 시선으로 앤디를 관찰한다. 앤디는 특유의 사교술과 은행가라는 전직을 통해 교도소장의 돈세탁을 돕는 등 쇼생크의 실세로 빠르게 자리 잡게 된다. 그렇게 19년이 지나고,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 앤디는 아무도 모르게 준비해온 탈옥을 실행한다. 기다란 오물 파이프를 기어 탈출한 앤디가 돈세탁을 하며 빼돌린 돈으로 자유를 누리는 것으로 영화가 마무리된다. 19년이라는 시간, 거대하고 긴 오물 파이프를 기어 나와야 하는 탈출방법 등 인내와 고난의 시간을 거친 앤디는 파이프를 빠져나와 십자가처럼 양팔을 벌리고 하늘을 바라본다. 쏟아지는 빗물은 앤디의 몸에 가득한 오물을 씻어 내린다. 영화의 원제는 탈출이 아닌 구원을 의미하는 <The Shawshank Redemption>이다. 순수한 자유를 꿈꾸는 한 개인의 인내와 고난을 다룬 스티븐 킹의 종교적인 드라마는 프랭크 다라본트의 카메라와 세밀한 상징으로 가득한 연출을 통해 걸작으로 남게 된다. 지금은 대배우가 된 모건 프리먼의 이름을 관객들에게 처음 각인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Choice 4. <미스트> (2007)

감독: 프랭크 다라본트

출연: 토마스 제인, 마샤 게이 하든


 프랭크 다라본트는 스티븐 킹의 소설을 여러 차례 영화화했다. <쇼생크 탈출>과 <그린 마일>(1999), 그리고 <미스트>가 그 작품들이다. 그중 <미스트>는 스티븐 킹이 영화화된 자신의 작품 중 좋아하는 작품 중 한편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단편집 『스켈레톤 크루』에 실린 동명의 단편소설을 125분의 영화로 늘린 작품으로, 영화의 강렬하고 절망적인 엔딩 때문에 소위 '멘붕영화'로 불리는 작품들의 리스트에서 언제나 상위권을 차지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지점은 영화와 소설의 엔딩이 다르다는 것이다.  영화의 경우, 안개와 괴물들을 뚫고 마트를 탈출한 데이빗(토마스 제인) 일행이 차를 몰고 도로로 움직이다 기름이 떨어지자, 차에 있던 리볼버로 데이빗이 세명의 일행과 자신의 아들을 쏴 죽이지만 총알이 떨어져 자신은 죽지 못하는 상황에서 군인들이 등장해 사람들을 구출하고 괴물을 소탕하는 모습을 목격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반면 소설의 경우 마트를 탈출하여 4명의 사람이 살아남았지만, 그들의 생사는 알려주지 않은 채 아들을 지키겠다는 데이빗의 다짐만이 등장할 뿐이다. 스티븐 킹이 변경된 결말을 보고 (<샤이닝>은 겁나 깠으면서) 영화 <미스트>를 극찬했다는 일화 또한 유명하다. <미스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리터는 역시 카모디 부인(마샤 게이 하든)이다. 광신적인 종교인으로 등장하는 그는 마트 안의 사람들을 선동하여 안개와 괴물이 신의 형벌이라고 설교한다. <미저리>의 애니(캐시 베이츠)와 더불어 스티븐 킹 원작 영화 속 최고의 악역으로 손꼽히는 캐릭터이다. 프랭크 다라본트는 이 캐릭터와 그의 광신적인 행동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종교와 인간, 광신, 결정론적 세계관 등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강렬한 캐릭터였기에, 끔찍하게 절망적인 영화의 엔딩이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Choice 5. <그것> (2017)

감독: 안드레스 무시에티

출연: 빌 스카스가드, 제이든 리버허, 소피아 릴리스


 사실 이 리스트에 끼기엔 영화의 개봉 이후 <그것>이라는 작품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가지는 않았다. 1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원작을 영화화했기에 삭제된 부분도 많고(물론 잘 삭제된 부분도 있다), 무엇보다 1990년에 TV영화로 방영된 <피의 피에로>와의 비교 역시 피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꼽은 이유는 R등급 호러장르로써는 이례적인 흥행세와 2010년대 스티븐 킹 원작의 영화 중 가장 준수한 완성도의 작품이라는 점 때문이다. R등급 영화로는 <데드풀>(2016)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1억 2300만 불의 오프닝 성적을 거두었고, 9월 개봉작으로는 개봉 주 1억 불 기록을 세운 첫 영화로 남게 되었으며, 스티븐 킹 원작 영화 중 최고 흥행작이었던 <그린 마일>의 1억 3700만 불(북미) 기록까지 이미 갈아치웠다. 현재 2억 불이 넘는 성적을 기록했기에 3억 불이 넘는 최종 성적을 거둘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동시에 <다크 타워: 희망의 탑>이나 <셀: 인류 최후의 날>(2016), <캐리>(2013) 등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최악의 혹평세례를 받는 와중에 유일하게 호평을 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전작 <마마>(2013)을 통해 호러장르에 재능을 보였던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은 (비록 대단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꼼꼼한 각색, 성장드라마와 호러 장르의 말끔한 배합 등을 통해 <그것>을 성공적으로 영화화했다. <피의 피에로>에서 CG의 도움 없이 기괴한 페니와이즈를 연기한 팀 커리의 연기도 뛰어났지만, <그것>에서의 빌 스카스가드 역시 자신만의 페니와이즈를 선보이며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다. 제이든 리버허, 소피아 릴리스를 포함한 루저스 클럽의 멤버들 역시 출중한 연기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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