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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Oct 02. 2017

명절용 블록버스터 레고 애니메이션 성룡 영화

<레고 닌자고 무비>

 2014년 <레고 무비>의 성공으로 인해 등장한 두 번째 스핀오프 작품이다. 이미 레고 제품으로 출시되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닌자고에 이야기를 붙여 영화화했다. <레고 무비>나 <레고 배트맨 무비>처럼 여러 캐릭터들을 콜라주 하는 재미는 없지만, 이런저런 대중문화적 요소를 끌어와 뒤섞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즐기기 좋은 작품이었다. 영화는 리우(성룡)의 잡화점에 한 아이가 찾아오고, 아이가 가져온 레고에 리우가 이야기를 덧붙이며 레고 월드로 영화가 옮겨지면서 시작한다. 닌자고를 정복하려는 악당 가마돈(저스틴 서룩스)의 아들 로이드(데이브 프랭코)는그를 비롯한 6명의 십 대들은 닌자 마스터 우(역시나 성룡이 목소리 연기에 참여함)의 밑에서 수련을 하며 닌자고를 지킨다. 파워레인저를 연상시키는 로봇들을 통해 가마돈에 맞서 싸우지만, 자신의 정체가 닌자임을 밝힐 수 없는 로이드는 닌자고의모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받는다. 어느 날, 로이드는 가마돈을 끝장내 버리기 위해 마스터 우가 숨겨둔 절대 지존 무기를 사용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야옹스라(거대 고양이)에 의해 닌자고는 폐허가 되어버린다. 로이드와 닌자 친구들은 마스터 우와 함께 가마돈과 야옹스라 모두를 무찌를 수 있는 절대 절대 지존 무기를 찾아 떠난다. 어린아이들이 레고 닌자고 완구를 가지고 놀면서 만들어낼 법한 이야기를 극장에서 보고 있다는 당혹감과 명절에 가족이 함께 볼만한 성룡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즐거움 감정이 동시에 생겨버리는 영화였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닌자고 시티는 이상한 공간이다. 도시의 외형은 홍콩과 상하이를 뒤섞은 중화권의 해안도시를 닮았지만, 그곳을 지키는 사람들은 일본의 닌자와 전대물 속 거대 로봇들이다. 닌자들의 스승은 성룡의 <취권>과 같은 영화를 비롯한 수많은 홍콩 무협영화에서 등장하는 쿵후 마스터의 모습이며, 실제로 쿵후를 한다. 이렇게 영화의 배경과 설정은 서양의 사람들이 바라보는 동양의 아이콘들을 죄다 뒤섞어버린 공간이 되어버린다. 때문에 가마돈이 표창을 던지며 “소림의 힘을 봐라”라는 식의 대사를 치는 괴상한 장면마저 등장하게 된다. 영화의 중반 즈음, 닌자들이 무협영화 클립들을 보며 닌자의 능력을 깨닫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장면에서 <죽음의 다섯 손가락>, 성룡의 영화들, <킬 빌> 등을 패러디한 실사 장면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무협영화와 닌자나 사무라이가 등장하는 영화의 분간이 사라진 채 (또는 구분할 의지도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 채) 이어지는 <레고 닌자고 무비>는할리우드가 그간 담아낸 오리엔탈리즘을 고스란히 답습한다. 모든 것을 뒤섞어버린 세계관을 자랑하는 <레고 무비>의 일환이기에 이러한 오리엔탈리즘이 정당화되어버린다는 지점은 <레고 닌자고 무비>(그리고 원작이 되는 완구)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이다. 영화에서 이러한 지점을 보완하려는 시도 대신 어설픈 가족주의로 단점을 봉합하려 한다. 이마저도 무협영화의 전형과 할리우드 가족영화의 전형을 성기게 뒤섞어버렸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레고를 가지고 놀아봤다면 누구나 감동할 수밖에 없었던 <레고 무비>의 엔딩이나, 실사 배트맨 영화들이 절대 할 수 없었던 배트맨 영화들에 대한 결산을 해낸 <레고 배트맨 무비>에 비해 <레고 닌자고 무비>의 이야기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레고 무비> 특유의 톡톡 튀는 요소들이 <레고 닌자고 무비>에서도 여전히 남아있다. 워너브라더스의 로고를 과거 쇼브라더스 등의 회사에서 나오던 무협영화들의 로고처럼 바꾼 오프닝, 아버지가 악당인 로이드의 기구한 삶을 위로한답시고 마스터 우가 피리로 안드레아 맥아들의 ‘It's the Hard-Knock Life’를 연주해주는 장면은 이러한 재치가 빛을 발하는 장면이다. 물론 이러한 재치들이 영화 전체의 단점을 상쇄할 수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레고 닌자고 무비>는 또 한편의 명절용 성룡 영화로써(심지어 엔드 크레딧에 NG 모음도 등장한다),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으로써, 무협영화와 레고의 추억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상영관에 있던 아이들이 단 한 번도 떠들지 않고 영화에만 집중했다는 기억은 <레고 닌자고 무비>가 재미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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